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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네 Sep 22. 2015

빈 강의실


아무도 없는 여기에 들어와

항상 앉던 내 자리에 앉고선

잠시 눈을 감고 그때를 그려봐


창가엔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햇살을 따라간 그 앞에선


새학기를 알리는 어색한 인사가

그리고 내 앞엔 햇살을 머금은

네가 있었던 거 같아

그 순간부터가 시작이었을까


언제부턴가 네가 무언갈 적을 때

사각사각 들리는 연필 소리도

어젯밤 뭘 했는지 고개를 흔들며

잠에 빠진 모습도 모두 나에겐


강의가 끝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손을 맞잡고 캠퍼스를 거닐다

서울 하늘에 우리가 가득 찰 듯이

이곳 저곳 떠돌아 다녔지


봄이 떨어지고 여름이 내리고

가을이 날아가 겨울이 왔을 때


계절이 변해서 그래서였을까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내 옆에 있던 넌 내 앞을 지나가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

항상 앉던 내 자리에 앉고선

아무도 없는 네 자리를 보고

항상 거기 있던 널 불러





http://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226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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