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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Mar 08. 2016

강한 신념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

성 베드로 성당, 바티칸 시국

거리 곳곳에는 바티칸을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 군인들이 있다. 잘생겼다고 소문난 이탈리아인이라서? 아니면 여느 나라가 다 그렇듯 헌병이나 관광객이 많은 곳에 배치받은 군인들에겐 외모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서? 지나가는 경찰들보다도 더 밝은 얼굴을 하고, 관광객들과 사진 찍는 것이 그들의 더 중요한 임무인 것처럼 보이는 이탈리아 군인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다. 사진 찍는 어머님은 잘생긴 청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신다. ^^ 그리고 이탈리아 군인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스위스 근위병. 귀여운 스위스 근위병들의 제복은 흡사 레고 블록에 나오는 사람 같다. 차림은 더 귀엽지만 그들의 얼굴은 더 근엄하다. 그렇다, 이곳 바티칸은 두 나라의 군인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

웅장한 성당보다 더 웅장한 성당 앞의 광장. 그 중앙에 서 있는 것은 그동안 많이 봐왔던 오벨리스크와 커다란 분수. 성당 입구 양쪽에는 높다랗게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베드로와 사도 바울의 동상이다.


"천국의 열쇠를 네게 주겠다."

그리스도가 세 번이나 자신을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그래도 믿음으로 하셨던 말. 예수를 만나기 전에 그저 평범한 어부에 불과했던 그는, 그렇게 평범한 우리와 닮아 있다. 사랑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한순간의 위기를 피하고자 믿음을 져버리고, 항상 흔들리는, 그렇게 평범하고 나약한 우리의 모습. 

 그렇게 약한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활을 보고 나서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 포교 활동을 펼치지만 항상 위기의 순간에 도망가려는 인간의 본능은 버리지 못했다. 그때마다 그 앞에 나타나셨던 예수님. 그렇게 예수님은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으셨다. 처음 그에게 말씀하신 대로 물고기를 낚던 어부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드셨다. 그가 순교한 자리에는 이렇게 그를 기리는 성당이 지어져 있고, 종교적인 이유로, 관광을 위해 해마다 엄청난 사람이 이곳에 온다. 요즘엔 교회를 잘 안 가지만, 여전히 베드로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울린다. 그저 나약한 인간과 그 인간을 믿음으로 기독교의 성인으로 만든 예수님.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연약한 한 인간이 강한 신념으로 자신의 생명까지 태워버리는 모습이... 삶을 살아가며 자신을 하얗게 불태울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을 되도록 많이 만들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열쇠를 쥐고 있는 베드로는 근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3시간 여의 기다림, 삼엄한 소지품 검사를 뚫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동 경로를 만들어 놓을 만큼 성당은 크고 사람은 엄청 많다. 성당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베드로의 동상이다. 그의 발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그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 동상. 역시 많은 사람들이 동상의 발을 만지기 위해 줄 서 있다.

빨리 나올 수도 있는 곳이었지만 괜히 천천히 걸어보며 조금이라도 베드로와 그를 항상 붙잡아 주신 예수님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사람의 믿음과 신념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그 삶을 통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가 있는지... 

성당의 꼭대기로 올라가고 싶었으나, 곧 문 닫을 시간이라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광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드디어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목적지, 피렌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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