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에 다녀와서 얻은 통찰
요즘 들어 부쩍 글을 쓰고 다듬기가 힘들어졌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파편화되어 갈래 갈래 흩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가느다란 갈래를 하나씩 붙잡고 써 내려가자니 글의 뒷부분엔 낭떠러지를 만날 것 같아 보여 쉬이 써내려 가지질 않는다. 그럴 때는 나의 내면에 집중해 보기로 한다. 이렇게 주절주절 써 내려가는 것이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 다녀왔다.
미술은 잘 알지 못하는 엄마인지라 아이들에게 작품 하나하나 멋들어진 설명은 해주지 못하더라도 그 당시 이런 그림들이 재벌의 손에까지 들어갔다는 것은 생각하면 그것을 창조한 작가들의 가치가 얼마큼이었는지를 알게 해주고는 싶었다.
그렇게 입구에서 하나씩 작품을 감상하다 올해 8살인 딸아이의 눈에 유독 쏘옥 들어오는 그림이 있다.
"엄마! 나 저 그림 그릴 수 있겠어요!!"
"오 그러고 보니 우리 하린이가 그리는 그림과 비슷한데~ 오늘 집에 가서 한 번 그려볼까?"
어린이들도 그릴 수 있는 얼굴만 덩그러니 그려진 저 그림을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왜 소장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그림의 가치는 잘 그려진 그 작품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잘 그린 그림은 어쩌면 입시미술을 준비하고 있는 그 학원 속 아이들의 그림이 아닐까? 홍보용으로 학원앞에 일열로 늘어진 그 작품들을 볼때면 어찌나 리얼한지 내 입에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대단한 작품들이 티비쇼 진품명품에 감정가를 물으러 나온 것을 본적이 있는가? 그림의 가치는 그림의 완성작이 아닌 그 그림을 그려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피카소가 그렸다고 하면 그것이 단 하나의 점이라도 그 작품을 너도나도 소유하고 싶어질 것이며 그 가치는 뛸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너무도 유명한 피카소, 고흐의 작품도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기 전에는 보통의 평범한 그림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의 명성을 갖추기 까지는 수없이 많은 작품을 창조하려는 그 시도를 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에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을 때도 있었겠지, 어느 날 보니 자신의 그림이 형편없어 보였을 때도 있었겠지.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그리며 자신과의 대화를 했을 테고 그러면서 자신만의 철학이 생겨났고 그것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졌겠지. 그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지금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들의 색깔이 잘 갖춰진 작품들을 탄생 시켰다.
글이 안 쓰일 땐 이것저것 써보는 것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누가 볼까 신경 쓰지 않는 잘 써야 한단 강박을 벗고, 이러한 중얼거림이라도 매일 쓰는 나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러다보면 그 가치라는 것이 어느 날 불현듯 나에게도 잘 맞는 슈트를 입은 듯 언젠가는 나의 글에 입혀지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도 글은 마무리된다.
#by쓰며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