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매력적인 캐릭터는 '결핍'에서 태어난다
초보 작가들의 원고를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을 신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외모는 조각 같고, 머리는 비상하며, 성격마저 다정하고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여유롭게 웃으며 천재적인 기지로 사건을 해결한다. 작가 본인은 이 완벽한 피조물을 보며 흐뭇해할지 모르지만, 독자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독자는 잘난 척하는 천재의 성공담을 읽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핵심은 능력이나 외모가 아니다. 바로 결핍이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와 약점을 가지고 살아간다. 독자가 소설 속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은 그 인물이 압도적인 힘을 과시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찌질하고 나약한 밑바닥을 드러내며 고뇌할 때다. 결핍이 없는 캐릭터는 평면적인 종이 인형에 불과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캐릭터는 입체적인 생명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어떤 결핍을 주어야 할까. 단순히 덜렁거린다거나 길치라는 식의 귀여운 단점으로는 부족하다. 그 결핍은 주인공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소설의 메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진 형사가 있다고 치자. 그가 그냥 범인을 척척 잡아내면 지루하다. 하지만 그 형사가 극심한 공황장애와 폐쇄공포증을 앓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범인이 밀실에 숨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목숨을 건 사투가 된다. 외부의 적과 싸우기 전에 자신의 내면과 먼저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캐릭터의 진짜 욕망과 필요가 충돌한다. 캐릭터가 겉으로 원하는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그가 내면적으로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다. 독자는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동시에, 이 상처 입은 주인공이 무사히 이 난관을 끝마치고 평안을 얻기를 간절히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의 약점은 독자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장치가 아니라, 서사에 강력한 몰입감을 부여하는 엔진이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이력서부터 쓰지 마라. 이름, 나이, 직업, 취미 같은 껍데기 정보는 나중에 채워도 된다. 대신 그 인물의 가장 어두운 지하실로 내려가 보라. 이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절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수치스러운 과거는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을 때 이성의 끈을 놓고 폭주하는가. 그 약점들을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자식 같은 캐릭터를 사랑해야 마땅하지만, 맹목적인 사랑은 독이다. 진짜 사랑한다면 그들을 안락한 온실 속에 두지 말고, 그들이 가장 취약해지는 지옥의 한복판으로 사정없이 밀어 넣어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고, 그 결핍을 딛고 일어서는 순간 캐릭터는 비로소 완성된다.

당신의 주인공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당장 그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거나 그에게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를 심어주어라. 부서진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듯, 캐릭터의 매력은 바로 그 찢어지고 결핍된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법이다. 완벽함은 위인전에나 양보하고, 우리는 흠집 투성이의 진짜 인간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