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 매력적인 빌런을 만드는 법
"그 녀석은 원래 나쁜 놈이야.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였어."
이런 설정으로 악당을 만들고 있다면, 당신의 소설은 3류다. 물론 현실에는 이유 없는 '묻지마 범죄'가 존재한다. 하지만 소설은 현실보다 더 논리적이어야 한다. 독자는 '설득력 있는 악'에 매혹된다.
배트맨보다 조커가, 어벤져스보다 타노스가 더 기억에 남는 이유가 뭘까?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악당이다.
악당이 시시하면 주인공의 승리도 시시해진다.
독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진짜 빌런을 깎는 법을 알려주겠다.
악당에게도 '정의'를 부여해라.
가장 매력적인 악당은 '뒤틀린 신념'을 가진 자다.
타노스는 우주를 멸망시키려던 게 아니라, 자원 부족으로 고통받는 우주를 '구원'하려고 인구를 반으로 줄였다. 그의 논리는 잔혹하지만, 일관성이 있다.
당신의 악당에게 물어봐라.
"너는 왜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지?"
"그냥 기분 나빠서요."
"그가 내 가족을 죽인 원수의 아들이니까요."
"그의 존재가 대의를 위한 희생을 방해하니까요."
악당은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는 주인공이어야 한다. 그들 나름의 슬픈 사연이나 철학을 심어줘라.
악당은 주인공보다 강해야 한다.
주인공이 레벨 10이라면, 악당은 레벨 50이어야 한다.
처음부터 주인공이 악당을 두들겨 패면 무슨 재미가 있나? 악당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어야 한다. 주인공이 구르고, 깨지고, 피를 토하면서 성장해야 겨우 발끝을 건드릴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공포를 줘라. 쉽게 이기는 싸움은 스포츠 하이라이트로나 봐라. 소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어야 한다.
악당을 멍청하게 만들지 마라.
초보 작가들이 자주 하는 실수.
악당이 다 이겨놓고 주인공 앞에서 주절주절 자기 계획을 떠벌리다가 역전당한다. 제발 이런 클리셰 좀 쓰지 마라. 진짜 무서운 악당은 말이 없다.
그냥 쏜다. 그냥 죽인다. 주인공이 함정에 빠지길 기다리지 않고, 주인공의 숨통을 끊으러 직접 찾아간다. 유능하고, 치밀하고, 냉철한 악당이 실수 한 번으로 무너질 때 쾌감이 터지는 것이지, 원래 멍청해서 자멸하는 건 재미없다.
악당에게도 사랑하는 것이 있게 하라.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무섭긴 하다. 하지만 매력은 없다. 오히려 살인을 하고 돌아와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밥을 챙겨주거나, 아픈 노모의 발을 씻겨주는 악당. 이런 '모순'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인간적인 면모가 보일 때,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저놈도 사람인데... 왜 저런 짓을 할까?"
그 연민과 혐오 사이의 줄다리기가
캐릭터를 생생하게 만든다.
악당은 주인공의 그림자다.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은 더 밝게 빛난다.당신의 주인공을 빛내고 싶다면, 아주 매혹적이고 논리적인 '나쁜 놈'을 창조해라.
세상에 그냥 나쁜 놈은 없다.
사연 없는 무덤 없고, 이유 없는 악당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