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시/ 수화기 너머에는

전화를 끝을 때면, 이상하게도 배가 부르곤 했던 날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저편의 침묵에는

오늘도 못 전한 말이 가득하다


부끄러워 삼키고

후회할까 삼키며

슬퍼할까 삼켰던 말들이

오늘 밤의 우리를 배부르게 한다


서로에게 가닿지 못한

말들이

오늘 밤에도 가득하다





Epilogue

/ 카카오톡이니, 페이스북이니 오늘날 아무리 많은 메신저 기능들이 발달됐다고 해도 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 즉 대화의 본질은 '전화'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전화에는 텍스트로는 감히 전할 수 없는 '무언'의 순간들이 존재하는데

이 때, 발화되기 직전의 문장들이 존재했다가 없어지고 만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혹은 연인 사이일지라도 상대방이 내가 아니고, 내가 상대방이 아닌 이상 하고 싶은 말을 다 털어놓을 수만은 없다. 가끔씩은 그렇지 못한 사이보다 더 어렵기까지 하다. 그렇게 목 끝까지 차오른,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들을 다시 삼켜야만 하는 순간에 침묵이 찾아온다. 침묵이라 하면, 사전적 정의에 따라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는 상태'라는 뜻과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이라는 뜻을 지니는데앞선 경우에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어떤 말은 상대방을 위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어떤 말은 나를 위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우리를 위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와 '너'와 '우리'라는 명목으로, 끝끝내 수화기 너머에 가닿지 못한 말들이 수화기 너머로 가닿았던 말들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쩍 힘이 들 때면 나눴던 소중한 사람들과 전화를 끝으로 뭘 먹지 않아도 유난히 배가 부르고 더부룩했던 때가 자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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