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병원인 세브란스 병원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보다 그동안 가고 싶었던 딤섬 맛집, 삼청동의 몽중헌을 찾았다.
당일 예약이 어려운 곳인데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가려고 할 때마다 다른 곳을 가야 했고 이번에는 기필코 가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 덕분이다.
아버님은 아직 의식도 없고 눈도 떠지지 않는 상태라 남편은 계속 침울해했다.
나도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아가와 지내는 아기 엄마는 육아를 해야 하니 스스로 감정조절이 필요할 때다.
면회 시간 동안 아버님을 뵙고 온 남편을 데리고 식당을 방문, 예약 시간보다 30분 일찍 방문해 유모차를 끌고 삼청동 이곳저곳을 다녔다.
이게 얼마만의 삼청동 나들이인가.
남편과 연애 이후로는 걸어서 하는 데이트는 오랜만이다.
게다가 아가와, 유모차를 끌고 올 수 있다니!
“나 여기서 사진 찍어줘”
“나 사진 찍을 기분이 아니야”
“알고 있어, 오빠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나는 아가랑 돌아다닐 테니 오빠는 다른 데 가서 쉬다와도 돼”
“그냥 뒤에서 갈게, 사진 찍어달란 말만 하지 마”
“알겠어, 우리끼리 다녀도 돼, 오빠는 좀 쉬고 있어”
오랜만에 신나는 나와는 달리 원래도 걷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아버님이 아프시니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침울하다고 우울해있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법... 오랜만에 몸도 움직이며 기분 전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데리고 온 이유도 있다.
학교 옆 돌담길을 걷자 여기가 노래 가사 속에 나오는 곳인지 묻는다.
“아니, 거기랑은 달라, 여기는 학교 옆이야~ 오빠 덕수궁 돌담길 안 가봤구나!”
“여기 서울 살면서 한 번도 안 와봤어”
속으로 어떻게 한 번도 안 와봤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삼청동 특유의 아기자기한 가게들, 음식점들이 많았고 몇 년 만에 와서 가게도 바뀌어 있었다.
“여기가 다 바뀌었네, 내가 마지막으로 올 때랑 달라졌어”
처음 방문한 남편은 기분은 좋지 않아도 새로운 곳을 오니 신기해했다.
아기랑 온 데다 남편은 구경할 기분이 아니니 좋아하는 가게를 들어갈 순 없었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식당 예약 시간이 되어 예약된 2층 좌석으로 안내받았다.
사전에 유모차를 갖고 가도 되는지 전화로 물었고 괜찮다고 했는데 우리의 좌석은 2층, 엘리베이터도 없고 디럭스형 유모차는 접이가 안되어 차량에 다시 실거나 유모차를 메고 올라가는 방법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전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갖고 와도 된다고는 했지만... 무게가 꽤 나가니... 차에 실을까 했지만 발렛을 맡긴 차를 찾아 무얼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조만간 접이식 유모차 꼭 사자"
"아냐, 괜찮아"
괜찮다곤 했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약한 딤섬 집은 생각보다 중후하고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룸도 있는 곳이었는데 당일 예약을 하다 보니 홀로 배정을 받았고 우리는 가족 모임 하는 테이블 사이에 끼어 식사하게 되었다.
평소, 멋진 식사 예절(?)을 가진 우리 아가가 한층 성장해서그런지 이앓이를 시작해서인지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의 느낌을 강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아가가 참 예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법, 소리가 커지기 전에 잽싸게 둘러메고 화장실로, 1층에 위치한 딤섬 만드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그럴 때마다 아가는 재미있어했고 더워서 심심해서 그랬던 건지 어느 때보다 많이 움직여야 하는 날이었다.
식사 주문 전에 딤섬 몇 개와 단품을 시키자는 나와 달리 딤섬 스페셜을 먹고 싶어 한 남편, 알겠다는 했지만... 역시나 코스 요리는 차례대로 나오느라 우리 아가를 배려해 주지 못했다.
나는 중얼중얼, 이래서 내가 코스요리는 안 시키려고 했다고... 아가가 있을 땐 단품이 최고라고 했다.
남편이 말하길, “이제 맛집은 안녕이야”
아가가 울 때마다 들쳐 메고 다닌 건 나고 식사를 못하고 있는 것도 난데 왜 맛집이 안녕이냐고 아니라고 계속 올 거라고 했다.
여러 번의 코스 요리가 나온 끝에 남편은 만족스럽게 식사했고 난 먹는 둥 마는 둥 입에 쑤셔 넣고 말았다.
다른 어느 날보다 최고의 식사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운 남편...
"그래, 맛있었지? 오빠 잘 먹으라고 내가 데려왔어"
속으로 아버님 아프시니 먹고 힘내...라고, 의도한 건 아닌데 잘 먹는 모습 보니 짠하고 며칠간 걱정하며 지냈을 시간에 괜히 짠해지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