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mmming

수영씨와 수영에 대하여

by swimmming



그날부터 천천히 익사하고 있는 느낌이 들곤 했다.

나쁜 일이 닥치자 철렁하고 내려앉은 무언가가 계속 계속 가라앉고

팔다리를 힘껏 버둥거려도 평화로웠던 물결 위에 닿을 수 없이

점점 어둠에 잠식당하는 기분이 드는 때가 있다.


엄마라는 거대한 장벽이 갑자기 일그러지고 지금도 내내 부서지고 있다.

그 너머에 있던 거대한 산과 바다가 이토록 광활한 줄 이제야 알았다.

엄마는 어떻게 이걸 다 헤치고 쉬지 않고 달려갈 수 있었을까.

그래서 어느 날 심장이 뚝, 멈춰버린 걸까


내 엄마의 이름은 수영.

어릴 때부터 본명이 맘에 들지 않았던 엄마가 스스로 선택한 이름이다.

딸 셋을 키우며,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머리 회전이 핑핑 돌고

매사에 부지런하게 긍정적으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 그녀가 '하루아침에' 대부분의 기억이 날아가고, 새로운 기억도 지속 못하고

모든 신체기능이 다운되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성실하리만치 차근차근 무너져가는 엄마를 붙잡다 보면 나 역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침식에 대한 두려움이 긴긴밤에 문득문득 찾아왔다.


그렇게 일 년 가량, 어느 날 동생이 그랬다.

예전의 엄마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

내내 같은 얼굴이지만 너무도 다른 표정으로 함께하는 지금의 엄마가

우리의 기억을 천천히 덮어버리고 있었나 보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전의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엄마라면

차라리 수영을 했을 것 같아.

끝없이 깊어 보이는 이 고통 안에서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했을 거야.


그래서 엄마의 이름으로, 수영을 해보려 한다.

엄마가 하지 못하는 기억을 기록하고, 엄마가 잊어버릴 오늘을 기억하는 수영

엄마의 M을 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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