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도 당당히 대접받는
유럽여행을 시작하기 전 나만의 원칙을 세웠다. 각 나라마다 도서관을 한 번씩 들리는 것. 그 첫 시작으로 프랑스의 국립도서관을 들렀다.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Bibliothèque 이 도서관이란 단어인데 이 단어, 알아두니 다른 나라에서도 도서관 찾기가 쉽다. 유럽 국가들의 언어가 라틴어 계열이라 단어가 비슷비슷해서 한 나라의 언어를 알게 되면 다른 나라의 비슷한 언어를 봐도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
참고로 영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Library는 프랑스어로 서점이라고 한다.
Bibliotheque가 도서관이라니... 세상의 지혜가 담겨 있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책이란 단어가 파생되지 않았을까.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라는 파리 국립 도서관. 책을 펼쳤을 때의 모양을 나타낸 큰 건물이 가운데 자그만 나무숲을 둘러싸고 있다. 환경과 전력상의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나무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
무엇보다 내부에 들어가면 편한 의자들이 이렇게나 많다. 책 보며 딱 잠들기 좋은.. ^^ 무엇보다 최고의 자리는 1층 도서관 외부에 설치된 편한 의자. 햇살 아래 편하게 앉아 책보며 일광욕도 하고 작은 숲도 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다.
자료실에 들어가려면 중앙 리셉션에서 아래의 티켓을 받으면 된다.
전체적으로 도서관마저도 꽤나 자유로운 분위기.
책 제목을 전혀 읽을 수 없지만 책이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편안해진다. 한국 백열등과 달리 은은한 빛의 조명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행 중 들뜬 마음을 이곳에서 차분히 가라앉힌다.
도서관에서 이렇게 프링스의 유명한 가수, 에디트 피아프에 관련한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들어갈까 하다가 패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나도 아는 책을 발견했다!!
역시 프랑스 사람들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답게 국립도서관에도 당당히 만화책을 위한 자리가 있다. 게다가 자국 만화책뿐 아니라 일본 만화책들도 가득하다. 한국에서 일본 만화가 정말 대단하구나. 한국에서 일본 만화가 유명한 게 단순한 지리적 이점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기 프랑스 아니 유럽의 젊은이들도 어릴 때 드래곤볼과 세일러문을 보고 자랐고, 아직도 원피스에 열광하고 있다! 일본의 만화 산업은 정말 세계적인 것이었다. 새삼 일본 문화의 대단함과 그리고 그 대단함을 인정하고, 좋은 걸 받아들이는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책도 당당히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에서 보이는 만화책에 대한 전혀 다른 인식. ^^ 만화는 B급, C급으로 분류하고,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압수당해서 항상 가슴 졸이며 보던 우리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프랑스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만화를 참 사랑하고 좋아한단다. 여전히 '점프'(기억이나 하고 있나? 점프를??)류의 월간 만화가 충분히 계속 발행되고 있다.
나도 아까 그 편한 의자에 앉아서 나무 보다, 쪽잠 자다 그렇게 도서관을 나왔다.
PS. 그러고 보니 프랑스가 직지심체요절이 이곳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도서관을 나온지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봤던 이집트, 그리스 등의 유물들이 떠오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