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2화 : 외로운 활자와 싸우는 당신께

by 현영강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글 쓰는 거, 더럽게 힘들다.
근데,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며

"안 쓰면 죽인다."라고 한 적도 없다.


순전히 내가 좋아서,

내가 미쳐서 시작한 일인 것.


"아, 영감이 안 떠올라."
"내 문장은 왜 이따위지?"
"세상은 왜 내 진가를 몰라줘?"


​지망생 시절엔 공모전 광탈 메일을 받을 때마다 담배를 피웠으며, 책을 내고 나선 판매 지수 0을 찍는 날마다 벽을 쳤다. 약을 먹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신세를 한탄했다.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픈가, 문학의 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그런데?


어제오늘 '브런치북 순위권'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니 문득 정신이 든다.


나의 그 징글징글했던 투정과 좌절들이,

사실은 얼마나 사치스러운 감정이었는지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


지금 모니터 커서가 깜빡이는 걸 노려보며 한숨 쉬고 있는 당신.


출판사 투고 메일에 '읽지 않음'

표시가 사라지지 않아 피가 마르는 당신.


내 글은 쓰레기라며

휴지통에 원고를 처박고 있는 당신.


우리, ​투정 부리지 맙시다!



당신이 울고 있는 그 시간에도, 타인의 시간은 동등하게 흐르고 마감은 다가온다. 세상은 징징거리는 작가의 글을 읽어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억울하면 쓰자. 분하니 쓰자. 키보드가 부서져라 두들겨서, 그 빌어먹을 세상이 당신을 보게 만들자.

​좌절하지 맙시다!


당신의 글이 별로라서 반응이 없는 게 아닐 것.
아직 당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일 것.

나를 봐라. 방구석에서 몸살이라던 놈도, 냅다 쓰다 보니 2등은 하지 않나. 물론 내일이면 다시 잊힐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썼고, 다시금 가능성을 믿는다.


​당신이라고 못 할 이유가 뭔가?
재능?
웃기지 않다.



끝까지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 놈이 재능 있는 놈이다. 멘탈이 가루가 되어도, 다음 날 아침이면 좀비처럼 일어나 다시 한글 파일을 여는 놈이 이기는 판이다.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생산자다.


우리네 슬픔, 우리네 분노, 우리네 결핍.


그걸 방바닥에 흘리며 울지 말고, 문장으로 빚어 자.
그게 '글쟁이'가 가진 유일한 무기이자 특권이니.

​그러니 오늘 밤은 울지 맙시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일 뿐. 누가 뭐래도 모두는 당신을 응원니다.


나와 똑같은 고통을 씹어삼키며,

이 적막한 하루를 견디고 있을 글쟁이들에게.





고개 들고,
시다!
우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