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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지 Feb 02. 2023

윤하 님과 함께한 첫 무대 인터뷰

(늘 변수에 대비해야 하는 말하기)


대학 생활의 전부와도 같은 방송국 아나운서 활동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가득 쌓았는데요. 밤샘 브레인스토밍, 끝없는 박스 자르기, 포스터 벽보 붙이기, 하루 12시간이 넘는 방학트레이닝, 정문에서 방송제 티켓 배부하기, 연예인 축전 따기, 종일 발성연습하기, 포스터 제작하기 등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아나운싱 진행 능력을 쌓는 경험도 감사히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첫 정식 무대는 연세대학교 축제 기간 청송대에서 진행하는 '숲 속의 향연'이었습니다. 당시 초대가수로는 비밀번호 486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윤하 씨와 윤종신 씨였는데요. 원래 대본 큐시트에는 가수와의 무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워낙 바쁜 분들이시고 무대에서 관중들과 스스로도 소통을 무척 잘하시는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져 내렸던 것인데요. 덕분에 시작 몇 시간을 앞두고 급히 장소를 실내인 학교 대강당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비도 내리고 장소도 바뀌고 당시에는 SNS도 없었기에 모객이 가장 큰 일이었는데요. 다행히 연고대생을 비롯한 많은 학생분들께서 관중석을 가득히 채워주셨습니다.


순조롭게 방송제가 진행되고 드디어 "가수 윤하 씨를 큰 박수로 모시겠습니다!" 하는 멘트와 함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는데요.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 뒤 커튼뒤에 서 있는데 어랏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윤하 씨의 키보드와 앰프 연결에 문제가 생겨 소리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선배님! 일단 무대로 나가주세요!"


다급한 PD후배의 말에 일단 무대 앞으로 나갔습니다. 으잉! 그곳에는 윤하 씨가 서 계셨고 수많은 관중들의 집중되는 눈빛은 인생 처음 경험해 보는 플래시였죠.


지금이었으면 걸어가는 동시에 멘트가 샤르르 머릿속에 그려졌겠지만 당시엔 저도 큰 무대가 처음이었기에 일단 나가자! 하고는 백지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앗 그런데 그때. 마침 오전에 급히 인터넷으로 윤하님에 대해 서치 해보았던 기사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야호. 그래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순진무구하게 질문을 던졌드랬죠.


"윤하 씨는 제2의 보아라고도 불리시는데요. 

그렇다면 실제로도 보아 씨랑 친하신가요?"

.

.

.

.

.

뜨아 지금도 제가 우째 이런 질문을 건넸는지 뇌구조가 궁금하지만. 너무나도 친절하신 윤하 씨께서는 웃으며 "참 존경하는 선배님입니다 저도 친해지고 싶어요" 하며 부드럽게 넘겨주셨답니다. 덕분에 다행히 긴장이 풀리면서 PD의 큐사인이 올 때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니다^ㅡ^


몇 달 전부터 '사건의 지평선'을 듣고 또 들으며 힘을 내고 있는 팬으로서 윤하 씨의 노래를 들으면 이따금 이날이 생각납니다^ㅡ^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운 인터뷰지만 이로서 귀한 경험을 했고 언제나 변수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얻었기에 긍정적으로 여기며 이제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경력과 경험이란,

빛나던 추억들도 의미가 있지만

가르침을 주고 성장을 도와준 일들 또한 포함하고 있기에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말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흑역사든 백역사든 무엇이든 경험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흑역사가 가르침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


모쪼록 오늘도 메타인지 대화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빛나셨으면 좋겠습니다^ㅡ^


Hehe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https://youtu.be/_q9TPzEXH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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