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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jiy Jul 29. 2020

개발자로서 글을 쓰는 이유

개발자, 그리고 블로거로 지내며 고민한 생각들

개발자라면 기술 블로그지!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글을 쓴 지 어느덧 2년이 넘어갔습니다. 아직은 블로거로서도, 개발자로서도 배우고 있는 단계이기에 이런 글을 써도 괜찮은지 조심스러웠지만 주변에서 기술 블로그를 시작하는 데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에게 제 경험이 적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포스팅을 기획했습니다.




시작은 단순하게

호기롭게 시작한 블로그 첫 포스트

저는 개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기술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github page에서 약 1년 반 정도 운영했고 최근에 brunch로 이전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맞춤법 검사, 한눈에 보이는 통계 페이지 등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다양한 기능들이 brunch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펙 쌓기 용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포스트 수가 늘어나고 보시는 분들도 점차 늘어나자 어느 순간부터 제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개발을 막 시작한 분들에게 블로그를 추천할 때도 그분들이 끌릴만한 메리트를 얘기해야 하는데 제 스스로가 그 행동의 장점이나 이유를 모르니 막연히 추천하기에도 애매했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고민을 했고, 지금에야 제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딱 그만큼만 나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다가 발견한 굴튀김 이론에 대한 설명인데, 그대로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굴튀김에 관한 글을 써보면, 당신이 굴튀김이라는 소재를 얼마만큼 깊숙이 알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가 그대로 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글이란 결국 정확히 작가가 가진 것만큼을 내놓는 일이다.


굴튀김처럼 개발 또한 관련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얼마나 이 주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내가 정말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면 서툴지라도 핵심이 뚜렷한 글이 완성되겠지만,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어영부영 시작하게 되면 쓰다가 엎어버리거나, 완성하더라도 부끄러운 글이 되어버립니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로 뒤덮여있거나 인용의 흔적만이 가득한 스크랩북 같은 글이 만들어지는 거죠.

제게도 쓰던 중 한계를 느끼고 폴더 한편으로 치워버린 글들이 꽤 남아 있습니다. Vue, Gatsby, 알고리즘 등 주제는 다양하지만 전부 제가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것 외에도 먼지만 쌓여가는 글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글이 아는 만큼 나온다고 해서 잘 아는 내용만 써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이는 경우도 있거든요. 제겐 최근 연재하고 있는 [해치지 않는 웹 시리즈]가 그러합니다.


거의 공부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담아냈던 시리즈입니다.


웹 네트워크를 공부해보고 싶어 웹 동작 과정에 대해 작성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다 관련 자료들에서 http라는 용어가 자주 나오길래 그 부분을 공부해서 다음 포스팅으로 썼고, 그 과정에서 또 Proxy, DNS라는 개념을 만나며 차례로 글이 추가되었습니다. 아직도 100% 이해한 건 아니지만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글은 남습니다. 그것도 아주 길게요.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좋아해서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글의 분량은 기분 따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게으른 제가 매일 꾸준히 쓴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대견해하는 중입니다.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매력적인 건 그 당시에 있었던 사건이나 감정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전 애인의 일로 힘들어했던 글을 보면서 그땐 그랬지 하며 웃기도 하고, 퇴사하고 쓴 글을 보며 지금의 나는 그때에 비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돌이켜보기도 합니다.

블로그 쓰기도 개발자로서의 제 과거를 돌아보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게 많았던 때엔 매 포스팅마다 다른 주제들로 작성했고, 대외활동을 한창 많이 하던 때엔 감성에 젖은 회고글로 가득합니다.

한창 나돌아 다니기(?)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이처럼 블로그에는 내가 기술적으로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그 당시에는 무엇을 느꼈는지가 고스란히 남고, 그 기록들을 토대로 앞으로의 성장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의 기억보다 글은 더 오래 남습니다. 아직도 종종 일기 앞장을 넘겨보고 2019년에 쓴 포스트를 구경하는 제게 있어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기록하고 반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저 또한 개발자로서의 제 기반을 다지는 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주변 지인들 또한 많은 조언을 해주었지만 가장 감사한 건 아마 StackOverflow와 얼굴도 모르는 티스토리 블로거 분들일 것 같습니다. 구글링이 없었다면 개발자로서의 전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오픈소스 생태계는 제게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제 코드가 제 코드가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를 개방하는 일이 문화로 자리 잡힌 환경 속에서 배우다 보니 저 또한 누군가에게 개발자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시작한 일들 중 하나가 블로그였습니다. 아직은 배우는 입장이고 일주일에 하나 정도 겨우 쓰고 있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조회수와 간간히 댓글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분들을 보며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고, 때문에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이처럼 블로그를 쓰는 일은 내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받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돌려주는 일, 멋있지 않나요?



마무리

가끔 지인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봅니다. 같은 MBTI라도 성격이 천차만별이듯 블로그 또한 플랫폼부터 글 쓰는 스타일, 하다못해 카테고리 정리 방식까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소 스타일과 다른 글을 쓰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디선가 음성지원이 될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글에 담는 사람도 있습니다. 글을 본다는 건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카톡에서 적절한 밈을 잘 던지던 동료는 블로그에서도 똑같더군요.

그래서 저는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단순히 스펙 쌓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용을 넘어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또한 아직은 고민이 많은 초보 개발자이자 초보 블로거이지만, 목표로 삼고 있는 나와 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을 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적어보려 합니다.

이 글이 블로그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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