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형아는 야구왕
작은 형아는 야구 엘리트 선수다.
그 말만 들어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왜냐하면 내가 매일 바라보는 작은 형아는, 진짜로 야구왕처럼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형아는 매일같이 청량한 아침 공기와 초록빛 산에 둘러싸인 리틀 야구장에서 훈련을 한다. 새벽 햇살이 잔디 위에 내리 꽂히면, 작은 형아의 하늘색 유니폼은 금빛처럼 반짝였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 역할은 단순하다. 형아의 볼 보좌관, 바로 볼 주워오기다.
“탁!”
배트가 공을 때리는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리면, 나는 곧장 네 발로 뛰었다. 공이 떨어진 곳마다 달려가서 코끝으로 굴려 상자에 담는다. 꼬리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타쿠미, 최고야!”
작은 형아는 항상 내 이름을 불러주며 웃었다. 그 웃음이 마치 나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면 단순히 강아지가 뛰어다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다르다. 작은 형아의 꿈을 함께 키우는 일이자,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임무다.
때로는 공이 잔디 속에 숨어버려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쫓았다. 그리고 끝내 찾아내면, 형아는 두 팔을 벌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역시 우리 타쿠미! 너 없으면 훈련이 안 돼.”
그 순간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그래, 작은 형아. 나는 형아 전속 야구 보좌관이야. 형아가 야구왕이 되는 그날까지, 매일 이 초록 구장에서 함께 뛸 거야.”
작은 형아의 배트가 공을 때릴 때마다 청량한 공기가 흔들렸다. 공은 하늘을 가르며 높이 솟구쳤다가 저 멀리 잔디밭에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 빠른 발로 뛰어가 공을 집어 들었다. 초록빛 풀잎이 다리에 스치고, 햇살이 내 등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볼을 주워 상자에 넣을 때마다 작은 형아는 멀리서 씩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미소 하나면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뛰어다닐 수 있었다.
가끔은 형아가 일부러 천천히 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가까이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신이 나서 바로 달려가고, 작은 형아는
“잘한다, 우리 타쿠미!”
하고 환호해 주었다. 마치 내가 야구팀의 중요한 일원이라도 된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연습이 끝나면 우리는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땀에 젖은 유니폼이 바람에 식어가고, 작은 형아의 숨소리가 고르게 잦아들었다. 형아는 손에 쥔 글러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타쿠미, 나 언젠가 진짜 야구왕이 되고 싶어.”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작은 형아의 꿈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그가 매일 땀으로 써 내려가는 진짜 약속이라는 것을.
작은 형아의 연습은 늘 정해진 순서로 흘러갔다. 먼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굳은 근육을 풀고, 러닝을 하며 운동장 가장자리를 돌았다.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형아의 그림자가 되었다. 형아의 발소리가 흙 위에서 리듬을 타듯 울려 퍼질 때, 내 발걸음도 그 소리에 맞춰 작게 뛰었다.
배팅 케이지 앞에 서면 작은 형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오직 공과 배트, 그리고 자기 자신밖에 없는 것처럼. 형아는 무심히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가 천천히 돌리며 감각을 되살렸다. 그 동작 하나에도 하루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슥!”
방망이가 공을 맞아 터져 나가는 소리가 공기 위로 퍼졌다. 공은 하늘을 그리며 직선으로, 때론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나는 잔디 위를 내달렸다. 발끝에 흙이 튀고, 잔디 향기가 코끝에 가득 스며들었다. 공을 주워 들고 상자에 넣을 때마다, 작은 형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고갯짓 하나가 ‘잘했어, 고마워’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작은형아가 투수 연습도 했다. 마운드 위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내가 아는 형아가 아닌 것 같았다. 작은 어깨에 묘하게 어울리는 진지함, 공을 손끝에서 놓기 전까지 흐트러짐 없는 시선. 그 순간만큼은 야구장이 아니라 커다란 스타디움 위에 서 있는 듯했다. 나는 포수라도 된 것처럼 형아의 공을 상상으로 받아내며 뒤에서 응원했다.
그리고 연습이 끝난 뒤, 작은 형아는 언제나 나와 함께 덕 아웃에 앉았다. 땀으로 젖은 모자를 벗어 이마를 훔치며, 형아는 늘 같은 말을 하곤 했다.
“타쿠미, 언젠가 내가 홈런을 치면, 너도 같이 뛰어야 해. 알았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형아의 땀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걸 보며, 그 약속은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다.
훈련이 끝나면 작은 형아와 나는 늘 같은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노을빛이 야구장의 철망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형아는 무거운 배트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나는 형아가 들고 있던 글러브를 대신 물고 걸었다.
야구장 근처에는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오래된 간판이 삐걱거리며 매일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그곳에서 작은 형아는 땀에 젖은 얼굴로 내게 웃으며 물었다.
“타쿠미, 오늘은 뭘로 할까? 아이스크림? 아니면 사이다?”
나는 대답 대신 꼬리를 흔들었다. 작은 형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아이스크림 두 개를 들고 나왔다. 하나는 자기 것, 하나는 나를 위해. 비록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지만, 형아는 언제나 두 개를 산다.
“타쿠미 몫이야. 네 덕분에 오늘도 열심히 할 수 있었거든.”
형아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그 말이 좋아서 괜히 더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다. 형아가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 때, 나는 옆에서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그 기분을 같이 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더 가벼웠다. 형아의 발걸음은 훈련할 때보다 훨씬 경쾌했고, 나는 그 옆에서 형아의 그림자를 밟으며 뛰었다. 별빛이 하나둘 켜질 무렵이면, 우리는 이미 내일의 연습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일은 더 멀리, 더 높이 쳐야지. 타쿠미, 같이 도와줄 거지?”
형아의 말에 나는 멍멍, 크게 짖으며 대답했다. 우리 둘만의 작은 약속이 노을 속에 흩날리며, 하루의 훈련은 그렇게 끝을 맺곤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훈련이 쌓여 갔다. 작은 형아는 땀방울로 하루를 채우고, 나는 떨어진 공을 물어 나르며 그 곁을 지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의 작은 노력들은 야구장 한쪽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찾아왔다.
야구왕 WJ 대회.
아침부터 집 안은 분주했다. 작은 형아는 하늘색 저지에 새하얀 바지인 유니폼을 입고, 푸른 글러브를 꼭 쥐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한 듯, 형아의 어깨는 빳빳했고 눈빛은 반짝였다.
“타쿠미, 오늘은 드디어 보여줄 날이야.”
형아가 내게 속삭였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오늘이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날이라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형아 앞을 뛰어갔다.
야구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응원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햇살이 야구장 위로 쏟아지고, 푸른 잔디가 반짝였다. 작은 형아의 얼굴은 긴장 속에서도 결의에 차 있었다.
나는 응원석 한편에 앉았다. 오늘은 공을 주워주지 못하지만, 내 마음은 누구보다 더 강하게 형아 곁에 있었다.
“작은 형아, 힘내! 오늘은 형아가 진짜 야구왕이 되는 날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형아가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내가 함께 경기장에 뛰어드는 듯 심장이 쿵 하고 뛰기 시작했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경기장을 가르자, 작은형아가 천천히 타석으로 걸어 들어갔다. 형아의 손에 쥔 배트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공기는 잔뜩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관중석의 웅성임, 심판의 손짓, 투수의 준비 동작…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스트라이크!”
첫 번째 공은 번개처럼 날아와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작은 형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좋아, 괜찮아.”
형아가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두 번째 공.
작은 형아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발끝은 땅을 단단히 눌렀다.
‘휙!’
배트가 허공을 가르며 돌아갔지만, 아쉽게도 공은 스쳐 지나갔다.
“스트라이크 투!”
관중석에서 긴장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앞발을 들고 심장을 콩콩 울리며 속삭였다.
“형아, 할 수 있어… 형아가 제일 멋진 야구왕이야.”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순간, 형아의 눈빛이 번쩍였다. 모든 힘이 배트 끝으로 모였다.
‘탕!’
타구음이 경기장을 찢었다. 공은 높이, 더 높이 하늘로 치솟더니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저 멀리 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관중석은 환호로 폭발했다.
나는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짖어댔다.
“형아 해냈어! 해냈다!!”
작은 형아는 베이스를 하나씩 밟으며 달렸다. 땀이 흐르는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진짜 야구왕 WJ였다.
작은형아가 홈베이스를 밟는 순간, 팀 동료들이 몰려와 환호하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라운드는 승리의 열기로 들끓었다.
관중석에서 아빠는 두 손을 높이 들어 환호했고, 엄마는 눈가를 훔치며 박수를 보냈다. 큰 형도 자리에서 일어나 힘껏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
“우리 동생 최고야! 진짜 야구왕이야!”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다리를 잽싸게 굴러 경기장 쪽으로 달려 나갔다.
“타쿠미! 거기 위험해!”
엄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내 귀에는 작은 형아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드디어 형아 앞에 도착했을 때, 형아는 무릎을 굽혀 나를 반겼다.
“타쿠미! 형아 봤어? 홈런 쳤다!”
형아의 얼굴은 땀과 흙투성이였지만, 그 미소는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형아의 유니폼을 핥으며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멋졌어, 형아! 정말 최고였어!”
말로는 전할 수 없어, 온몸으로 소리치듯 뛰어올라 형아의 가슴에 안겼다.
그 순간, 가족들이 함께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아빠와 엄마, 큰 형아까지 모두 모여 작은 형아를 끌어안았다.
“정말 자랑스럽다.”
아빠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고했어, 우리 아들.”
엄마는 형아의 땀에 젖은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화려한 상도, 메달도 필요 없다.
우리 가족이 함께 웃고, 함께 기뻐하는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반짝이는 우승의 순간이라는 것을.
작은 형아의 홈런으로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는 승리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가족 모두가 형아를 끌어안고 축하했다. 웃음소리, 박수소리, 그리고 형아의 숨 가쁜 웃음이 공기 속에 섞여 빛나듯 퍼져나갔다.
나는 형아의 품에 안겨 꼬리를 힘껏 흔들며 속삭였다.
“형아, 형아는 진짜 야구왕이야. 너무 자랑스러워.”
아빠는 형아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은 네가 팀을 이겼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진짜 선수다.”
엄마도 눈을 반짝이며 형아의 땀에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큰 형아는 웃으며
“내 동생이 이렇게 멋질 줄이야!”
하고 놀리듯 말했지만, 그 눈빛 속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행복이 가득한 그 순간,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철장 안에 아직 갇혀 있는 나의 엄마.
‘엄마도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형아의 홈런을 보며 같이 웃을 수 있었을 텐데. 나처럼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 안길 수 있었을 텐데…’
가슴 한쪽이 살짝 저려왔다.
그러나 나는 곧 다시 눈을 뜨고 형아의 품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엄마. 언젠가 내가 꼭 데리러 갈게. 그날이 오면 우리 가족 모두가 잔디밭에서 함께 뛰며 웃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다시 꼬리를 흔들며 외쳤다.
“작은 형아, 우리 다 같이 달려! 더 크게, 더 멀리!”
작은 형아의 홈런으로 끝난 오늘 경기는 그저 하나의 승리를 넘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야구장에 울려 퍼진 환호성, 형아의 미소, 그리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끈끈한 사랑. 나는 그 한가운데에서 뛸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같은 빈자리가 있었다.
‘엄마도… 여기 함께 있었으면.’
형아가 글러브를 벗어 내게 장난스레 씌워주었을 때,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 언젠가, 정말 언젠가 나는 엄마를 구하러 갈 거야. 오늘 형아가 야구왕이 된 것처럼, 나도 내 꿈을 이룰 거야.’
그 순간, 하늘 위로 날아가는 야구공이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빛나며 끝없이 날아가는 그 공은 마치 내 마음 같았다. 아직 닿지 못했지만, 반드시 닿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소망.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내 다음 여정이 곧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