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를 도려내는 가위

10화 : 오피스

by 현영강

공유 오피스의 구석 자리, 내 옆 파티션 너머의 남자는 하루 종일 듀얼 모니터를 노려보며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화면에는 심전도 그래프처럼 요동치는 뾰족한 오디오 파형들이 가득했다.



그의 작업은 기묘하리만치 조용하고 파괴적이었다.



남자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녹음된 파일에서 오직 '숨소리'와 '입술 부딪치는 파열음'만을 찾아내어 정교하게 도려내고 있었다.



​"팟캐스트 편집일입니다."



​나의 지속적인 관찰을 눈치챘는지, 그가 헤드폰을 한쪽 귀에서 빼며 건조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말하는 사람의 육체성을 견디지 못합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헉헉거리며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 침을 삼키는 소리 같은 것들 말이죠. 그저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럽게 정제된 '정보'만을 원하거든요."



​그의 마우스 클릭 한 번에, 누군가가 문장을 뱉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폐에 공기를 채워 넣던 찰나의 흔적이 영구적으로 삭제되었다. 파형은 평탄한 직선으로 변했고, 이어지는 목소리는 마치 기계가 발음하듯 완벽하고 기괴하게 부드러웠다.



​그 완벽한 무균 상태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묘한 불쾌감에 사로잡혔다. 숨을 쉬지 않는 목소리. 그것은 생명력을 거세당한 유령의 웅얼거림과 다를 바 없었다.



타인의 불완전한 육체성을 불쾌한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 매끈한 시대의 결벽증이 징그러웠다.



​자리로 돌아와 켜둔 노트북 화면을 응시했다. 깜빡이는 커서 앞에는 내가 어젯밤 밤을 새워가며 직조해 낸 인물들의 대화가 놓여 있었다. 문득 나는 내 소설 속 인물들이 완벽하고 세련된 대사만 내뱉는 마네킹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추악한 본성이나 머뭇거림, 비루한 호흡들을 '가독성'이라는 명목하에 매끄럽게 편집해 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백스페이스 바를 눌러 가지런히 정돈된 대사 한 줄을 지워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주인공이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칠게 마른침을 삼키는 지독한 침묵과 파열음을 활자로 욱여넣었다.



​소설은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인간의 가장 날것 그대로를 활자로 붙잡아두는 처절한 기록이어야 한다. 매끄럽게 편집된 가짜 숨결 따위는 내 세계에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기꺼이, 독자들의 귓가를 불편하게 긁어댈 가장 거칠고 불규칙한 숨소리들을 텍스트의 파형 위에 미친 듯이 그려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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