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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Sep 01. 2022

키우기 어렵다, 쉽다는 거짓말

식물 입문할 때 제일 많이 듣는 그 한마디

 식물을 기르기 전에는 식물에 정말 관심도 없었고 가드닝이라곤 전혀 몰랐던 나는 요즘 식물 덕질에 입문하여 쉬는 시간에 식물 검색하고 식물 관련 서적을 읽고 식물을 다듬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다 보니 이젠 식물을 기르기 이전에는 내가 어떠했는지 조차 기억이 안 나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식물 기르는 것에 대한 편견을 숱하게 들었던 것이랄까.


주변에서 식물 기른다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인들은 바로 식물 키우기가 어렵지 않냐느니, 식물을 많이 죽여서 키우기가 꺼려진다 던 지 하는 말들을 어렵지 않게 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식물을 검색하면 항상 키우기 쉬운 식물,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 식물 글들로 넘쳐난다. 특정 식물을 검색하면 분명 키웠던 사람들은 까다롭다고 했던 식물인데 인터넷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쉽다고만 한다.


쉽다, 어렵다로 다양하고 각양각색인 식물들의 매력은 단 두 가지로 판명 난다. 실생활에선 식물 키우기는 어렵다로, 인터넷상에선 쉽다로 나뉜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선인장을 죽이는 사람도 있고 까다롭다는 소코 라코를 몇 년이상 키우는 사람도 있다. 식물에 대한 가치판단, 평가가 단 두 가지로 이뤄지는 세상이라고 요즘 새삼 느껴진다.


현재 우리 집 베란다 근황


사실 내가 식물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항상 주변에선 식물 키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키우기 쉬운 식물들을 들여놓아도 항상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식물을 키우고 싶다가도 금세 의욕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식물을 검색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키우기 쉽다고만 하는 글들도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식물 기르는 건 쉬운 부분만 있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쉽다 혹은 어렵다라고만 하는 사람들의 이분법적인 식물에 대한 사고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식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라이 덱 신엽이 많이 커졌다


식물을 기르면서 내가 느낀 점은 가드닝은 늘 새롭다는 것이다. 쉽지도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우리네 삶과도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느리지만 꾸준한 변화가 있는, 각 식물들 마다 성장 속도도 색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서로가 같이 햇살을 맞이하고 물을 마시며 같은 공간에 평화롭게 공존하는 그런 삶이다. 절대로 쉽고 어렵다로 인간이 간편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그런 세계였다. 그렇기에 늘 식물들을 바라보고 지켜보고 관찰해야 한다. 하루하루 식물들은 달라지고 있으며 계절마다 필요한 물의 양이 각기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솔직하게 고해성사를 하려 한다. 나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파리지옥, 에덴 로소 페페를 떠나보냈다. 모두 4개월 이상은 우리 집에서 보냈던 식물들이었다. 파리지옥은 내가 너무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으로 수태에 옮겨주었다 적응하지 못하고 죽었고 에덴 로소 페페는 포기 나누기를 한 이후로 비실비실한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떠났다. 나름 잘 키우고 있다 생각했던 식물들이었는데 한 순간에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나니 더욱 느꼈다. 내가 함부로 키우기 쉽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정도면 키우기 쉽다고 당당하게 자신할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그렇다고 식물을 기르고 싶은 분들에게 어렵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음껏 키우고 싶은 식물을 길러보라고 오히려 더 권유하고 싶다. 나의 경우 프라이덱은 흔히들 해충이 잘 걸리는 아이라고 하고 키우기 어렵다고 해서 초반에 들여왔을 때 조금은 걱정했다. 소코라코도 물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축축하게 키워선 안된다고 하여 난감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보고 겪어보니 프라이덱은 잎 분무를 꾸준히 해주면서 통풍이 잘 되는 명당에 놓아 벌레가 잘 꼬이지 않게 관리해주면 되었고 소코라코도 배수가 잘되는 흙에 토분으로 갈아주고 흙이 마르면 물주는 식으로 했더니 처음보다 키가 쑥쑥 자라났다. 어렵다고만 여기고 겁만 먹어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알 수 없었을 값진 경험들이다.


나폴리 나이트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어렵다고 하여 식물을 기르는 것에 거부감이 들게 만들거나 겁부터 먹게 하여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게 하는 것, 쉽다고만 하여 식물에 관한 특성을 단순화해버리고 키워서 죽여버린 사람들에게 괜한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 것. 이 편견들이 식물에 대한 관심을 꺾이게 만드는 주범들이다. 식물들은 각기 다른 광량, 물, 습도 등을 필요로 한다. 식물들은 각각 다른 생활환경에서 온 존재들이고 우리들은 그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최대한 맞춰주며 키워야 한다. 이는 쉽고 어렵다로 바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직접 겪어봐야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식물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한번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이 식물은 키우기 쉬운 가요? 보다 이 식물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요?로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금은 그 생활환경을 맞춰준다는 느낌으로 접근해보자.


이 식물은 키우기 어려운가요? 보다 이 식물은 어떤 부분에서 예민한가요?로 좀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맞춰줘야 할 조건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아가 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다가가 보자.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교제할 때 이 사람의 성격은 내성적이니까 어울리기 어려워서 내치거나, 이 사람의 성격은 외향적이니 어울리기 쉬워 다가간다던가로 판단하고 만나지 않는다. 각 사람들마다의 고유한 성격과 개성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나오는 매력을 알아가며 더욱 관계를 돈독히 한다.


우리가 식물을 만나고 키우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단순히 키우기 쉽고 어렵다고 말할게 아니라 이 친구는 물을 좋아하는데 뿌리 쪽은 건조한 편이 좋다, 이 친구는 습한 환경을 좋아하여 과습이 올 걱정이 없다 등으로 각 식물들마다의 특성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엄마의 원픽, 마란타


간혹 사람들은 단순히 물 얼마만큼 주면 되는지, 한 달에 물 한 컵 등으로 간략히 알아와 그것대로 주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화원에서 길러진 아이들은 집안 환경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그에 따라 물의 양도 달라진다. 건조한 집이라면 물을 더욱 자주 줘야 할 수도, 습도가 높은 집이라면 오히려 물의 양을 줄여야 한다.


결국 쉽게 식물을 키우는 건 없다. 그렇다고 어렵게만 바라볼 일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찌 됐든 나는 식물 키우기에 매력을 느끼며 행복한 식 집사의 길을 걷고 있다. 식물에 관심이 생기니 식물원의 식물들과 길가에 피어난 들꽃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도 식물을 키우며 달라진 나의 기분 좋은 변화다. 이 보람과 기쁨을 사람들이 쉽게 내치거나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다이소 국민 식물 온실


나의 알로카시아 실버 드래곤 자구 두 개는 무사히 잎들을 틔워 지금은 식물 온실 안에서 지내고 있다. 식 집사 분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국민 온실을 나도 드디어 구해서 은행목 가지, 끈끈이주걱 새끼, 블랙 금전수 싹들과 같은 작은 친구들을 넣어주었다.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9월을 맞이하기 전 새롭게 들여온 식물들도 몇 가지가 있는데 나중에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첫 반려식물은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을 수도 혹은 나처럼 뚜렷하고 확고한 취향이 있어 그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개인의 선택과 취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단지 기르기 쉽다, 기르기 어렵다란 이유로 식물을 포기하거나 선택하거나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그만두는 편이 좋겠다. 그냥 일단 식물을 보고 마음껏 데려오고 실컷 후회하고 그다음은 더욱 발전된 가드닝 방식을 습득하면 된다.



우리 모두 행복한 식 집사 생활, 가드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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