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화장품 업계에 미치는 영향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2020년의 봄, 화장품 업계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단순하게는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유통의 변화부터, 주력 상품의 변화와 마케팅, 더 깊게는 생산 자재의 수급까지, 코로나19가 화장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색조에서 기초로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고, 외출을 삼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며 색조 제품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계절이 오면 자연스레 접하게 되던 H&B 스토어의 색조 제품 행사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 아침 카카오톡으로 받아본 H&B 행사에는 특가 상품 30개 중 색조 제품이 단 5개일 정도로 비중이 작아져 있었다. 화장품 마케팅에서 색조 제품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기초제품들 중에서는 클렌저와 진정 카테고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편이다. 클렌저 부분에서는 단연 비누와 손세정제의 영향이 크고, 진정 제품에서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많다. 날씨가 따뜻해지며 크림류보다는 세럼류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채널에서 가벼운 제형과 피부 진정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진정 세럼들이 주력 상품으로 홍보되고 있는 이유이다.
2) 자재 수급
한국에서 생산하는 화장품들의 부자재는 생각보다 매우 많은 국가에서 들여오고 있다. 클렌징 오일이나 샴푸 등에 쓰이는 펌프류는 중국에서 만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미스트나 헤어 에센스 등에 쓰이는 스프레이는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쪽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마스크팩 시트나 패드 제품들의 패드류의 원단들도 인도, 중국 등을 통해 많이 들어온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생산인력 수급이 어려워지고 통관 업무가 지연되며 해당 자재들의 수급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고 싶어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보니 판매 공지에 "펌프 수급이 어려워 상세페이지와 다른 모양의 펌프가 갈 수도 있다"라는 문구가 종종 보이기도 한다. 내가 근무 중인 회사에서는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하는 A제품의 단상자 발주가 어려워져 대체 원단을 찾고 테스트를 하느라 담당자분이 고생하시기도 했다.
한국에서 만드는 용기의 경우에도 손세정제 관련 주문이 폭발적으로 밀려들어 기존 제품들의 생산 일정이 밀리는 추세이다. 짧게는 1주부터 길게는 아예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납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인력 충원이 쉽지 않아 빠르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 생산 이슈
"자재만 세팅이 잘 되면 생산에는 문제가 없는가?"
"아니오!"
화장품 내용물을 만드는 제조사 또한 코로나19로 비상이다. 손세정제를 생산하는 제조사에서는 발주 물량이 폭증하여 다른 제품들의 생산을 못하고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제조사 또한 늘어난 물량만큼 인력을 수급하기가 어려워, 기존에 2주면 생산이 완료되었을 제품이 1개월~2개월 이후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 또한 생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B제조사에서는 일용직 직원들이 코로나19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근무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기피하여 생산라인이 줄어드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다.
4) 물류와 코로나
코로나19로 자택 근무를 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업무의 특성상 현장에서만 일이 가능한 직종이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물류센터가 대표적인 예이다.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방역을 위해 건물이 폐쇄되고, 근무자들이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창고에는 화장품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물류 센터가 멈춰있는 동안 업체와 고객들은 주문한 물건을 받아볼 수 없다. 출고가 정지되기 때문에 매출도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의 대위기이다.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필수화 하고 작업자간의 거리유지를 지키고 있지만, 불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 물류센터와 소통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대표님 마스크 쓰고 계시죠? 손 잘 씻고 계시죠?"
바이러스가 영향을 안 미치는 곳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화장품 업계도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모두가 배려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으면 언젠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