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부력(浮力)의 사나이

8화 : 퇴근길의 지하철

by 현영강

퇴근길의 지하철 안은 거대한 통조림 같다. 피로와 체념에 절인 인간들이 촘촘하게 박혀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네모난 창문만 들여다보고 있는, 지독하게 무해하고 무기력한 공간. 나는 문가에 기대어 이어폰을 꽂은 채,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내 예민한 신경계를 차단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때 열차 문이 열리고, 완벽하게 이질적인 물체가 통조림 안으로 난입했다.



​자기 몸집만 한 샛노란 스폰지밥 헬륨풍선을 든 40대 중반의 샐러리맨이었다. 낡은 서류 가방을 든 그의 어깨는 중력의 모든 저주를 받은 것처럼 축 처져 있었는데, 그의 왼손에 위태롭게 묶인 스폰지밥만큼은 맹렬한 부력을 자랑하며 지하철 천장을 향해 솟구치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



​지친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우스꽝스러운 대비로 향했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스마트폰으로 떨어졌다. 타인의 기이함에 지속적인 관심을 주기에 이 도시의 저녁은 너무나 피곤하다.



​하지만 관찰이라는 강박에 시달리는 소설가의 눈에 그 남자는 완벽한 단편의 소재였다. 남자는 풍선이 천장 에어컨 통풍구에 부딪혀 '뽀드득' 소리를 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줄을 아래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턱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과, 형광등 불빛을 받아 미친 듯이 환하게 웃고 있는 스폰지밥의 쨍한 노란색.



그것은 비극과 희극이 한 뼘 거리를 두고

벌이는 기괴한 왈츠 같았다.



​저 풍선의 끝에는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 생일 파티를 기다리는 어린 자녀? 아니면 술김에 번화가에서 충동적으로 지갑을 연 스스로에 대한 얄팍한 위안?
​어느 쪽이든, 남자는 지금 자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삶의 묵직한 중력과, 허공으로 솟구치려는 얇은 비닐 쪼가리의 부력 사이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문득 내 안의 끈적했던 우울감이 조금 환기되는 기분이 들었다.



늘 죽음, 부패, 상실 같은 무거운 단어들을 활자로 주조하느라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내 의식 속으로, 저 샛노란 풍선 하나가 둥둥 떠오른 것이다.



​가끔은 삶의 멱살을 잡고 다음 날로 끌고 가는 것이 대단한 철학이나 신념이 아니라, 저런 우스꽝스럽고 가벼운 헬륨풍선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생각과 함께.



​몇 정거장 뒤, 남자는 풍선과 함께 내렸다. 열차 문이 닫히기 직전, 스폰지밥의 과장된 웃음이 묘한 잔상을 남기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얕게 미소 지었다. 오늘 밤엔 책상에 앉아, 내 신경줄을 짓누르는 불안 대신 헬륨가스처럼 가벼운 농담을 한 줄 써볼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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