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페르소나에 대한 고민과 수치심

브랜딩 원칙 "부계정을 만들지 마라." 그런데 난 못해.

by 본연

브랜딩을 공부하다 보면 '부캐를 만들지 마세요.'라는 조언을 종종 본다.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말고, 하나의 정체성을 더 뾰족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여러 개의 SNS를 정리하였지만 나의 부캐 만들기는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부캐를 만드는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나의 본모습을 가까운 사람들이 보는 것이 두렵고 수치스럽다. 표현의 욕구와 자기 보호의 욕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2. 관심사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관심사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SNS를 고민한다. 완벽주의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다른 글들이 섞이는 것이 싫다.


그렇다면, 부계정을 계속 생성하는 것은 정말 문제일까?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기준은 "여러 개의 페르소나가 나의 삶을 방해하는가?"이다. 부캐가 많아도 나의 삶과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된다면, 즉 각각의 채널에서 치유와 실험이 이루어지며 그것이 나에게 이롭다면, 상관없다. 또는 지나친 에너지 낭비가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대단한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통해 탐색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여러 정체성과 감정의 결들을 실험해 보는 과도기이다. 누구나 방황을 하는 시기가 있으니.

이런 경우, 나의 행동들은 중구난방 복잡한 것이라기보다 섬세한 실험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다. 복잡함을 거치지 않고는 절대 심플함으로 갈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캐 생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자꾸 여러 가지 실험을 하다 보면 정리는커녕 더 무질서의 상태로 가게 된다. 어느 날은 어떤 콘텐츠를 만든 후 "이걸 도대체 어디에 올려야 하지?”라고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러다 결국은 아무 데도 글을 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정체성 파편화가 문제가 되는 경우이다.


두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

첫째는 '다층적인 나'를 묶는 하나의 메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상위 개념의 '나'가 존재하고, 그 아래에 여러 가지 관심사들을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냥 정당화해 버리는 것이다. 즉 계속 문제를 안고 살아가면 된다. SNS가 10개라고? 상관없다. 사람들은 일정 부분 누구나 다중인격이며 10개의 SNS는 그저 내 안의 10가지 모습일 뿐이다.


결론은, 부캐 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캐를 만들어야 하냐 말아야 하냐.라는 질문보다, 본질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때로는 나를 살리기 위해 쓰기도 한다. 그러니 가장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 해결해 보자. 부캐의 수도 중요하지 않고, 정체성의 파편화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나에게 도움을 주는가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 이다. 언제나 내가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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