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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Nov 24. 2016

[폴란드] 바르샤바 거의 당일치기 여행

폴란드의 남쪽에 위치한 자코파네에서 북쪽의 바르샤바로 가기 위해 심야버스를 탔다. 7~8시간이 걸리는 거리. 원래 버스에서 잘 못 자던 나였지만 지난 2개월 간 심야버스를 꽤 타고 다닌 덕에 버스가 아무리 흔들려도, 중간에 손님을 세우기 위해 버스가 정차하고 불을 켜도 이제 깨지 않는다. 바르샤바에 도착했다고 누군가 날 깨울 때, 난 너무도 상쾌하게 잠에서 깼다. 거의 7시간을 쪼그려서 숙면을 취하는 경지에 이른 것!


크라쿠프와 자코파네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바르샤바는 별로라고 했다. 옛날 건물이 별로 없어서 그냥 흔한 큰 도시 같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였다. 기대치를 한껏 낮추고 도시를 둘러보기 위해 나왔다. 로마보다는 덜하지만(지금까지 돌아다닌 도시 중 로마가 제일 지저분했다.ㅋ 물론 나의 의견) 충분히 지저분한 골목길은 도시의 뒷골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고, 가끔씩 보이는 그래피티는 그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한 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골목길은 조금 더러워야 제맛??) 그 거친 느낌의 도시 한편에서 바르샤바에 도착한 지 2시간이 채 안 된 여행자는 트램 티켓을 도무지 어디서 사야 될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무단 승차를 해 버렸다. 

바르샤바 여행의 중심이라는  '올드타운'. 그냥 봐도 예쁜 집 와 노천카페가 곳곳에 널려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바르샤바는 도시의 85%가 모두 폐허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말이 올드타운이지, 예전의 모습 그대로 복구해 놓은 뉴타운이다. 새 건물만 많아 볼 게 없다는 바르샤바지만 이런 역사를 알고 보면 꼭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올드타운을 예전 모습 그대로 복구하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벽 한쪽 귀퉁이에 매달린 붙은 새 문양이 특이하다
종의 윗부분에 손을 얹고 주위를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사람들이 종을 둘러싸고 도는 장면을 꽤 봤다.

올드타운의 중앙광장엔 아름다운 노천카페가 쭉 들어서 있다. 중앙광장의 건물들 역시 새로 복구한 것들이지만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몇백 년을 이곳에서 견뎌온 건물로 보일만큼 예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복구 작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 광장의 한 면은 여전히 건물 대신 공사 중임을 알리는 가림막이 쳐져 있다. 

동유럽으로 올수록 건물에 그림을 그려놓은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언제부터 내가 사는 집의 바깥 벽에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그게 아니면 경비를 줄이기 위해 문양이 들어간 벽돌 대신 사람들이 물감으로 직접 그린 것일까? 아무튼 벽에 그려진 그림이 이곳을 더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과학자 마리 퀴리의 출생지

올드타운에서 신시가지로 넘어오는 길에는 '과학자 마리 퀴리 박물관'이 있다. 화학기호가 그려진 벽, 한눈에 봐도 과학과 관련된 곳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위대한 과학자 마리 퀴리가 태어났다. 프랑스 위인들이 안장되어 있는 파리의 팡테옹에서 마리 퀴리를 만났는데 폴란드에서 그녀의 출생지를 마주쳤다. 그녀는 뛰어난 학생이었지만 당시 폴란드에서 여자는 대학에 갈 수 없었기에 프랑스 파리로 갔다. 그렇게 공부를 계속한 그녀는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고, 또 최초로 2개의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을 탄다. 최초의 기록을 2번이나 세우면서 노벨상을 받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든 과학자.

과학자 마리 퀴리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국적이 프랑스로 나온다. 파리에서 공부하며 프랑스인과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레 그리 된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래서 폴란드는 배가 아플까? 유리천장을 비롯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때는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아니 그보다 '내가 너무 나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을까 궁금하다. 굳이 따를 필요가 없는 사회의 룰을 따르느라 인생의 대부분을 낭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가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내 뜻을 펼칠 수 없다면... 내가 있는 곳을 바꿔 좀 더 나 자신으로 사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람이다. 

올드타운과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바비칸 성.
특이한 건물
쇼팽박물관에서 피아노 치던 시절의 추억여행에 빠졌다.

저녁이 되자 젊은이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온다. 바르샤바의 저녁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낮보다 더 붐벼서 꼭 홍대 같은 느낌이다. 


볼 게 없다는 말로 하루, 이틀만  있기에 바르샤바에는 꽤 볼거리가 많다. 하루 이틀만 머물면서 그 도시가 볼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일정상 내일 바르샤바를 떠나려니 미안하다. 바르샤바도 충분히 아름다운에 크라쿠프에 너무 가려진 느낌이다.


Lazienki park (Royal Residence park)의 아침

폴란드에는 볼거리도 정말 많았고, 운 좋게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폴란드를 떠나는 날, 폴란드 화폐 즐로티를 마침 다 써 버스표를 사는데 딱 1즐로티가 부족할 때 선뜻 내게 돈을 주었던 아이들. 비 오는 날 놀다가 감기에 걸린 내게 감기약을 주며, 나를 에라스무스 파티에 초대했던 친구.(물론 파티에 혼자 가기 싫어서 그랬던 거 알지만.ㅋ). 함께 크라쿠프와 자코파네를 여행했던 포르투갈 친구들, 유럽여행에서 처음으로 간 노래클럽, 등산할 때 마주쳤던 친절한 폴란드 주민들. 친절한 산장 주인아저씨. 거기에 저렴한 물가는 폴란드 여행을 더욱 아름답게 각인시켰다.


서유럽에 있다가 체코를 거쳐 처음 만난 동유럽.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잘 나가는 서유럽의 나라를 쭉 보다가 만난 폴란드. 폴란드의 거칠고 아픈 역사는 우리의 그것만큼이나 아프고 참담했다. 서유럽에서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인'을 만난 느낌이었다면, 이곳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생활력 강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왠지 동질감이 느껴지고, 서글펐다. 그 힘든 시절을 거치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폴란드. 우리나라와 닮은 그 모습에 이 나라에서 난 유독 편안함을 느꼈다.

바르샤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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