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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jiy May 27. 2020

PPT외길인생, 발표에 도전하다.

42seoul 1기 오리엔테이션 이그나이트 발표 후기

발표는 작년 겨울이었지만 여태껏 글을 쓸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묵혀놓은 경험을 글로 써내려 보자고 다짐한 이유는 긴 연기 끝에 드디어 42서울 1기 2차 선발과정, 라피신이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기 1차 합격자로서 오랜 기간 다음 차수 교육생들을 기다린 만큼 내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기억 저편에 있던 발표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단순하게

사실 발표를 하게 된 계기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시간도 인당 5분이었고 발표자도 거의 10명이라 교양수업에서 자기소개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그 웹퍼블리셔는 왜 개발자가 하고 싶어 졌을까?"라는 주제로 발표 신청을 했고, 운 좋게 선발이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오리엔테이션의 참가자가 약 500명이었고 발표가 가장 메인 무대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안 일이었습니다. 먼저 알았다면 발표 울렁증이 도졌을 거예요.


발표에 썼던 PPT 첫 표지.



"저는 PPT 하겠습니다."

학교생활 4년 동안 조별과제에서는 늘 PPT 담당이었습니다. 디자인을 할 줄 알기도 했고 발표는 제 적성에 안 맞는다고 철석같이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을 살다 보니 가볍게 신청한 5분짜리 발표에도 막상 선정되니 엄청 긴장이 되더라고요.

발표가 이그나이트 형식인 게 첫 번째 걱정거리였습니다. '불을 붙이다'라는 의미인 이그나이트는 5분 동안 20장의 슬라이드가 15초씩 자동으로 넘겨지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입니다. 발표자가 슬라이드를 넘길 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말하는 도중 슬라이드가 넘어가버리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지요.



노잼 인생에서 유잼 찾기

발표 내용을 정하는 것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뭘 재밌어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사실 누군가의 얘기를 듣기만 하는 게 마냥 흥미로울 순 없으니까요. 그러다 나와 비슷하게 42서울을 신청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얘기를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비전공자, 취준생으로서 제가 개발에 처음 흥미를 느꼈던 순간, 그걸 위해 어찌어찌 찾아서 해 본 경험들, 그리고 42서울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들을 적다 보니 5분짜리 스크립트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크립트와 PPT를 가지고  준비했고 약 1주간 맹연습에 돌입했습니다. 15초에 맞게 문장을 얘기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서 외우는 건 포기하고 속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중간중간 PPT나 스크립트를 수정하며 계속 연습을 했고 "이 정도면 큰 실수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할 때 즈음 오리엔테이션 당일이 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사진 부스에 있던 패널들



제 심장소리 들려요..?

당일에는 오리엔테이션 시작시간보다 2시간 정도 미리 도착했습니다. 다른 발표자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스태프분들께 설명도 듣고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하필이면 발표 순서가 학장님 다음이라 내 발표가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하게 느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청심원도 한 병 사갔습니다. 발표자분들과 대화하다 보니 깜빡하고 못 마셨지만 그걸 사갈만큼 제게는 정말 떨리는 순간이었거든요.

사실 무슨 정신으로 발표를 마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찌어찌 기다리다 보니 제 차례가 되었고 멍하니 앞을 보고 얘기를 하다 보니 끝났고, 질의응답 시간 후 기념사진까지 찍으니 모든 게 끝나 있더라고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며칠 뒤 스태프분께서 보내주신 발표 영상과 사진을 보니 그제야 실감이 좀 났습니다.


내가 뭔가 하긴 했구나.
함께한 단체사진:)



후기

남들에겐 별 거 아닌 경험이었겠지만 제겐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항상 뒤에서 서포트만 하다가 처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이었달까요. 라피신 도중 알아봐 주신 분들도 계셔서 혼자 감격에 젖을 때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1달 동안 라피신을 진행하며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발표까지 했는데 떨어지는 건 정말 안된다는 무의식의 압박이 제 합격의 원인이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표할 일이 얼마나 더 있을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번처럼 많이 떨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0과 1의 차이는 크니까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결정에 있어 신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슈퍼마리오 같은 미니게임을 할 때 하트가 3개였을 때는 과감히 높은 곳에 있는 코인도 먹어보다가 하트가 하나만 남았을 땐 집중하고 앞만 보는 것과 비슷 하달 까요.

그러나 때로는 가벼운 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을 길들에 과감히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돕거든요. 이번 제 발표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 어떤 선택이 저를 또 성장케 할지 긴장되고,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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