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는 여정을 사랑하는 이유

음악과 이야기 33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33 : 혼자 추는 춤 - 언니네 이발관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2015년 발매작 '혼자 추는 춤' 싱글의 2번 트랙


'누구도 누굴 이해하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춤을 추면서'


나는 홀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행위의 이유에 관해 번뜩이는 생각이 들어 오랜 상념을 끄집어 소논문의 형태로 빈약한 글을 써 보았다. 역시 애매한 소속감보다는 완전한 이방성 속에서 숨쉬기가 더 편하다 느낀다.




상호 인정된 이방성에 관한 시론(試論) : 낯섦의 공간에서 탄생하는 자유



- 서론: 이방인의 존재 방식 재해석

전통적으로 '이방인'은 공동체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소외된 타자로 간주되어 왔다. 사회적 소속이 부재한 존재로서 이방인은 종종 경계인, 또는 적응 실패자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방인을 단순한 소외자로 보지 않고, 의도적이고 자발적인 위치 선택으로서의 '상호 인정된 이방성'이라는 새로운 틀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시선이 낯선 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불쾌한 골짜기의 메커니즘을 비껴가며, 타자성을 능동적으로 채택하는 존재론적 전략이다. 특히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구현되는 이방성은 개인의 내적 자유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방성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상호 인정된 이방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적 주체의 자율적 존재 방식을 논구하고자 한다.


- 이방인의 철학: 수동적 소외에서 능동적 거리로의 전환

이방인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주로 실존주의 철학자들, 예컨대 카뮈의 『이방인』, 사르트르의 타자성 개념에서 전개되어 왔다. 이들은 세계의 부조리와 인간의 소외된 위치를 강조하며, 인간이 필연적으로 낯선 존재임을 천명한다. 하지만 이 논의들은 주로 수동적 소외의 관점에 머물렀다. 타인에 의해 대상화된 낯섦, 그리고 그로 인한 존재적 고통이 강조된다. 이에 반해, 이 글에서 제안하는 '상호 인정된 이방성'은 다르다. 여기서 이방성은 타인의 배제로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나 스스로가 동시에 인정하는 자연스러운 거리이다. 이것은 '부자연스러운 적응'에 대한 대안이며, 개인이 자신의 타자성을 의식적으로 채택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이방성은 사회적 오해나 불편함의 산물이 아니라, 자율적 거리 설정을 통한 내적 해방으로 기능한다.


- 공간으로서의 이방성: 여행지에서의 존재론적 자유

'상호 인정된 이방성'은 특히 여행이라는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타지에서의 개인은 본질적으로 그곳 사람들과 분명히 구별되며, 사회적으로도 이방인으로 인정된다. 여행자는 그 공간의 규범적 기대에서 벗어난다. 그는 지역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손님(客)이고, 초심자이며 관찰자다. 이로써 그는 불완전한 소속의 모호한 위치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비소속 상태로 전환된다. 이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의 사회적 버전에 해당하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닮았으나 다르다'는 존재가 주는 불편함을 피해, '명확히 다르다'는 위치에 설 때 관계의 긴장이 완화된다. 결국, 이방인으로서의 자유는 공간적 맥락과 맞물려 구체화된다. 타인은 여행자를 무리의 일원으로 보지 않으며, 여행자는 타인의 시선을 억지로 내부화하지 않는다. 이 상호적 인식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이방성을 부끄러움 없이 긍정할 수 있다.


- 존재론적 전환: 낯섦을 긍정하는 존재 양식

'상호 인정된 이방성'은 단순히 사회적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궁극적으로 존재론적 전환의 문제다. 이방성은 타자화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위치로서 존재할 때 비로소 내적 해방감을 제공한다. 여기서 핵심은 자기 존재를 설명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공간에서는 설명의 의무가 사라진다. 타인의 이해나 오해에서 자유롭고, 설명되지 않아도 존재로 충분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야말로 진정한 존재의 투명성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방성은 일상의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하다. 적절한 거리의 유지, 불필요한 소속의 강요 거부, 타자성의 자연스러운 수용을 통해 개인은 사회적 피로와 자기 소외로부터 벗어나 존재의 본연성에 가까워질 수 있다.


- 결론: 낯섦 속에서의 자기의 존재의 완성

'상호 인정된 이방성'이라는 개념은 낯섦을 불편함이 아니라 존재의 편안함으로 전환한다. 사회적 소속의 모호함 속에서 고통받는 개인은, 명확한 이방인으로 존재함으로써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이 사유는 단순히 여행자의 존재 방식을 넘어, 현대적 인간의 자기 존재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무리 속에서 애매하게 소속되기를 강요받는 오늘날,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회적 긴장과 피로를 피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방성은 소외의 비극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자유로운 존재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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