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공백기를 줄여봅시다

나의 중국어 공부사와 공부법

by 이소연


올해 1월 8일에 봤던 중국어 시험은 사실 통과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오픽으로 영어 긴급 수혈에 들어갔던 내게 중국어도 긴급 수혈이 필요했기 때문에 보게 된 것이었다. 어학시험은 내게 스펙용이 아니라 정말로 어학공부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기에 나는 5급 시험을 등록하고서 중국어 공백기를 줄이기 위한 공부에 돌입했던 거였다. 어학시험은 점수가 그 목표가 된다면 당연히 부담도 되고 성가신 존재가 되겠지만 공부가 목표라면 방대한 외국어 공부에 있어서 어떻게 하나씩 공부 해나 갈지에 대한 지표는 되어준다.


무슨 말이냐 하면, HSK는 급수별 난이도가 각기 다른데 예를 들어 4급에서 필요한 단어를 외우고 문법 사항을 알고 간다면 나중에 중국어로 된 글을 읽었을 때 기본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4급에서 알아야 할 단어량은 1200개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는 1~3급 단어가 포함된 단어량이다. 이렇게 급수별로 차곡차곡 알아야 할 단어량이 정해져 있으며 이 단어들만 완벽하게 외우기도 사실 상당히 벅차다. 하지만 이렇게 급수에 맞는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중국어에 대한 낯섦은 조금은 버릴 수 있으며 나중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감도 생긴다. 제일 뿌듯한 점은 어학시험 때 공부했던 단어를 나중에 실제로 써먹을 수 있다는 점과 듣기에 대한 귀가 트여 중국어로 된 말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번 5급 중국어 시험을 181점으로 통과했고(180점 이상이 통과) 공부기간은 1 달이었지만 실 공부시간으로 따지면 약 20일 정도였다. (평일엔 요가 수련을 병행했기 때문에 중국어 공부에만 투자할 수 없었다) 오픽과 마찬가지로 촉박하게 준비를 했으며 미리 잡아놓은 공부기간만 따져놓고 봤을 때 통과를 목표로 하기엔 나의 현 상황과 공부시간이 너무나 양심 없었다. 중국어 공백기는 약 1년 반이나 되었으며 이미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중국어는 거의 남지 않았다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나의 중국어 공부 역사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대학교 1학년일 당시 제2 외국어 교양을 중국어로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노래를 들을 만큼 일본문화에 친숙하나 정작 일본어를 잘 못한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 히라가나 조차도 다 외우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 일본어는 자연스레 피하게 되었고 대신 중국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고등학생 때도 잘했던 건 아니다. 한어병음도 잘 외우지 못해서 등급이 별로였다. 그렇지만 조금씩 맛본 중국어가 대학생이 된 내게 제법 친숙했기 때문에 거부감은 별로 들지 않았다.


교양이지만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무조건 한자 (중국어는 간체자를 쓴다)를 외워서 써야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도 안 했던 한자 암기를 대학생 때부터 하려고 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학점 욕심이 가득했기에 이를 악물고서 부딪혔다. 한자와 친해지기 위한 첫 방법은 바로 연습장에 10번씩 써보기였다. 그래서 외워지면 넘어가고 안 외워지면 또 10번씩 썼다. 그렇게 그날 배운 중국어를 2시간 투자하여 간체자 외우기를 했고 다음날 아침엔 다시 외워졌는지 복습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기본 간체자를 외워갔으며 지금도 간단한 중국어 문장과 단어를 쓸 수 있다.


그리고 중국어 교수님께서 내게 중국어 공부에 3년을 투자하면 잘할 거라며 중국어 공부에 대한 독려를 해주셨다. 그때 처음으로 HSK라는 시험을 알게 되었지만 나는 흘려보낸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떻게 시험을 치겠어라는 마음이었다.


대학교 2학년을 지나 첫 번째 휴학 때, 토플 선생님은 내게 제2 외국어 공부를 권유하셨고 그게 하필 또 중국어였다. 그렇게 중국어 학원 1달 다니게 되었고 4급부터 준비하는 게 빠르다는 말에 덜컥 시험도 1달 만에 보게 된다. 189점의 점수로 통과했지만 5급을 준비하기엔 다른 학생들보다 점수가 너무 낮았다. 그렇지만 학원에선 일단 4급은 통과했으니 5급도 준비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때 당시 나는 대외활동도 합격했기에 학원에만 다닐 수는 없었고 결국 1달 다니다가 그만두기를 3차례 반복한 끝에 5급을 보러 간다. 3개월 학원에서의 공부로 승부를 봤으나 177점의 고배를 마시며 불통과.


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하고서 2학기에 해외 대외활동에 합격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중국어를 심폐 소생한답시고 중국어 학원 1달 단기로 다녔는데 그때는 회화 중심으로 배웠다. 이 1달 학원에서의 공부가 이번 5급을 준비할 때의 공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또 두 번째 휴학 후 중국어를 놓고 살다가 막판 12월에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올해 1월에 5급 응시하고 합격한다.




이번 5급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역시나 독학이라는 점이다. 촉박한 기간이기 때문에 전혀 학원은 고려하지 않았고, 오픽에 연장선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시험을 응시해놓으면 사람은 자연스레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단기간에 어떻게 공부를 했는가를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1. 1~3급 기본 단어와 4급 단어 총복습으로 단어에 대한 기본 숙지를 탄탄히 다져놓기.


단어는 모든 언어 공부의 기본이다. 정말로 단어를 많이 알게 되면 듣기에서 웬만한 단어가 들리게 되고 답안의 단어를 잘 숙지할 수 있게 되며 독해에서 속독의 능력이 향상되고 쓰기, 작문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 의외로 이런 기본 단어들을 놓치기가 되게 쉬운데 내가 처음 4급을 준비했을 때 1~3급 단어들 중 모르는 단어가 꽤 있어 틀린 문제들이 제법 되었다.


2. 5급 단어 2500자 암기 및 3번 돌리기.


단어가 기본이 되어야 듣기, 독해, 작문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다. 독해가 특히 그러한데 단어가 기본으로 숙지되어 있지 않다면 속독은 고사하고 정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6급 단어도 본문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5급 어휘조차 잘 모르고 넘어간다면 본문 전체 내용을 아예 모르고 문제를 찍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한 상황은 절대 만들지 않아야 한다. 나의 첫 5급 시험은 그렇게 독해에서 굉장히 망해버렸다.


3. 듣기는 매일 꼬박 1단원씩 들어보기.


듣기는 계속 들어야 귀가 익숙해져 나중에 가서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중국어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이라면 굉장히 당혹스럽고 하나도 숙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4급을 처음 준비할 때도 전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가 차차 귀가 트이기 시작하면서 숙지가 되기 시작한 경우다. 한번 귀를 뚫으면 그래도 그 영향이 계속 지속되는 것 같다. 이번 5급 때 듣기가 상당히 잘 되지 않을 줄 알았지만 학원에서 한창 5급 처음 공부했을 때보다 더 잘 들렸다.


4. 독해는 매일 꼬박 1단원씩 풀어보기.


독해는 시간 승부다. 그리고 어느 정도 푸는 요령이 있어야 하며 단어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독해를 푸는 전략을 세웠고 실제 시험장에서도 10분 남았었다. 매일 시간을 재보며 시간 안에 속독하는 훈련을 했더니 모의고사 문제집을 많이 풀지 않아도 이미 시간 내에 푸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들어서 시험장에서도 그렇게 조급하지 않았다. 나의 경우엔 2 부분 - 3 부분 - 1 부분 순으로 풀었는데 2 부분은 단문이라 부담이 없어 정답 맞힐 확률이 높으며 여기서 절약한 시간을 3 부분 장문 부분에 할애하여 좀 더 정밀하게 문제를 풀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3 부분까지 풀고 나면 1 부분을 신중히 마음 편하게 답을 고를 수 있다. 1 부분에서 정답률이 가장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짝꿍 단어를 알아야 풀기 쉽기 때문이고 (약간 답정너 같은 느낌이다) 의외로 앞 문장과 뒷 문장을 읽었음에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복병인 1 부분은 과감히 제쳐두고 본문에서 정직하게 답을 고르고 유추할 수 있는 2,3 부분에서 정답 맞히는 것을 높이는 것이 개인적으론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5. 중국어 기본 문법 다시 숙지하기.


중국어는 외국어들 중에서 문법이 까다롭지 않고 쉽다고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중국어 만의 특수 문법이 존재하고 어순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면 작문 부분에서 굉장히 곤란해질 것이다.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예 중국어를 모른다 생각하고서 기본 문법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어순부터 차근차근 익혀놓으니 독해에서도 많은 부분이 도움되었고 쓰기에서 어순 배열 문제도 무난히 넘겼다.




이번 HSK 5급에서 목표로 했던 부분은 중국어에 대한 감을 다시 살리기, 기본 문법 숙지 그리고 단어 외우기였다. 회화를 목표로 잠깐 1달 다녔던 학원에서 내게 계속 기본 어휘집을 주며 외우게 시켰는데 이 어휘들로 문장 만들고 그걸 말하면 그게 회화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했고 그렇게 5급을 준비했다. 촉박한 시험 일정과 많지 않았던 공부 기간이었음에도 5급을 뜻하지 않게 통과하여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작문에 투입한 공부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작문에서 득점을 많이 못 한 것이 심히 아쉽다. 다음에 공부를 할 때는 이제 밸런스가 두루 잡힌 계획을 목표로 해야겠단 느낌이다.


높지 않은 점수지만 점수를 목표로 본시험이 아니었기에 의미 있으며 스스로 공부를 하여 성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나는 매우 나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4급을 간신히 따고서 엄마와 상해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상해에 한 백화점에서 매장 안에 들어가서 구경해도 되는지 스스로 중국어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중국인 직원분께서 웃으며 허락해주셨고 그때의 경험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나는 5급을 보고서 궁금해졌다. 정말로 마음먹고 2달 이상 공부를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6급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 같았으면 전혀 상상도 못 했던 길이 조금씩 열려 가는 것이 느껴진다. 확실히 조금이지만 조금씩이 모여져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나의 어학공부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음이 실감 난다.


일본어는 그렇다면 지금도 계속 회피하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때 친구 추천으로 교양 일본어를 배웠는데 그때 뵀던 일본어 교수님께서도 내게 JLPT를 권유하셨다. 그것도 2급(...) 지금은 히라가나를 완벽히 다 뗐고 가타카나가 남아있으며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단계에 머물러있다. 다른 교수님께선 내게 영어와 중국어를 어느 정도의 실력까지 올리고서 일본어를 하라고 조언해주셨기 때문에 지금은 일본어 공부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마도 졸업하면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새 내게 영어와 중국어는 동반자가 되어있었다. 영어만 공부해도 벅찰 때가 있었는데 언제 중국어로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새삼 스스로도 신기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공부가 괴롭진 않다. 항상 즐겁고 즐겁게 하려 한다. 그렇게 하나씩 쌓이다 보면 어느새 높은 탑처럼 공부가 쌓여 있지 않을까. 이제 중국어도 다음 목표는 6급으로 설정했다. 그 사이에 5급을 한번 더 볼 수도 있다. 그때는 아마 고득점을 노리지 않을까 싶은데 우선 차근차근해나가기로 한다. 중국어를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해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미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기본 어휘들에서 낯섦이 찾아왔고 어법이나 성조 부분도 애매하거나 대충 알고 있었던 것들이 꽤나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치지 않고 계속 꾸준히 공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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