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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우 Jan 04. 2020

폐업한 이야기

다시 일어서기_4

사업을 하면서 통장에 잔고가 0이었던 적이 3번 있다. 

그때마다 주변에 무릎 꿇고 빌어 간신히 돈을 융통해서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갔다.  

하지만 같이 있던 팀원들은 급여를 주지 못했다. 회사의 위기만 넘겼을 뿐... 

그래도 계속 같이 남아있어 준 팀원들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꾸역꾸역 살다가  어느 날 내가 두 손 두 발 들었다. 

팀원들에게 우리 헤어져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 해고 처리했다.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들리는 소식엔 취업할 수 있는 적정 기를 넘겨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는 어려움이 들렸다. 내가 나쁜 놈이다. 더 빨리 보내줄걸.. 


혼자 3개월을 더 버텼다. 

망해가도 사업자등록증이 있을 땐 어떤 기회가 자꾸 온다. 

3년 전에 전시회에서 만난 분이 제품 300개를 주문하셨다. 하지만 재고가 모두 소진되었고 그 당시 자본잠식으로 추가 생산을 할 수 없었다.  또 광고 쪽 회사에서도 100개 주문이 들어왔고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컨테이너로 가자고 이야기가 오는데 기쁘면서도 울음이 나왔다. 이젠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감사하다고 하고 전화를 돌린다. 제품 개선 중이라 차후에 개발 끝나고 연락드린다고 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로 안면이 마비되고 몸 한쪽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판단력을 잃어가는 게 느껴지고 날 스스로 믿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주변에서 기회를 주지만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폐업을 하고 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난 정말 죽은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눈물만 나오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친한 형님한테 전화를 걸어 말도 못 하고 울기만 했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고 내가 지금 누워있는 이 집도 내일모레 방을 뺀다. 

갈 곳이 없었다.  날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사무실 짐은 친한 형님 포터 빌려서 본가로 내리고 

나는 터미널이나 친구 사무실을 전전하며 잠을 잤다.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이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분명히 알 수밖에 없었다.  

대표인 내가 잘못했고 부족했다. 

이게 내 3년 전 모습이다. 


3년을 방황했다.  

개인회생을 진행하고 

주변의 도움으로 회사원으로 살았다. 

회사를 다니며 자존심만 남아서 그런 걸 숨기는데 고생을 했다. 

실패를 곱씹으며 경영과 마케팅 공부를 계속했다. 


2020년 이제 다시 사업자를 냈다. 

다시 도전한다. 법인에서 폐업하고 다시 개인으로 시작한다. 


중간중간 많은 아픈 에피소드가 있지만 큰 줄거리는 이렇다. 

사업가로서 흥망성쇠를 한번 겪으니 힘들 때 나에게 전화 오는 사람도 많다.

그 대표님들의 어려움들이 공감도 많이 가고 내가 두려움도 덜어줄 수 있어서 지난 나의 아픈 경험들도 이젠 감사하다.  다시 못 할 소중한 경험이다.  


쇠락하는 시점에 가장 중요한 건 대표자의 태도다. 

난 그때 복싱 경기에 있는 9라운드 마지막 그로기 상태의 복서가 된 기분이었다. 

머릿속에서는 가드 올리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렸고 

난 고개를 숙이고 손을 올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사람을 귀하게 보는 태도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흥망성쇠를 겪는다.  쇠가 지나가면 흥이 돌아온다. 

계절 같이 생각하고  자연의 법칙을 믿길 바란다.  

쇠할 때 잘 쇠 하고 잘 망하면 다시 흥하고 성하기 편하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믿는 법을 다시 기억해내야 한다. 

사랑하고 행복을 기원해준, 곁에 남아준 사람들에게 매번 감사해야 한다. 

은혜는 열 배로 갚아야 한다. 


망하면 나 혼자 망하지 않고 주변도 같이 힘들다. 

다만 티를 내지 않을 뿐.. 나 대신 다른 전장에서 싸워주는 그들을 믿고 감사해야 한다. 


건강을 되찾고 정신을 다시 차릴 때까지 답답해도 견디길 바란다. 

스스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다시 쌓아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이 조각나고 가루가 될 테지만 그래서 다시 쌓을 땐 견고해질 수 있다.

시간을 믿고 나를 믿고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다시 일어날 수 있다. 


3년의 방황 끝에  이젠 조금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다. 

여러분도 그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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