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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와인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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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uwinetasting Jun 29. 2021

와인, 마시는 순서가 있나요?

mandu의 와인 이야기 & 테이스팅 노트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홈술을 하기로 해서 와인 서너 병을 사러 와인숍에 들렀다. 매니저 추천으로 한 병, 평소에 마시고 싶던 걸로 한 병, 레이블이 예뻐서 한 병, 그렇게 3병을 골랐다. 그런데 문득 어떤 것부터 오픈해야 하나 싶었다. ‘뭐부터 마시지?’ 한 병이면 모를까 3병이나 되는데 마시는 순서가 있는 건 아닐까.


기본적으로는 가벼운 바디에서 무거운 바디 순으로, 화이트 와인에서 레드 와인으로, 단순한 아로마가 느껴지는 것에서부터 복잡한 아로마가 느껴지는 순으로 마시는 게 좋다. 물론, 어떤 음식과 매칭하느냐에 따라 그 순서는 바뀔 수 있고, 나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다른 순서로 마실 수 있다.


정답은 없다. 그저 맛있게 마시면 될 뿐. (출처: pinterest)


그런데 어떤 와인이 가볍고 무거운지 어떤 와인이 복합미가 느껴지는 와인인지 알 수 없다면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포도 품종, 국가별 특징 등을 공부해두면 이럴 때 유용하긴 하다.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레드 와인 품종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쉬라즈(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 등이 있다. 빈티지, 기후, 생산자의 양조 방식 등도 와인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품종만 놓고 보면 가벼운 피노 누아 품종을 먼저 마시고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쉬라즈 순으로 마시는 게 좋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있다면 보통 화이트 와인을 먼저 마시는데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이 레드 와인보다 타닌(tannin; 덜 익은 감처럼 떫은맛과 쓴맛을 내는 페놀 화합물)이 적기 때문이다. 산뜻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나 꽃 향이 나는 가벼운 리슬링(Riesling)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마신 뒤에 쫀쫀한 타닌이 올라오는 레드 와인을 마시는 편이 좋긴 하다. 물론, 선택한 와인이 피노 누아 품종과 샤도네이(Chardonnay, 또는 샤르도네) 품종 2가지라면 빈티지나 생산자 등을 보고 레드 와인을 먼저 마시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딸기 향이 가득하고 하늘거리는 느낌의 피노 누아를 마신 뒤에 오크 터치(오크통 향)가 있는 강렬한 존재감의 샤도네이를 마시는 편이 각 와인이 주는 아로마를 더 잘 느끼도록 해준다. 화이트 와인으로만 구성된 경우에도 분명 더 가벼운 품종이 존재한다. 오크통 숙성을 한 소비뇽 블랑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숙성하여 나오는 소비뇽 블랑은 풀, 자몽 등의 아로마가 올라오기에 먼저 마시고, 오크통 숙성을 한 샤도네이나 잘 익은 가르가네가(Garganega; 이탈리아 포도 품종으로 잘 익으면 아몬드 향이 올라오는 게 매력적이다)와 같은 화이트 와인을 나중에 마시는 게 좋다. 


만약 샴페인이 와인 목록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을 제일 먼저 마시기는 하지만 꼭 그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다. 샴페인은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감칠맛 나는 소스를 얹은 요리의 경우에는 섬세한 아로마를 느껴야 하는 와인보다는 소스 맛을 뛰어넘는 강렬한 레드 와인이나 만능 샴페인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샴페인은 시작을 알리기도 하고 중간에 둔해진 혀를 자극해주기도 하며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샴페인을 좋아하긴 하나 보다.)


마지막으로 올드 빈티지 와인은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을까? 


아마 이미 눈치챘겠지만, 와인을 마시는 데 기본적인 순서가 있다 하더라도 마실 와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더 맛있게 와인을 마실 수가 있다. 그래서 와인을 잘 알고 핸들링을 잘해주는 사람, 전문 소믈리에나 와인 고수가 옆에 있다면 여러 병의 와인을 마셔도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올드 빈티지 와인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모든 와인에 잠재 숙성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수년간 와인을 셀러에 두었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 풍미가 더 훌륭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올드 빈티지 중심으로 와인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픈해서 느껴지는 향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요소까지 모두 느끼려면 올드 빈티지를 제일 먼저 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내 혀가 쌩쌩한 상태에서 작은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니 와인 3병으로 홈술 파티를 한다면 샴페인이나 화이트 한 병, 피노 누아처럼 가벼운 레드 한 병, 조금 무거운 레드 한 병으로 구성해보는 건 어떨까?


정답은 없다. 그저 맛있게 마시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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