뉴욕과의 재회 첫째 날
7월의 어느 저녁. 영화 <오션스 8>을 보고는 왠지 모르게, 하지만 또렷하게, ‘아 내가 이렇게만 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일주일 간 스케줄과 통장 잔고를 정리한 끝에 가장 비행기 티켓값이 비싼 추석 시즌에 맞춰, 또다시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말았다. 움하하!
티켓을 끊을 당시의 설렘과 기대가 일상에서 조금씩 흐릿해져 갈 때쯤 어느새 뉴욕을 향하는 당일. 두둥.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에서 정말로 바보같이(그리고 나답게도ㅋㅋ) 미국 여행비자도, 적당한 사이즈의 짐가방도, 뉴욕을 감당해낼 에너지도 준비하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어찌나 등에서 식은땀이 나던지. 그래서 어쩔 수 없지만 쏘 쿨 하게! 떠나는 당일 오전에 비자도 신청하고, 내가 원했던 사이즈의 반의 반 정도 되는 짐가방에 짐도 정말 대충 싸서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추석 연휴인데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여행객이 적어 다행. 수속을 금방 마치고는, 와인 한 잔과 함께 한국에 남아있던 업무 정리까지 마무리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14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도착한 JFK 공항은 내가 잊고 살았던 ‘쎈캐’ 뉴욕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모든 인간은 <미국 시민권자>와 <외국인>으로 분류되었고, 악몽 같은 미국 입국심사를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일깨웠다. 친구가 농담처럼 던진, 그리고 실제로 예전에 한 번 겪기도 한 입국심사 거절 후 ‘감옥’에 끌려가는 상황은 다행히(?) 면하고,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 밖을 나왔는데.
공항 앞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함께, 우버를 타기 위한 사람들과 본인의 승객을 찾기 위한 사람들이 뒤엉켜 공간 전체는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버가 없던 2008년에는 없던 새로운 종류의 카오스. ‘오, 요고 참 신선한데? 우버가 만든 혁신의 반작용을 직접 목격하는 것인가!’ 그냥 조금 더 돈을 내고 편하게 옐로캡을 탔으면 이럴 일이 없었을 텐데, 뉴욕에서는 처음 타보는 우버를 굳이 또 경험해보려고 했던 나의 선택을 후회하던 찰나. 20여 분 만에 드디어 나의 우버 드라이버를 만났다. '정말 반갑습니다. 미친 듯이 반가워요!'
차에 안전하게 타니 비로소 주체할 수 없는 안도감과 함께 20대의 나를 키워낸 뉴욕이 너무나 눈물겹도록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우버를 타고, 이제부터 일주일간 나의 숙소가 될 친척동생의 집에 도착. 친척동생을 졸라 어느 나라에 가든, 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공간인 슈퍼마켓부터 향했다. 내가 살던 7년 동안에는 없던 제품들도 많이 생기고, 그동안 너무너무 그리웠던 Chobani 요거트도 다시 만나 너무 반갑고. 이런 게 힐링이 아니면 뭐가 힐링인 걸까. 어떤 리조트를 가도, 어떤 마사지를 받아도 얻지 못할 종류의 에너지를 뉴욕 슈퍼마켓에서 얻는 나. 그리고 대체 나는 이런 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ㅋㅋ
팜므파탈 뉴욕. 날 괴롭게 만들 때는 상상도 못 하는 방법으로 괴롭히지만, 뉴욕만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오히려 날 안심시킨다. 그냥 내가 살아있음을 매 순간 느끼게 만든달까. 지금부터 일주일. 나의 감성, 가치관, 철학, 식견을 모두 많이 키워준 뉴욕에서 옛날과 지금의 나를 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