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카페 1,700개와 계약한 만월회의 성공 비결은?
"인생에서 겪은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창업가들에게 묻는 단골 질문 중 하나인데요. 창업가의 '투지'와 '회복탄력성'이야말로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겠죠!
요즘 트위터에서 무척 핫한 스몰 브랜드, '만월회' 또한 무려 창업 다섯 번만에 탄생한 투지의 브랜드입니다. 용인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만월회'는 온라인 사업으로 큰 성과를 거둔 후, 세일즈 직원 없이 2년 만에 무려 1,700명의 B2B 고객사를 획득했는데요. 오늘은 푸드 브랜드의 전략적 런칭 파트너, '헤이딜리셔스'가 인터뷰한 만월회의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맛있는 것이 정말 많은 우리나라에서 '맛'으로 인정받는 만월회의 액상 베이스는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고객에게 선택받은 만월회 제품은 어떤 과정을 겪으며 개발된 것인지 함께 알아보아요.
트위터 좀 하는 분들이라면 "주문 폭탄의 원인" 밈(meme)을 아실거예요. 고객과 소통하며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만월회의 마케팅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어요.
작은 카페에서 이커머스로, 그리고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서 B2B 고객에게 납품하는 사업까지! 발빠르게 고객군을 확장해나가는 만월회의 이야기를 공유해드릴게요.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2019년 용인의 작은 카페로 시작한 만월회를 창업하기까지 총 4번의 창업을 거친 '창업 5수생'이었죠.
카페 만월회를 오픈한 후, 가장 빠르게 주목받은 메뉴는 다름아닌 밀크티였습니다. 많은 고객분들이 밀크티가 맛있다며 보틀로 구매하고 싶어하셨고요. 곧 베스트셀러 메뉴가 되었죠.
그러던 2020년 봄, 코로나가 찾아왔고 꽤 오랜시간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카페 만월회에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죠. 하지만, 이는 밀크티의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해볼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판단이 선 직후, 오프라인 카페를 빠르게 정리했고요. 대신, 온라인에서 판매할 밀크티 원액 개발에 몰입했습니다. 그게 바로 만월회 원액 베이스의 시작이죠.
밀크티 원액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저희는 ‘우리가 인정할만큼 정말 맛있는 밀크티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맛' 그 자체에 가장 집중한 것인데요. 기존에 유통되는 밀크티를 연구해보니, 얼그레이 홍차 특유의 인공적인 맛과 향이 고객의 호불호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더라고요. 따라서, 특유의 강한 '향수 맛'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아쌈’을 첨가하여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풍미의 밀크티 원액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원액을 개발한 후 택배 배송을 준비하며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다름아닌 '멸균' 처리였어요. 일반적으로 액상 베이스 제품은 상온 유통을 위해 멸균을 하거든요. 그런데, 밀크티를 멸균 처리해보니 고생해서 만든 맛과 퀄리티가 확 죽는거예요. 고민 끝에 저희는 완전 '멸균' 대신, 안전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살균' 처리로 밀크티의 맛과 퀄리티를 최대한 유지하는, 말 그대로 '살균'과 '맛'의 황금비를 찾아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황금비 찾기란 그리 만만치 않았지만, 집요하게 테스트하여 결국 '냉장 배송'이 가능한 고품질의 밀크티 원액 개발에 성공했어요. 당연히 '멸균'한 제품보다 맛이 뛰어날 수 밖에 없겠죠.
제품의 퀄리티와 맛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어요.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OEM 공장을 찾아본 적도 있는데요. '멸균하지 않은 신선 식품’으로 원액 베이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반기는 곳이 없었어요. 유통과 보관상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죠. 사고가 나면 큰일이니까요. 게다가, 제품의 맛에 대해 까다로운 요청을 할 때마다 거절 당하기 일쑤였죠. OEM을 맡긴다는건 결국 맛과 퀄리티를 포기해야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고요. 온라인 판매 시작 5개월 만에 자체 제조 시설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Bonus Tips | 자체 제조 시설을 세팅하는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요?
창업 초기 만월회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제조 시설을 세팅했다고 합니다. 또한, 제조할 제품의 양과 종류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여 25평형의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했고요. 현재는 바로 옆 호실 공장을 추가로 임대해 총 50평 면적의 시설로 규모를 확장했으며, 필요한 시설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시설에 총 1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해요.
초기에도 저희는 제품의 '맛' 하나는 자부할 수 있었기에, 일단은 "고객의 입에 우리 제품을 넣자"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만월회 제품을 체험할만한 서포터를 직접 찾아보기로 했어요. (1) 팔로워가 3,000명 이상인 인스타그래머 중 (2) 해외 팔로워의 비율이 낮으면서도 (3) 최근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팔로워 수의 5% 이상이고 (4) 게시물 댓글이 많은 사람들을 주에 20명씩 선별한 것인데요. 이렇게 찾은 서포터에게 DM을 하여 제품을 무료로 보내드렸고요. 서포터들에게 진심이 담긴 피드백을 전달주실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저희의 예상은 적중했어요. 우선, 서포터들 사이에서 '맛있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고요. 제품 체험 후 SNS에 만월회 제품을 적극 홍보하거나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았습니다. 온라인 판매 초기에는 제조 시설이 비교적 협소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2번만 한정 수량으로 오픈해 판매했는데 매번 품절이 될 정도로 빠르게 바이럴 되었죠.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후 6개월이 지났을 때,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주문이 2~3배 정도 뛰었던 날이 있었어요. 어디서, 누가, 어떻게 바이럴을 했는지 근원지를 찾아보니 트위터더라고요. 한 트위터 유저가 ‘살찌우려고 만든 음료’라는 담백한 문장과 함께 저희 제품 사진을 올려준 것이죠.
반가운 마음에 제가 직접 '드디어 찾았다. 오늘 주문폭탄의 원인'이라는 답글을 남겼고요. 이 답글이 트위터에서 더 큰 바이럴을 만들었어요. 기존에도 2,000개 가량의 리트윗(공유)으로 크게 바이럴 됐던 트윗이 제가 답글을 남긴 이후에는 1.2만 개까지 리트윗이 증가하여 그야말로 화제의 콘텐츠가 된 것이죠. 이 사건으로 주문량이 말그대로 ‘폭주’하여 10배나 뛰었고요.
정체 모를 트위터의 게시물로 주문이 폭주하게 되는 현상을 ‘만월회 당했다’라고 표현하는 밈(meme)이 생기기도 했죠. 이 반가운 바이럴을 계기로 저희는 만월회 고객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감을 잡게 되었어요. 만월회 제품이 좋다는걸 자발적으로 표현해주고 그런 본인들의 영향력에 자부심을 갖는 분들이죠. 만월회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분들이에요. 이걸 알고 난 이후부터 고객과의 소통을 더욱 자주,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어요. 만월회의 적극적 소통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고하게 안착시켜준 아주 중요한 계기였죠.
고객과의 단순한 소통을 넘어서서, 고객과 함께 만월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써 완벽해 보이려고 하거나 약한 부분을 감추는게 아니라, 고객의 관심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들을 솔직하게 오픈하게 된 것이죠. 가령, 신메뉴 혹은 마스코트의 이름을 정할 때나 체험단이 필요할 때, SNS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받았고요. 최종 선택까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했어요.
이를 지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만월회 문화가 형성 됐고요. ‘달무리’라는 애칭으로 고객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보름달 언저리에 둥글게 두른, 구름 같은 테를 ‘달무리’라고 부르는데, 만월회를 감싸고 있는 만월회의 고객들이 '달무리'와 꼭 닮았기 때문이죠.
'달무리'는 만월회의 가장 강력한 마케터이자 영업 사원입니다. 저희가 박람회에 참여하면 B2B 홍보를 위한 자리인데도 일반 고객들이 찾아와 일부러 줄을 서주시고요. B2B 관계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만월회 칭찬을 해주시는데요. 가끔 그 분들과 눈이 마주치면 '저 잘했죠?’하는 귀여운 눈을 하고 계세요. 그리고는 SNS에 본인이 만월회를 위해 한 일을 자랑하기도 하죠. (웃음)
이런 적도 있어요. IR 피칭을 하는 행사에서 심사역들에게 "만월회가 인기가 많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셨는데요. 행사 주최 측 직원 중 한 분이 "저는 만월회 없으면 죽어요."라며 본인이 달무리라고 고백하셨는데, 이후 현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죠. 이를 계기로 "고객 관리를 잘하면 저절로 마케팅이 되는구나!" 깨달았고요. 고객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심을 꾸준히 전파하는 것이 만월회 마케팅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Bonus Tips | 마케팅비는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나요?
저희는 검색 광고나 디스플레이 광고에 비용을 쓰지 않고, 월에 100만 원 정도만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어요. 그 이유는 만월회 제품은 검색 엔진으로 유입되는 목적형 구매보다는 충동형 구매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충동형 구매 제품은 SNS 상에서의 바이럴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기존 고객으로부터 확산되어야 해요. 그래서 최대한 자사 SNS에서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소통형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카페를 운영했을 때 느꼈던 고충이 크게 작용했어요.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세상에는 좋은 원두도, 훌륭한 커피 머신도 넘쳐나요. 커피 메뉴를 만들고 판매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거죠. 반면, 커피 이외의 음료 메뉴는 늘 고민이었어요. 맛있는 논커피 음료(Non-Coffee Beverage)는 딸기, 녹차 등의 베이스를 직접 개발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메뉴를 만드는 공수가 너무 많이 드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개인 카페는 '농축액'이나 '파우더'를 기반으로 한 음료 메뉴의 선택지만 갖는데요. 이는 품질과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신선하고 간편하면서도 유통기한도 비교적 긴 액상 베이스를 만들게 된거예요. 처음부터 B2B 시장을 타깃 시장으로 염두하여 액상 베이스 제품을 만든 것이죠.
만월회에는 '세일즈'팀이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2년 간 1,700개의 고객사를 확보했어요. 저희도 판매 초기에는 여러 카페를 직접 돌며 영업을 했었는데요. 이미 메뉴가 확정되어 운영중인 기존 카페보다 이제 막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 신규 카페를 설득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그래서 신규로 카페를 오픈하는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 ‘박람회’를 영업처로 삼게 되습니다. 그리고, 1,700개의 납품 매장 중 70%인 1,200 곳은 '박람회'를 통해 확보했죠.
박람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희는 다방면으로 노력하는데요. 우선, 부스를 매 번 다르게, 가장 눈에 띄게 꾸미고요. 시식 프로그램도 촘촘하게 짜서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B2B 고객과 일반 고객을 어떻게 다르게 응대할지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모든 직원을 교육하고요. 박람회 기간 내내 그날의 회고를 진행하여 현장 상황에 맞게끔 응대 방식과 디스플레이를 조금씩 개선하여 다음 날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가장 최근에 참가했던 서울 카페쇼에서는 5일간 총 1,500여개 기업과 연락처를 주고 받았고요. 종료 후 한 달이 채 안 된 지금까지 250군데의 신규 매장이 저희 고객사로 전환됐어요.
그리고, 나머지 30%인 약 500 곳은 감사하게도 만월회의 고객인 '달무리'의 영업으로 계약 전환이 되었어요. 만월회 제품을 이용하는 달무리들이 동네 카페 사장님들을 설득해 만월회 제품을 사용하게 만들더라고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달무리가 우리의 영업사원이 되어준거죠. 그리고, 올해 초에는 만월회 제품을 납품받는 카페 리스트를 알고 싶다는 고객의 요청이 있어, 만월회 카페 지도인 ‘조각달여지도’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최근 B2B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홈카페 트렌드가 사그러진 것도 큰 이유이지만, 그보다는 ‘남이 잘 되어야 우리도 잘 되는' B2B 시장의 상생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어느 날, 차를 타고 미팅 가는 길에 저희가 납품하고 있는 카페인 ‘나인블럭’ 앞을 지나는데, 순간 '나인블럭 장사 잘되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남이 잘되는걸 바라는 스스로가 신기했죠. 경쟁에서 이기는게 장사라고 생각했던 제가 다른 곳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구조에 빠져들게 된 것이죠.
최근에 만월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향후 5년의 로드맵을 고객에게 공개했습니다. 만월회는 ‘질 좋은 카페 문화’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인데요. 단기적으로는 국내의 개인 카페 네트워크를 넓히고, 이후에는 콘텐츠, 커머스, 커뮤니티 등 사장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그리고 디저트, 원두, 컵, 가구 등 사장님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큐레이팅하는 플랫폼으로, 그 다음엔 회계, 법률, 디자인 등 사장님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큐레이팅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가 직접 브랜드를 양성하기도 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기도 하는 '브랜드 빌더'로서의 꿈도 가지고 있지요.
궁극적으로는 저희의 이름인 ‘만월회(보름달이 뜨는 날의 천재들의 모임)’를 실현하고 싶어요. 영감의 문을 여는 순간을 만들고, 모임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결국 만월회의 5년 로드맵은 만월회로 실현하려는 궁극적인 비전으로 향하는 여정일테고요. 지난 2년간의 변화무쌍했던 것만큼 앞으로도 멋지게 변화하고 성장할 만월회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너무나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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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 커런트, 만월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