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Mar 15. 2020

면접 전 제일 열심히 준비한 것

건강히 잘들 지내시나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안녕하세요 라는 말보다 건강하시라고 먼저 말하고 싶네요.

저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 처음에는 싱가포르가 심각해 보였는데 어느 순간 한국이 폭발적으로 느는 것을 보며 며칠간 뉴스만 보며 지냈어요. 그러던 일이 이제는 유럽, 아메리카까지 퍼지는 걸 보면서 참 사람 일 알 수가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함이 생기기도 하네요. 그럴수록 내가 해야 할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습니다. 아무쪼록 항상 건강하게 지내세요. 재택근무를 하니 좋은 점은 아침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거네요. :)



(현재 회사에 들어올 때 면접 봤던 이야기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면접이라 면접에 대해 잃어버릴 감 같은 것도 없었다. 어떤 질문을 받았던가? 그런 것도 다 잊어버렸다. 우습지만 내가 이전에 면접에 대해 썼던 글을 내가 참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낚여서 가입했던 1달 무료 '링크드인 프리미엄'의 기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링크드인 러닝 Linkedin Learning’!(링크드인 러닝은 취준생, 직장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온라인 강의다. 면접의 기술, 생산성 높이는 방법,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등 정말 다양한 주제가 있다. 링크드인 프리미엄을 쓰면 이 러닝 기능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면접을 검색해봤더니 기대했던 대로 엄청난 양의 강의가 검색됐다. 사실 살면서 면접을 위해 어떤 강의를 들은 적은 없었는데 초심자로 돌아가 겸허한 마음을 갖기 위해 일부러 들었다.


*혹시 링크드인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https://brunch.co.kr/@swimmingstar/255


 “쫄지 마쇼. 서류 통과했으니 지금부터 모든 지원자들은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못하다는 생각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면접은 취조가 아니라 1:1 대화입니다. 질문이 있으면 많이 하세요. 그게 당신이 회사에 관심 있다는 것을 더 보여주는 거라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답니다.”


등등. 강의에는 내브런치에 썼던 내용이 나와서, 역시 내가 틀린 소리를 한 건 아니구나 혼자 생각했다. 선생님은 대답의 내용보다 대답을 하는 면접자의 태도를 이야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학교 교양 시간에 들었을 법한 ‘언어보다 비언어적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한 사람에 대한 인상은 그 사람을 처음 본 5초 안에 결정되며 나머지 시간은 그 결정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는 시간입니다.”


꽤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인간이 얼마나 감정에 충실한 동물인지, 내가 하는 모든 결정은 이성적이라고 착각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리 틀린 소리는 아니지 싶다. 최근에 읽은 책(이지만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사람은 자신의 과거 결정이 틀렸다는 증거를 확인해도 그 결정을 바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첫 이미지와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편견을 만드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이리라. 아무튼 선생님은 20분의 시간 중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악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악수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흠.. 굳이 악수를?’

 땀으로 축축한 손, 약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손, 마지못해 하는 악수.


악수를 나누는 5초 남짓한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정보가 손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해진단다.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평가한단다. 참 신선했다. 그동안 나는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과 면접 내내 내가 지을 표정에만 신경을 썼는데 정작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거잖아?


‘악수가 중요할까?’

그러다 떠오른 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좀 오래된 에피소드지만 2017년 G20 정상회담에서 그는 다른 정상의 손을 으스러지도록 잡았고, 그의 악수법은 꽤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트럼프의 악수 외교’는 여전히 유명하다. 괜한 자존심 싸움, 꼬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처음 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에 악수는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혹은 나를 나타 내거나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증거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악수를 했던가?

사실 누가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면 나는 쭈뼛쭈뼛 손을 내밀어 그 손안에 내 손을 ‘쥐어줬다.’ 힘 따위는 없이 그저 손을 내민 게 다였다. 악수라는, 편하지도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손을 잡는 자체가 어색했던 거다. 그동안 했던 수많은 면접과 미팅, 혹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내가 했던 악수들. 나는 어떤 인상을 주고 있었던가.


 “나한테 악수해 봐.”

  “아니, 힘을 더 쥐어야지. 아니 그건 너무 세고. 지금 싸우러 왔냐?"

 집에 온 남편에게 나는 다짜고짜 악수를 청했고, 그렇게 악수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근데 나 왜 이렇게 악수를 못 하지?"

 “이상한 거 아니야. 여자들이 좀 그런 편이야. 악수 자체를 어색해해서 남자들보다 악수를 못 해.”


사회생활의 연차에 따라서 악수의 실력(?)달라지고 이런 경향은 줄어들지만, 남자와 여자의 악수는 기본적으로 악력이 다르다. 당연히 이 악력은 힘의 차이가 아니라 행위 자체에 묻어나는 자신감을 의미한다.


 ‘마지못해 하는 악수.’

여자로서 이런 말 하는 게 뭣하지만 확실히 여자들은 악수를 어색해한다. 여자와 하는 악수, 남자와 하는 악수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악수를 못하는 나도 그걸 느낄 수 있다. 그 때문에 그녀가 지금 억지로 나를 만나러 왔나 오해했다가도 이야기를 하며 전혀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반면에 남자에게선 그걸 느낀 적은 상당히 적었다. 어쩌면 악수를 통해 잘못된 인상을 풍기며 그것을 되돌리는 일을 하느라 쓸데없는 시간과 감정 낭비를 했던 건 아닐까. 게다가 그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면접이라는 일에서 악수는 정말 중요할지 몰랐다. 보통 서로 인사를 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하는 게 악수이고, 그 악수를 하면서 주고받는 눈 맞춤(ㅋㅋㅋ)과 악력을 통해 사람들은 첫 10초 간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정한다. 그런 악수에서 그 사람의 힘은커녕 어색함, 부끄러움, 마지못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면 어떨까. 결국 악수 역시도 나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거였다.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 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번째 법칙만 읽고 말았던 조던 피터슨 교수의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첫 번째 법칙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이다. 그는 두려울 때, 기분이 안 좋을 때 더더욱 기지개 등을 하며 몸동작을 크게 하라고 했다. 외로움을 호소하던 친구가 조언을 구했을 때 내가 했던 말은 ‘운동하라’였다. 예쁜 몸매를 만들어서 남자를 꼬셔라가 아니었다.(일정 부분은 인정^^) 운동하는,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통해 몸의 주인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빛나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적절한 악수 역시 그것의 연장선이 아닐까. 악수를 하며 상대방의 손을 짧게나마 꽉 쥐는 행위가 스스로에게 자존감을 먹이는 행위니 말이다. 때로는 작은 몸동작의 변화를 통해 기분이 달라지는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근데 악수는 하다가 언제 끝내면 돼?”

 “그런 거 없어. 그냥 상대방이 손을 뺄 것 같을 때 빼면 돼.”

 “지금부터 불시에 나한테 악수해. 알겠지?”

무의식적으로 악수를 하게 되더라도 언제나 적당한 악력을 가지고 악수를 할 수 있도록 나는 특훈을 받았다. 그렇다, 나는 악수 하나도 연습을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연습한 걸 써먹은 기쁨 ^^

그렇게 면접에 갔다. 1차 면접에서 면접관은 마칠 때 수고하셨다며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 2차 면접에서 면접관들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었다!


연습한 게 시험에 나왔다 > 완전 대박 > 기분이 좋아져서 앞으로 내게 올 상황에 더 기쁜 마음으로 대처한다.


꼭 면접이 아니라도 살면서 악수할 상황이 얼마나 많은가. 한국에서의 면접이 너무 오래되어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국에선 면접 때 악수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에 반해 외국에서는 면접에서 악수를 자주 한다. 아무튼 면접 덕분에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악수하는 법을 배운 거였다.


여러분, 악수를 잘합시다. (물론 요즘 같은 때는 말고요. 손 잘 씻읍시다, 우리!)


https://brunch.co.kr/@swimmingstar/262

http://www.jobkorea.co.kr/goodjob/tip/View?News_No=16605&schCtgr=0&Page=1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3944224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 재취업을 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