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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jiy Sep 27. 2020

무엇을 위해 웹 접근성을 지킬까

프런트엔드 개발자가 생각하는 웹 접근성, 그리고 필요한 이유

지난주에 JSConf2020 온라인 콘퍼런스를 들었습니다. 처음 보는 주제들 속에서 눈에 띄게 익숙한 주제가 보였는데 바로 웹 접근성과 관련한 발표였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웹사이트? 자바스크립트의 잘못은 아니랍니다" 라는 제목이었는데 개발자들이 놓치기 쉬운 접근성 위반 사례와 이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코드를 짜면 좋을지 설명하는 세션이었습니다.


세션 자체는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이 주를 이뤘기에 오랜만에 복습하는 겸 듣고 있었는데, 발표 마지막에 발표자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우리는 코딩을 할 때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항상 접근성에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인 명제임에도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더 마음에 와 닿았나 봅니다.




웹 접근성이란

한국 웹 접근성 인증마크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 a11y)이란 장애인이나 고령자분들이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시각 장애인들이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를 낭독해주는 스크린 리더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엉뚱한 내용을 읽거나 의도하지 않은 경험을 얻지 않도록 코드를 짜는 일이기도 합니다.

개발에도 컨벤션이 있듯 웹 접근성도 모두가 동일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지침이 있습니다. 나라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른데 현재 우리나라는 2015년에 제정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을 기준으로 접근성 준수 여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예전에 웹 퍼블리셔로 일할 때는 접근성에 신경 쓸 일이 많았습니다. 애초에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웹 접근성 교육을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고요. 간단하게는 이미지나 링크에 대체 텍스트를 넣어주는 기능부터 크게는 키보드 조작만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따로 코드를 추가하는 등 고려해야 할 기능들은 끝이 없었고 접근성 개선만으로도 하루를 꼬박 보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들었던 네이버 NULI 세미나

다만 개발자로 직업을 전향하고 HTML보다는 JavaScript를, 사용자 접근성보다는 서비스 최적화를 더 신경 쓰게 되자 자연스레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들은 강의가 더 인상 깊었습니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우선순위 저편으로 밀려난 숙제를 누군가 들춰본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문득 나는  예전에  접근성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았었는지를 떠올렸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사실 저도 처음에는 웹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소수의 사용자를 배려해야 하나 하는 이기적인 생각도 있었고 접근성을 지킨다는 것이 결국 내가 할 일이 추가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적인 면에서도 부담을 느꼈고요.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콘퍼런스 등을 통해 실제로 접근성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만나고부터였습니다.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목소리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각 장애인, 화면 크기를 최대로 확대해야지만 볼 수 있는 저시력자 등. 막연하게 느껴졌던 사용자들을 직접 제 눈으로 마주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내가 생각 없이 만들어놓은 코드로 인해 누군가는 아예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접근성이란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미래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지키는 것이라는 인식도 생겼습니다. 당장 저희 아버지만 봐도 노안으로 인해 글자를 크게 확대해서 보시고,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잦은 색맹이 제게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니까요. 음식도 나와 내 사람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재료부터 손길이 더 가듯 개발 또한 사용자를 누구로 생각하는가에 따라 정성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창도 문도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  NAVER NULI 소개 페이지 중




앞으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를 눈 앞에 닥친 일들이 많다는 이유로 묻어두었다는 사실이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기회로 아주 짧은 경력이긴 하지만 처음 개발을 시작했던 때의 제 모습을 다시 돌아볼 수도 있었고요.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직 바뀌지 않은 이상 웹 접근성을 다시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에 만든 포트폴리오 소개 페이지 중 일부.

다만 이전처럼 꼼꼼한 접근성 준수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 생각하기에 퍼블리셔였던 과거의 저와 개발자인 지금의 저 사이의 타협점을 찾기로 했습니다. 대체 텍스트는 알맞게 넣고, 시멘틱 하게 마크업을 구현하는 정도가 되려나요. 작은 변화가 되겠지만 그 변화를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있을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예전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미래의 나는 또 어떤 목표를 갖고 코드를 짜고 있을지 궁금해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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