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 | 지금, 이 책
우리가 사는 이 공간, '도시'에 대한 이야기.
오브젵 편집부가 직접 선정한 도시와 우리 동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책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 도서는 '조선소 출신 산업사회학자'
양승훈 現 경남대학교 교수가 저술한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입니다.
부키 출판사(https://www.bookie.co.kr/)에서 2024년도에 발행한 책이며,
구입처는 왕십리 영풍문고입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 울산.
저자는 산업 도시가 맞닥뜨린 복합적 위기를 집요하게 해부한다.
한때 성장의 심장이었던 조선소와 석유화학 단지가
이제는 사고와 구조조정의 상징이 되며,
도시는 점점 ‘불안한 미래’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는 더 이상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을 기준으로 한반도의 반대편, 여천NCC를 보자.
2022년 폭발사고로 시작, 최근까지 이어진 유동성 위기와 대주주 간 갈등.
올해 3월, 두 대주주 한화와 DL의 합의를 거쳐 2,000억 원의 긴급 자금이 투입됐고 얼마 남지 않은 8월에는 다시 3,100억 원의 운영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
한편, 지난 20일.
정부와 10개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 분해설비 생산능력을 18~25% 줄이는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그 결과 여천NCC는 추가로 3,500억 원을 지원받아 간신히 디폴트 위기를 피했다.
그러나 대주주 간 책임 공방은 여전히 이어지고,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5천억 원이 넘는다.
사고는 과거에, 위기는 현재에
여천NCC가 걸어온 길은 곧 우리나라 지역 산업 도시 전체의 불안한 단면과도 같다.
공단이 들어서기 전, 그 땅에도 작은 어촌과 선산을 지키던 마을 사람들이 살았다. 보상은 터무니없었고, 삶의 터전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 나라 어느 지방 도시의 설립사마다 그런 이야기가 없을 리 있겠는가.
울산은 지역에 세워진 산업 기반 시설로 수많은 일자리와 젊은이들의 영광을 만들어낸 소중한 사례다.
그러나 지금, 산업은 한계에 부딪히고
AI의 발달은 더 이상 인간의 노동을 예전처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두가 ‘잉여인간’이 되어 AI가 벌어다 주는 돈을 나눠 갖는 사회가 머지않아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마저 덮친다.
이 길은 울산과 여천만의
악화일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 도시,
전체가 맞닥뜨린 숙제다.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지방을 살리려면
청년들을 서울에 가둬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자유롭게 살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그것이야말로 지방 소멸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다.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서울, 제주도, 부산이나 광주도 상관없다.
어느 지역이든,
청년들에게 ‘살고 싶은 자리’가 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산업 전략도 지방 정책도 지속될 수 없다.
일자리와 삶터가 사라진 자리에서
청년들은 서울로만 몰려들고
그 결과 지역은 더욱 텅 비어간다.
모든 땅, 모든 지역은
그곳 청년들에게는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내 고향이다.
마치 옛날, 고향 어촌을 공단의 부지로 빼앗기고
기름 냄새 스민 반쪽짜리 선산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내 할아버지의 마음처럼.
이 책은 울산이라는 한 도시의 사례를 통해
지방 소멸의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이야기가 결코 울산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결국은 서울까지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의 도시가 지향해야 할 목표.
바로, ‘살고 싶은 땅’을 만드는 일.
이 책은 바로 그 시작에 선 우리에게
그 근본적인 고민을 위한 또 하나의 케이스를 찾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