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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jiy Jun 10. 2020

개발자가 디자인을 안다는 것

한 달 동안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



42SEOUL 본 과정 도중 재미있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각자 팀을 꾸려 한 달 동안 웹, 앱 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마침 주변에 마음 맞는 분들이 계셔서 열심히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결과물이 농수축산물 시세 찾기 "카트 세이버(Cart Savior)"입니다. 오늘 시세 및 온라인 가격을 바로 알려주면서 똑똑한 장보기를 돕는 반응형 웹이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코딩 초보 세 명이서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실제 작동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서 중 일부. 나름 다양한 기능을 갖춘 프로젝트입니다.



제 담당은 디자인 및 프론트엔드 개발이었습니다. 사실 프론트엔드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데이터를 프론트단에서 조작할만한 일이 거의 없어서 실질적으로는 퍼블리싱에 가까웠지만요.

다만 디자인은 제대로 작업했습니다.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찾고, Sketch툴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마땅히 꽂히는 이미지가 없을 땐 새로 만드는 일도 있었고요.




사실 디자인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혼자 이것저것 만지면서 익힌 기술이라 전공자처럼 체계적으로 배운 디자인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제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걸 재미있어해서 이번 프로젝트처럼 디자인이 필요할 때면 먼저 손을 들곤 합니다. 코딩과는 다른 눈이 즐거운 작업이랄까요.


Sketch도 첫 도전이었는데 꽤 알차게 쓴 것 같습니다.

 



예전에 퍼블리셔로 일했을 때 디자이너분들과 얘기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을 넘겨받아 작업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적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잡담도 종종 섞이게 되었거든요.

오가는 대화 속 기억나는 주제는 개발입니다. 의외로 프로그래밍을 궁금해하시는 디자이너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작게는 HTML, CSS 같은 마크업 언어부터 크게는 Swift처럼 본격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계셔서 때로는 제가 더 모를 때도 있었지요. 각자 배우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직접 만든 디자인을 구현까지 해보고 싶으셨거나, 요즘에는 개발자가 아니어도 코딩을 배우는 트렌드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주변 개발자 중에서는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거나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은 잘 안 계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은 타고난 미적 감각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일 수도 있고, 개발의 경우는 온라인 강의부터 국비지원 수업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디자인은 어디서부터 배워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저 또한 웹 디자인을 처음 공부할 때 여백, 조화 등 소위 말하는 감각을 익히는 게 제일 힘들었거든요.




지구 상 모든 사람이 동일한 유형일 수 없듯 같은 개발자라고 해도 사람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다릅니다. 프로젝트 회의나 발표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조용하게 주어진 업무를 하는 데 특화된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중에는 디자인을 아는 개발자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개발자에게도 다른 동료들이 갖고 있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선 제 경우는 디자인부터 개발까지 혼자 작업이 가능하다 보니 이번처럼 소소한 개인 프로젝트에서도 제 목적에 맞는 UI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 실무에서는 화면단을 구현할 때 디자인의 의도에 맞는 디렉토리 구성이나 네이밍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의 고충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 원만한 사교생활에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한 대로 UI를 짜고, 구현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것과 하나의 능력에 집중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유튜브만 해도 혼자 촬영, 편집, 운영까지 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는 반면 각 역할별로 담당을 나누어 전문성을 갖춘 채널도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구독하는 이유 또한 다양하고요.

그래서 어떤 역량을 더 키우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그냥 제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디자인을 좋아하고 쉬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가 지금의 제 소개글이 될 수 있겠네요. 혹시 알까요. 이런 제 컨텐츠가 취향에 맞는 분들이 계실지도요.


소소한 재능이지만, 저는 꽤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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