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지옥입니다.
작년 가을, 정확히는 2025년 9월 25일이었다.
내 세 번째 장편소설 『세 굴레 출판사』가 세상에 나왔다.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영상화 기획 소설'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 달콤한 가능성을 품은 책.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잘 나갔다. 인터넷 서점 앱을 켤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교보문고 eBook
미스터리 분야 월간 1위 (2025년 9월)
POD 베스트셀러 1위 (2025년 10월 10일)
예스24 실시간 베스트 4위
주목할 신상품 선정
심지어 추리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옆에 내 책이 나란히 50위권에 걸려 있는 걸 보았을 땐, 헛웃음이 나왔다. 모니터 속의 나는 화려했다.
1등, 4등, 베스트, 추천... 온갖 왕관을 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숫자만 보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와, 저 작가 돈 좀 만졌겠는데?"
"베스트셀러 작가네, 이제 팔자 폈네."
하지만 인세로 산다는 건, 그런 낭만적인 동화가 아니다. 책 한 권 값 14,300원. 여기서 작가에게 떨어지는 몫은 몇 퍼센트의 기적, 아니 몇 퍼센트의 현실이다. 랭킹 1위를 찍었다고 해서 갑자기 강남에 빌딩을 세우는 게 아니다. 그저 밀린 카드 값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막고, 스타벅스에서 샷 추가한 라떼를 고민 없이 사 먹을 수 있고, 다음 달 약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안도감. 딱 그 정도다.
이게 '글쟁이의 돈'이다.
하지만 나는 이 푼돈이, 이 코묻은 인세가 사무치게 좋다. 이 돈은 내가 누군가를 속여서 번 돈도 아니고, 운이 좋아 주운 돈도 아니다. 오로지 내 머리통을 쥐어짜고, 엉덩이에 땀띠가 나도록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서 만든 '순도 100%의 노동 수익'이니까. 모니터 속 [POD 베스트 1위]라는 딱지. 저게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적어도 나에게 '밥 먹을 자격'은 준다.
세상이 나에게 건네는 투박한 인정 같다. 숫자는 소박하다. 하지만, 그 소박한 숫자가 나를 지탱한다.
나는 이 돈으로 커피를 마시고, 이 돈으로 밥을 먹고, 다시 글을 쓸 것이다. 다음 책이 또 1등을 하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든 상관없다. 나는 글을 팔아 숨을 쉬는 생물, 소설가니까.
그래서 인세가 얼마인 것입니까?
라고 여쭈시면, 울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