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책방
헌책방 특유의 퀴퀴하고 바싹 마른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먼지와 세월이 엉겨 붙은 지하의 공기는 역설적이게도 팽팽했던 나의 교감신경을 조금 누그러뜨리는 묘한 진정 효과가 있었다. 책장 사이를 배회하던 내 시선이 멈춘 곳은,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고 얇게 제본된 낡은 소설책 앞이었다.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좋은, 지독하게 사적이고 폐쇄적인 판형. 그 은밀한 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무심코 책을 펼치자 누렇게 바랜 활자들 사이로 누군가 그어놓은 붉은 밑줄들이 보였다. 그저 인상 깊은 문장에 그어둔 흔한 선이 아니었다. 특정한 단어들에만 집요하게, 종이가 파일 정도로 꾹꾹 눌러 그은 기괴한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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