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에 관하여

4화 : 멋진 신세계

by 현영강

행복한 돼지가 되느니, 고통스러운 인간이 되겠다.
​대학 입학 일주일 만이었다.

"너 공무원 안 할 거라며? 그럼 행정학과는 왜 왔어?"

교수의 그 말이 방아쇠였다.
​안정적인 미래, 철밥통, 연금.

교수님이 말하는 '정답'들이 내겐 수면제 같았다.
그길로 자퇴서를 냈다.

​남들은 독후감 숙제로 읽는다는 책 한 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내 멱살을 잡았기 때문이다.

​책 속 세상은 완벽하다.

가난도, 늙음도, 우울도 없다.
기분 나쁠 땐 '소마(Soma)'라는 약 한 알이면 행복해진다.

​하지만 그 가짜 천국이 나는 역겨웠다.

"공무원 해라, 기술 배워라, 튀지 말고 살아라."

어른들이 내미는 '안정'이라는 소마를 뱉어내고 싶었다.​책 속의 야만인 '존'이 외친다.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 문장을 읽던 날,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했다.
안전한 감옥에서 주는 사료 대신, 거친 황야에서 굶주리며 짖기로 했다. ​그 대가로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자주 불안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멋진 신세계'에서 추방당한 자발적 망명자.




나는 그 야만적인 자유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