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이어리, 그거 어떻게 쓰는 건데?

내 친구의 다이어리

요즘 나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다이어리를 꾸미고 있다. 사실 워낙 손재주가 없는 탓에 '꾸미기'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내 영역 밖이었다. 영역 밖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내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괜히 시무룩해지고 그래서 더 손을 놓게 된다. 꾸미기가 나한테는 그런 개념이었다. 특히 매년 열풍이 되돌아오는 '다이어리' 꾸미기는 나에게 일종의 흥미 없는 일이기도 했다.


볼 때마다 크게만 느껴지는 다이어리의 빈 공간들의 활용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다음에는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시중에 가득한 예쁜 꾸미기용 스티커들은 또 어디에 붙여하는지 등 본격적으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다면 동반될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게는 수고로움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의 일과들을 꼬박꼬박 기록하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든 행위였다. 그랬던 내가 꽤나 열심히 다이어리를 꾸미고 있는 이유는 블로그의 최초 이웃이자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 현지 덕분이다.


현지는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동물이면 동물, 캐릭터면 캐릭터, 모양이면 모양, 종류를 불문하고 세상에 나와있는 여러 종류의 스티커들 또한 너무 좋아한다. 지난해 가을 즈음 그녀가 꾸준히 꾸며온 다이어리를 나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다. 몇 군데 제외하고서 정갈한 글씨로 빼곡 빼곡하게 채워놓은 매일의 흔적들이 나는 꽤나 인상 깊었다. 그곳에는 일기는 물론 재미있게 본 영화 티켓과 감상평, 여행에서의 감정기록, 인생 버킷리스트와 같은 것들로 빼곡했다. 그러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현지 그 자체였다.


나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예쁘고 귀여운 스티커들을 어쩌면 그렇게 적재적소에 붙여 잘도 꾸며놓았는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감탄하면서 다이어리를 구경했다. 무엇보다도 그것을 나에게 보여주며 무척이나 행복해하던 현지의 모습이 인상 깊을 정도로 귀여웠다.


다이어리, 나도 한번 써볼까?


그때부터였다. 나도 다이어리를 한번 꾸준히 써볼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어쩌면 생각을 함과 동시에 결정은 내려졌던 것이다. 나의 가장 오래되고 친한 친구가 저렇게까지 좋아하는 일을, 나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점이, 어떻게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건지 말이다.


강릉의 한 게스트하우스 안 아늑함에서

그 이후로 약 8개월이 지났다. 예전 같았으면 예쁜 스티커들을 받아도, 메모지를 받아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몰라서 혹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상자 어딘가에 방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내용에 어떤 스티커를 써볼까!부터 시작해서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는 각종 의미 있는 것들에도 눈독 들이고 있다.


종종, 여전히 한번 놓쳤던 일과들에 이어 까먹고 손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한 바닥 정도가 너무나 깔끔한 여백으로 남아 힘이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세상 행복한 얼굴로 자신이 아끼는 스티커들을 아낌없이 나눠주며 뿌듯해하던 현지 생각이 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를 꾸며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성격에 꾸미다가 진작에 포기해버렸을 다이어리였을테지만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니 그 원동력이 내 의지가 아니라 사실은 현지의 영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나를 변화하고 싶게 만들고 실제로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새삼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것은 역으로 나를 변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얼마큼 소중한 사람인지에 대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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