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imjiy Jun 25. 2020

디지털 리터러시를 아시나요?

오늘을 사는 개발자가 생각하는 배움의 방식

교육 아카데미인 42SEOUL에서 요새 격주 수요일마다 "테크 세미나"라는 웨비나를 열고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주로 유명 IT 인사, 기업 홍보팀 등이 1시간 정도 강연하는 형식이었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42SEOUL 운영진들이 모여 평소 교육생들이 궁금했던 점들을 답변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는데 그중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42 프로젝트를 하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을 때, 깃허브에서 다른 교육생들의 코드를 보며 하는 방식도 괜찮은가요?"


질문을 들었을 때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42SEOUL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고민을 누가 그대로 읊어주는 기분이었거든요. 아마 비전공자이자 프로그래밍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제 처지와 비슷한 분들도 많이 고민하고 있었을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코드 짜기 막막한 순간

42서울에서는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데, 정말 읽다 보면 난독증이 의심될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는 과제가 종종 있었습니다. 주변 교육생들의 설명을 들어도 우선 제가 감이 안 잡히니 '쇠 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그 상태로 코드를 짜는 건 더더욱 말도 안 되고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깃허브에 올라온 코드를 참고하여 작업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행동이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늘 가슴 한편에 죄책감으로 자리 잡았다는 겁니다. 사실 그도 그럴게 제가 겪어온 학교 교육 시스템만 해도 시험 커닝이나 과제 베껴 쓰기에는 0점을 주는 등 "따라 한다"는 행위에 큰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만 했으니까요. 그런 인식은 사회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질문이 제 상황과 똑같아서 놀랐다면, 답변은 제 생각을 흔들어줬기에 더 놀랐습니다. 길게 답변해주셔서 여기에 다 적을 순 없지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구글링을 안 해보고 나 혼자 풀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코딩 방법이다.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랜선으로 혼날 생각에 긴장하고 있던 제 힘을 탁 풀리게 하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위 답변 중간에 언급된 용어가 오늘 제목에 적힌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란 디지털 기술, 데이터, 정보, 콘텐츠, 미디어를 읽고, 분석하고, 쓸 줄 아는 능력과 소양을 말합니다. 포괄적으로 생각하면 디지털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실 현대인이라면 디지털 리터러시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 도중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구글링만 잘하면 원하는 전문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개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스택 오버플로우에 물어보고, 짜고 싶은 코드는 조금만 찾아보면 깃허브 오픈소스에서 유사한 코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잘 찾는 능력, 암기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이전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개념입니다.


오늘 처음 이 단어를 들어본 저도 신선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이미 저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활용하여 공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스택 오버플로우와 구글, 그리고 깃허브가 아니었다면 개발자로서의 저는 아마 없을 거라고 단언할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모르는 게 있을 때 찾아보고, 해결을 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저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더군요.


이 영광을 스택오버플로우에게 바칩니다.


42서울 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서 깃허브의 여러 코드들을 봤고, 따라 적다 보면 갑자기 "이 과제는 이런 흐름으로 코드를 짜야했구나" 하고 이해하고 체득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언제부턴가 코드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시점이 오더군요.

만약 찾아보고, 따라 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저는 아직도 처음의 그 문제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세미나를 듣고 나서야 제 공부 방법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를 이용하여 푸는 방법이라고요. 제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는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마무리

최근 읽은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봤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남긴 말입니다.

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2파운드 동전 옆면에 새겨질 정도로 유명한 이 구절은 당시 천재라고 불렸던 뉴턴 또한 데카르트, 갈릴레이 등 이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어깨에 빚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이처럼 결국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 또한 먼저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자신만의 걸음걸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직은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가기도 벅찬 저도 언젠가는 거인이 되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누군가를 어깨에 태우고 더 높은 세상을 함께 꿈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 Google Sites


작가의 이전글 42SEOUL 1기 1차 La Piscine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