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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Jan 27. 2024

길티 플래저 푸드, 도넛이나 베이글이냐

잘 먹고 잘 마시기로 했습니다

살짝 죄책감은 들지만, 잠깐이라도 행복한 순간을 느끼기 위한 선택, 도넛이냐 베이글이냐. 일명 길티 플래저 푸드(guilty pleasure food: 죄책감이 들거나 마음이 편치 않지만 나에게 만족과 즐거움을 줄 만한 음식)는 차고 넘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식단 관리를 잘했다고 느끼면 난 달콤한 빵으로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생긴다. 어떤 빵을 고를지 고민에 빠지는데 이는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밀떡이냐 쌀떡이냐.’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도넛(Donut 또는 Doughnut). 한입 베어 물면 처음에는 폭신한 느낌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도넛 안 크림이 혀에 닿으면 그 달콤함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도넛 표면의 슈가 파우더나 시럽 코팅이 입가에 묻으면 혀로 쓱 마지막 달콤함까지 놓치지 않는다. 중간이 뚫린 링 모양 도넛도 좋지만, 크림이나 커스터드로 속을 채운 도넛을 (아주) 조금 더 좋아한다. 밀가루 반죽을 튀겨서 만든 (튀긴 건 다 맛있지!) 도넛은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하면 자칫 느끼하거나 달콤한 느낌을 없애 주니 이만한 단짝도 없다. 요즘 즐겨 먹는 도넛은 조그마한 크림 모자를 쓰고 있거나 입을 벌리고 있어서 어떤 크림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얼 그레이 도넛으로 얼 그레이 특유의 쌉싸름함과 크림 본래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는 게 아직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없을지도. 안에 들어가는 크림은 진짜 다양한데 기본 우유나 바닐라부터 초콜릿, 레몬, 딸기, 민초(민트 초콜릿), 팥 등이 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지만 매번 얼 그레이나 바닐라를 집어 드는 게 이것이야말로 나만의 길티 플레저 푸드가 아닌가 싶다.


링 모양 도넛은 180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긴 밀가루 반죽의 양 끝을 이어서 원형으로 만들거나 도넛 커터를 사용해 링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중간에 뚫린 부분(도넛 홀)만을 모아서 다시 도넛을 만들기도 하고 도넛 홀을 튀겨서 내놓기도 했는데 던킨도너츠(Dunkin’ Donuts)에 가면 있는 먼치킨(Munchkins: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작은 도넛 볼)이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컵에 담긴 도넛 볼은 팝콘처럼 없어질 때까지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베이글(Bagel). 링 도넛과 생김새는 비슷하나 보통 도넛보다는 단단하며 쫄깃한 식감이 중독성 있으며 반을 갈라서 크림이나 버터를 발라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나고 샌드위치처럼 안에 야채, 햄 등을 넣으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베이글은 도넛보다는 보통 덜 달고 한 개를 먹어도 포만감이 있어서 혹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진 않을까 생각했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그냥 밀가루면 알다시피 혈당 수치가 올라서 전혀 도움이 되진 않고 요즘 나오는 저당 고단백 통밀 베이글이라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여기에 양상추, 토마토 등을 넣고 먹으면 꽤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은 살짝 구워서 따뜻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서 먹는 것인데 크림치즈가 중요하다. 상큼한 레몬이나 유자와 꿀이 들어간 크림치즈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거 발라서 먹으면 (안 가봤고 못 가겠지만 상상을 해보자면) 천국의 맛이다. 무조건 듬뿍 바르는 게 핵심이다.


베이글은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들이 즐겨 먹던 빵에서 유래했는데 밀가루 반죽을 뜨거운 물에 데치고 난 후에 구워서 만든 것이다. 통밀 말고도 참깨나 블루베리가 박힌 베이글도 있고 쌀로 만든 베이글도 있다. 최근에 먹은 베이글에는 쪽파가 크림치즈와 버무려져 있었는데 알싸한 쪽파와 쫀득하고 달콤한 치즈가 만나다니 ‘이 조합 찬성일세!’ 부작용은 입에서 나는 파 냄새. 또, 베이글 굽기 정도 옵션까지 갖춘 베이글 매장도 있어서 내 취향대로 베이글을 즐길 수 있다. 수많은 조합이 있지만 나는 적당히, 다시 말해 바삭해지기 전 부드러움이 남아 있는 정도, 구운 플레인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얹어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소소하지만 진짜 행복.


여러분의 길티 플래저 푸드는?




*<마시자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mashija.com/author/hye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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