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부른다고 하면 어떨까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by 달콤햇살

무명가수를 대상으로 하는 TV 오디션 ‘싱어게인 시즌4’프로그램을 보는데 어떤 무명가수가 노래한 이후 백지영 심사위원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노래를 부른다고 해요. 어떤 대상을 향해 이름을 부르듯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요. 오늘 부르신 노래가 그 단어에 걸맞게 불려졌어요.”

맞다. 노래는 ‘부른다’고 한다. 부르는 노래는 언제나 누군가를 향한다. 말은 ‘한다’, ‘건넨다’, ‘전한다’ 등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글은 어떨까? 우리는 글을 ‘쓴다’고 말한다. 편지를 쓸 때는 ‘쓴다’ 외에도 ‘전한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사전으로 몇 가지 말, 노래, 쓰기에 어울리는 동사를 찾아보았다.


노래- 노래를 한다, 흥얼거린다, 이어간다, 건넨다, 노래를 보낸다, 노래로 말을 건다, 노래를 띄운다, 노래를 담아낸다, 노래로 마음을 펴낸다, 노래가 피어난다, 불러 올린다, 소리를 길어 올린다. 등등


말- 말을 건넨다, 나눈다, 주고받는다, 트다, 이어간다, 입을 연다, 한마디 보탠다, 마음을 실어 말을 띄운다, 조심스레 말을 내민다, 말을 다독여 꺼낸다, 건넨다, 속마음을 풀어놓는다, 말에 숨을 싣는다, 말을 흘린다, 붙인다, 말을 던진다, 말을 새긴다, 입김처럼 내놓는다, 한 줄의 소리로 남긴다, 말을 피워 올린다, 이야기를 틔운다, 말을 전한다, 말을 보내다, 말을 건네 보내다, 털어놓는다. 등


글- 글을 적는다, 남긴다, 써 내려간다, 기록한다, 글을 건넨다, 글을 띄운다, 글을 보낸다, 문장을 걸어둔다, 마음을 글로 옮긴다, 글을 불러낸다, 펼친다, 풀어놓는다, 문장을 피워 올린다, 글을 빚는다, 언어를 끌어올린다, 글로 묶는다, 한 줄의 길을 만든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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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exels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담아 소리를 내는 일이 노래라면, 나는 글을 쓸 때도 그와 비슷한 마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글에도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일기의 독자는 나 자신이고, 작가의 독자는 언젠가 그 글을 읽게 될 누군가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닿을 사람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건네는 일.

쓰는 일은 어쩌면 부르는 일과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늘 대상을 떠올린다. 누군가를 생각하거나,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 말을 걸듯 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이어 쌓는다. 그 글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다. 비록 그 응답은 바로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며칠 뒤일 수도 있고 몇 달 뒤, 어쩌면 몇 해가 지난 뒤에야 돌아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예 응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쓴다. 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르는 행위라 말하고 싶다. 사실 글을 써서 응답을 바라기보다는,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어떤 누군가의 노래가 울림을 남기듯이 글도 마음에 감동이라는 울림을 남기기 때문에 마음에 잘 닿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아직 오지 않은 독자를 향해 타자를 치고, 글씨를 써 내려가는 이 행위는 외롭기도 하고 동시에 외롭지 않게 한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아니, 글을 부른다.

언젠가 내 부름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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