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일출 보러 가는 길에
임인년 새해. 정확히는 그 하루 전날.
야밤에 차를 타고 떠났다.
일행 모두 저녁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온 상황.
그 가운데 우리를 단결시킨 단 한 가지의 목적이 있었으니,
바로 해맞이다!
해넘이는 이미 물 건너갔으니
이왕 보러 간 해맞이는 좀 멋진 곳에서 보자!
오직 그 생각만 갖고 무작정 떠났다. 패기롭게 숙소조차 잡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無)박 여행!
딱 해맞이만 찍고 번개같이 서울로 돌아오자고 다짐하며 일행 모두 웃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발길이 멈췄다. 어 너두? 야, 나두!
해맞이 보러 왔다갔다 주행했던 서해안고속도로, 충남 당진에서.
평택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쭉 내려가다 보면 충청남도 당진 인근을 지난다. 생짜로 굶고 가기엔 너무나 허기진 것이 해를 맞이하려 떠나는 즉흥여행의 고충. 그래서 모두 만장일치로 중간 기착지 격인 당진에서 간단한 음식과 커피로 요기를 하자는 데 동의했다. 근데 한 끼를 때우기가 이렇게나 어려울 줄은!
정말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영업시간이다 싶으면 라스트오더가 막 끝난 시간, 아니면 아예 문을 닫아버린 곳이 부지기수.
하긴 그때 시절도 때마침 코시국이었으니 영업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부랴부랴 영업 중인 가게를 수소문해서 전화를 돌리고 까이는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간신히 한 가게에서 '와도 괜찮음. 식사 주문 가능.'이라는 회신을 받을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카페 'ROAD 1950'.
낮에는 오션뷰 카페로, 저녁에는 카페 겸 펍으로 변신한다.
미국 서부 웨스턴 감성의 인테리어와 외관으로
오션뷰를 한가득 즐길 수 있는 낮에도 인기가 좋지만
밤에도 절대 놓치면 아쉬울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당진의 멋집!
방문했을 때는 저녁 10시를 코앞에 둔 늦은 시간이었는데,
여전히 자리마다 사람들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분위기도 시끌벅적 떠들기 정말 좋다. 널찍~하니!
올데이브런치는 시간상 맛보지 못했지만,
대신 로드1950버거를 주문해 먹었는데 정말 양도 많고 맛도 최고. 맥주를 자꾸자꾸 소환하는 맛이었다.
그래, 역시 웨스턴 푸드의 대명사는 햄버거지!
수제 버거 세트로 기분 좋게 요기를 한 후,
다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미리 점찍어 둔 해맞이 스폿을 향해 달렸다.
밥 먹었다고 그새 다들 살아나 왁자지껄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대망의 목적지에 도착!
오직 해맞이의 해맞이를 위한 해맞이에 의한 일출 명소,
서울에서부터 달린 즉흥여행의 목표는 바로 진도 쏠비치였다.
발 아래로 쫙 펼쳐진 바다, 그리고 인피니티풀...
여기에 저 멀리 들불같이 타오르며 천천히 하늘을 밝히기 시작하는 태양, 코랄빛 하늘...
이 모든 풍경이 지금까지도 내가 진도 쏠비치 일출을 잊지 못하는 한 폭의 이유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봐서 더욱 좋았던, 임인년의 가장 멋있는 일출!
다음 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