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생존신고 ^^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그동안 혼자 매우 바쁘게 지냈습니다.(몸이 아니라 마음만 바빴던 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글 쓰는 것이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나 고민하며 글쓰기에 흥미를 좀 잃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아니 흥미를 잃었다기보다는 갑자기 뭘 써야 될지도 모르겠고,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브런치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저는 관종이 아니더라고요 ………………… 이런. ㅋㅋ 오히려 그런 것들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었네요.
뭐 이건 핑계이고 사실은 약간 다른 것들에 빠져 지냈습니다. 그것들이 잘 되거나, 혹은 잘 안 되더라도 해볼 만한 가치는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그것도 글로 하나하나 풀고 싶습니다만, 아직은 글로 풀만한 내공이 덜 쌓였네요. 여전히 이메일로 취업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 그리고 저의 작은 조언으로 힌트를 얻어 취직을 하시는 분들이 아직 계십니다. 또 많지는 않더라고 가끔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을 보며 항상 마음에 뭔가 얹힌 것처럼 지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끄적이고 싶었어요. 네, 어쨌든 저는 계속 써야 하는 사람이었어요. :)
그리고 저는 해외 취업.. 말고 해외 재취업을 했습니다. 내 인생에 다시 취직하는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뭐 그리 됐습니다. 몇 달 동안 일하면서 느낀 걸 가볍게 써 봅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편하게 말할게요. ^^
1. 새로운 회사에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겐 굉장히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회사를 다닐까 말까 고민했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스스로 일을 찾고 만들어서 하는 인간’으로 날 다듬어 왔다. ‘회사를 떠나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그러다 개 망하면 나는 어떻게 되지?’ 하는 생각에 몇 년을 고민했는데.(이걸 고민하고 답을 얻는데 또 몇 년이 걸렸다.. ㅠ) 물론 수입이 들쑥날숙하긴 했지만, 돌아보니 나는 어찌어찌 먹고살고 있었다. 이제 그걸 시스템으로 만들면 될 일이었다. 아놔 근데 그걸 어떻게 시스템으로 만들지?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면접을 보고, 또 면접을 보고 취직이 되었다. 솔직히 나도 놀랐다. 왜 나를??
“몇 년 간의 공백기를 가진 사람.
공백기 동안 이 회사에서 하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만 한 사람!
이 경단녀가 그 힘들다는 재취업을 해냈습니다!”
고 혼자 하루 정도 축하했다. 사실 너무 두려웠다. 회사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으로 나를 바꾸는 데 몇 년이 걸렸는데 회사로 다시 돌아가려니… 하지만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는 좋은 남편은 내게 말했다.
“회사에 다닌다고 해도 몸으로 배운 건 사라지지 않아. 걱정하지 마.”
2. "영어 이메일을 쓰는데 tamplete이 없다고? 그럼 네가 일일이 다 써?"
"이메일 tamplete이 있다고?"
예전에 S그룹에 다녔던 지인과 이야기하다 서로 놀란 적이 있다. 대기업이 이렇구나. 나는 1분간 벙쪘고, 그다음 1분은 (저절로?) 그와 나를 비교하며 살짝 우울했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그 덕에 내가 비즈니스 이메일을 잘 쓰게 되었으니.
새로 취직한 회사에서 일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큰 회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회사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일을 할까, 큰 회사의 시스템, 그게 궁금했다. 아무튼 이런 호기심이 이 회사에서 받은 오퍼에 yes를 하게 만든 이유의 반을 차지한다.(물론 한국 회사가 아니니 이메일 tamplete 따위는 없다.) 그동안 나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녔다. 시스템이 없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며 임기응변도, 일도 많이 늘었다. 진행시키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내 위의 보스만 설득하면 그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더 이상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없는 곳, 작은 것 하나 수정하는 것에도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한 곳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3.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몇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나대야 할까 아주 작은 고민을 한다. 예전 같으면 벌써 해결됐을 일이지만, 나는 늘 누군가의 승인을 기다린다. 그래서 요즘 배우고 있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던 참을성(^^;)과 조급함을 버리는 법이다. 회사가 어차피 나에게 기대하는 건 그 거대한 톱니바퀴의 한 축. 축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시키는 대로만 잘하면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글로벌 대기업에 다니지만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불안하다. 내가 하는 일이 프로세스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너무 눈에 보이기에 가끔은 애꾸눈이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예전에는 숲이라는 전 과정을 보면서 일했다. 그 숲의 여기저기를 들쑤셔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일개 나무만 보며 일한다. 내가 다루는 상품이 어디에서 만들어져서 내 고객들은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궁금한 게 많지만, 다들 말한다.
'알 필요 없어. 몰라도 돼. 괜찮아.'
예전 국내 대기업에서 인턴을 할 때 불안해하던 정직원분들이 있었다.
"이 회사 나가면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오래전 일인데 어찌 된 건지 요즘 그분들이 자주 떠오른다.
4. 작은 회사에서 일해왔기에 시스템이나 체계 같은 것에 잘 모르는 나는 이곳에 와서 많이 놀랐다.
'저걸 굳이 절차를 만든다고? 저걸 저렇게까지 체크해야 돼?'
거래량이 많아서 시스템을 거대한 체크리스트 형태로 만드는가 싶기도, 저렇게까지 해야 이 많은 사람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뭐 나도 일하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곳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관찰자 입장에서 보자면 조금 오버해서 여행 온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일이 잘 안 풀리기 시작하면 금세 관찰자 모드는 꺼지지만.
ERP가 필요 없는 규모의 회사에서 일했기에 ERP를 써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걸 쓰면서 일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어차피 일하고 있으니 이런 것도 잘하면 좋겠다 싶다. 소소한 재미, 땡길 수 있는 건 바짝 땡겨야지. 그래서 회사에서 운동도 하고 직원 할인가를 받은 회사 주식도 조금 샀다.
5. 이 회사에 다니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다른 일을 꾸밀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 없이도 살아남는 인간이 되기 위해 위해 비록 더디더라도 나는 회사에서 따박따박 나오는 돈을 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얻고 최대한 칼퇴근을 한 뒤 딴짓을 한다.(그래도 회사에서 열일은 한다.) 큰 회사가 주는 아늑함이 어렴풋이 느껴질 때마다 거기에 속지 않으려 노력한다.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일이 금방은 안 되더라도 혹은 하다가 엎어져도 회사가 있잖아. 예전에는 회사에 거의 모든 걸 걸다시피 했는데 정말 놀랍게도 몇 년 사이 이렇게 바뀌었다. 내 이런 변화가 나도 정말 놀랍다. 이제야 비로소 "회사는 날 죽을 때까지 책임져주지 않아!"를 체화시켰나?
조만간 또 돌아올게요 :)
지난 몇 년 간 프로 이직러로 생활하며 가장 늘어난 건?
영문이력서(레주메) 만드는 요령.
잘 먹히는 영문 이력서를 만드는데는 영어 실력이 크게 상관 없더라고요.
그 요령을 여러 차례 브런치를 통해서 나누었는데요,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싶어 아예 전자책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영문 이력서를 좀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
여러 글은 많이 봤지만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분들,
외국계 기업에서, 좀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으신 분들.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어요. 영문이력서 샘플 3종도 함께 드리고, 쓰시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제게 직접 질문하실 수 있는 질문권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잡지 월간 샘터 2020년 1월호에 <싱가포르의 축의금 문화>에 대한 제 글이 실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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