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빠진 콜라를 좋아한다는 것

식성과 성격에 관한 간단한 고찰


나는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이중적인 표현일 수 있는 이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미각의 문제로 인해 아예 맛 자체를 느낄 수 없는 의미. 두 번째는 맛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보통 무엇을 먹어도 다 맛있다며 먹는 사람이다. 그렇다. 나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나는 김 빠진 콜라여도 얼음만 있으면 맛있게 마실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싱싱하지 않다고 말하는 연어도 연어 특유의 부드러움 때문에 곧잘 먹는다. 덜 바삭바삭한 돈가스를 맛있다고 먹기도 하며 숨이 죽어버린 반죽의 빵을 빵순이의 이름으로 금세 먹어치우기도 한다. 여기에 '맛있다!'라는 한 마디는 필수다. 이런 나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한 가족과 친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비슷한 한 마디씩을 한다.



세상에 네가 맛 없는 게 있어?

혹은

너는 대체로 다 맛있다고 하잖아.


특히 후자의 간결하고 명확한 정의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확신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할 뿐이다. 문제는, 나를 제외한 나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맛에 대한 기준이 어느 정도 높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맛에 대한 높은 기준이 없는 나에게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지극히 '평균'적인 기준일라도 말이다.


그래서 함께 밥을 먹을 때면 의도치 않게 미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나는 연신 맛있다는 말을 하지만 상대방은 보통이거나 맛이 없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함께 먹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나 혼자서만 만족해하는 것이 내심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김 빠진 콜라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또 없을까?'



김 빠진 콜라 뿐만 아니라 국이 식으면 식은 대로 맛있어하고 면이 덜 익었으면 덜 익은대로 맛있게 먹으며 때로는 물을 많이 넣어서 밍밍해진 라면조차도 맛있다며 맛있으면 맛있는대로, 맛없으면 맛없는 대로 그것을 주제 삼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나아가 그저 그 순간을 맛있어 할 수 있는 사람을 한번 만나고 싶어 졌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비슷한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까지는 전혀 결혼 생각이 없는 내가, 만약 결혼을 하고 싶어 진다면 나와 비슷한 식성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식성이라는 것은 곧 비슷한 성격임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어쩌면 나는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나만큼만 다정하고 무딘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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