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나의 각종 난치성 질환들
남들은 일찍부터 문학을 꿈꿨다지만, 나는 아니다. 내 꿈은 '재수생' 시절, 그러니까 인생의 첫 번째 실패를 맛보고 나서야 뒤늦게 찾아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부를 못했다. 아니, 안 맞았다.
재수 시절은 그 자체로 지옥인데, 내 몸뚱이는 한술 더 떠서 전쟁을 선포했다. 어느 날의 독서실. 쥐 죽은 듯 조용한 그곳에서 갑자기 '삐-' 소리가 들렸다.
고주파 이명.
남들에겐 들리지 않는 그 날카로운 소음이 내 고막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대 병원까지 갔다.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니까, 의사 선생님은 알겠지. 하지만, 그 양반도 고개를 저었다.
"원인을 모르겠네요. 청력이 너무 좋으신데요?"
허무했다. 내 귀에선 여전히 사이렌이 울리는데, 의학은 무능했다. (그 소리는 지금도 내 뇌의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가 막혔다.
비염. 숨 쉬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답답함. 결국 수술대에 누웠다. 코를 째고 뼈를 깎아내며 생각했다.
'내 인생, 참 가지가지 한다.'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콜린성 두드러기. 몸에 열이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가운 병. 재수생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있나? 공부 좀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귀에선 삐 소리가 나고, 코는 막히고, 온몸은 따가워서 미칠 것 같았다. 이건 명백한 신호였다.
"야, 현영강. 너 공부하지 마. 네 길은 이쪽이 아니야."
그해 여름, 대구는 미친 듯이 뜨거웠다. 대프리카의 열기 속에서 나는 에어컨 빵빵한 독서실 대신 밖으로 뛰쳐나갔다. 몸이 간지러워서, 속이 터질 것 같아서 걷고 또 걸었다.
수성교.
신천을 가로지르는 그 다리를 미친놈처럼 왕복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두드러기가 올라와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그냥 깡다구였을까.
그 미친 짓을 반복한 끝에 거짓말처럼 두드러기가 사라졌다. 완치 이유는 의사도 모른다. 나만 안다.
내 몸의 화(火)를 내 다리로 밟아서 껐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공부 대신 '깡'을 배웠고,
대학 합격증 대신 '병(病)'을 얻었으며,
안락한 책상 대신 '대구의 열기'를 덮고 잤다.
내 인생의 파도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잔잔한 호수가 아니라, 태풍이 몰아치고 해일이 덮치는 험한 바다. 나는 그 파도에 휩쓸려 죽지 않았다. 대신 그 위에서 서핑하는 법을 배웠다. 이명이 들리면 "아, 오늘도 배경음악이 깔리네." 하고 글을 쓰고, 숨이 막히면, "답답한 세상, 내 글이라도 시원하게 뚫어 보자." 하고 문장을 뱉는다. 그때 수성교 위를 걷던 그 독기로, 나는 지금도 쓴다.
내 글이 좀 삐딱하고, 거칠고, 아픈 이유일까. 별거 아니다. 내 작가 인생 자체가 종합병원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명은 여전히 나와 살고 있다.
삐ㅡㅡㅡㅡㅡ
그래, 알았다. 오늘도 쓰라는 신호구나. 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