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 & Lease Back 전략의 함정 - 자산의 심장을 팔다
어른들께서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집은 빌려 살아도 땅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건 홈플러스의 Sale & Leaseback 전략을 분석하면서였습니다.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4조 1천억 원 상당의 자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대하는 이 전략은 마치 자신의 심장을 팔고 다시 빌려 쓰는 것과 같았습니다.
MBK는 2015년 9월, 7조 2천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즉시 시작된 것은 '자산의 유동화'였습니다:
매각된 자산 규모: 2015-2025년 총 4조 1천억 원
창출된 리스 부채: 3조 8,501억 원 (2024년 기준)
연간 임대료 부담: 약 4,500억 원
매각된 핵심 점포: 해운대점 포함 20개 이상 프라임 입지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자산 매각 대금이 성장을 위한 재투자가 아닌, 인수 당시의 부채 상환에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배고픈 아이가 내일의 씨앗까지 먹어치우는 것과 같았습니다.
성찰: 단기 이익과 장기 가치의 충돌
Sale & Leaseback은 본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당한 금융 기법입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이는 기업의 근본 경쟁력을 훼손하는 독이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2024년 홈플러스는 EBITDA 3,889억 원(역대 최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업손실 1,571억 원도 기록했습니다. 이 모순적 상황이 Sale & Leaseback의 구조적 함정을 보여줍니다.
첫째, 고정비용의 급증입니다. 소유 자산은 감가상각비로 처리되지만, 리스는 현금 유출을 동반합니다.
건전한 기업의 경우:
EBITDA 대비 금융비용 비율: 보통 0.1-0.3배
충분한 영업현금흐름으로 이자 지급 여력 확보
홈플러스의 경우 (2024년):
EBITDA: 3,889억 원
금융비용: 약 1,200억 원 (0.3배)
영업현금흐름의 30%가 이자 지급에 소모
연간 3,554억 원의 현금흐름 악화: 이는 홈플러스 2024년 EBITDA(3,889억 원)에 근접하는 거대한 금액입니다.
투자 여력의 완전 소진: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수조 원의 투자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악순환의 시작: 투자 부족 → 경쟁력 하락 → 매출 감소(-19%) → 구조적 비용 부담 가중
둘째, 전략적 유연성의 상실입니다. 자산을 소유하지 않은 기업은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됩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물류 센터 전환, 점포 리모델링 등 모든 결정에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해집니다.
셋째, 기업 정체성의 훼손입니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닌, 기업의 역사와 정체성이 깃든 공간입니다. 이를 매각하는 것은 기업의 정체성을 흔듭니다.
<자산 소유 시 (2015년 이전)>
자산: 부동산 4조 원 (감가상각 대상)
부채: 상대적 저수준
손익: 감가상각비 연간 200억 원 (비현금 비용)
현금흐름: 감가상각비만큼 현금 유보 효과
<Sale & Leaseback 후 (2015년 이후)>
자산: 현금 4조 원 → 즉시 부채 상환에 사용
부채: 리스부채 3조 8,500억 원 신규 발생
손익: 임대료 연간 4,500억 원 (현금 유출)
현금흐름: 매년 4,500억 원 실제 현금 유출
<Before: 감가상각비 구조>
비용: 연간 200억 원 (회계상 비용, 현금 유출 없음)
세금절감: 법인세율 22% 적용 시 44억 원 절약
실제 현금흐름: (+) 44억 원 (세금절감 효과)
<After: 임대료 구조>
비용: 연간 4,500억 원 (실제 현금 유출)
세금절감: 990억 원 (4,500억 × 22%)
실제 현금흐름: (-) 3,510억 원 (4,500억 - 990억)
순 현금흐름 악화: 3,554억 원/년 (3,510억 + 44억)
2024년 홈플러스의 EBITDA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
메가푸드마켓 전환: 27개 점포, 평균 20% 매출 증가
온라인 강화: 3년 연속 1조 원 매출 달성
즉시배송: 전년 대비 50% 매출 성장
하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히 지속:
2021년: -1,335억 원
2022년: -2,602억 원 (최악)
2023년: -1,994억 원
2024년: -1,571억 원
핵심 모순: 현금창출(EBITDA)은 증가하지만 영업손실은 지속 → 감가상각비와 리스료의 구조적 차이
높은 고정비용으로 투자 여력 소진
디지털 전환 투자 불가
시장 점유율 지속 하락
EBITDA 감소 가속화
현금흐름 부족으로 차입 의존도 증가
금융비용 추가 상승
신용등급 하락 (A → BB → B)
금융비용 더욱 증가 (악순환)
자산 활용도 개선 불가 (임대인 동의 필요)
구조조정 시 제약 (임대차 계약 승계 문제)
Exit 전략 수립 어려움
<성공 조건>
수익성 자산 투자: 매각 대금을 더 높은 수익 자산에 투자
현금흐름 관리: 임대료 < 추가 영업현금흐름 창출
핵심 자산 보호: 전략적 중요 자산은 보유 유지
계약 조건: 갱신권, 우선매수권 등 보호 장치
<홈플러스의 실패 요인>
❌ 부채 상환에만 사용 (성장 투자 없음)
❌ 과도한 규모 (전체 자산의 57%)
❌ 프라임 입지까지 매각 (해운대점 등)
❌ 장기 계약 없는 불안정한 구조
홈플러스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단기 재무 지표 개선과 장기 기업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진정한 가치 창출은 자산의 매각이 아닌 활용에서 나옵니다. 아마존이 물류 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 홈플러스는 자신의 인프라를 해체하고 있었습니다.
Sale & Leaseback이 정당화되려면:
매각 대금이 성장을 위한 재투자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임대료가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해야 합니다
전략적 핵심 자산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의 현금을 위해 미래의 기반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교육, 건강, 관계 - 이런 핵심 자산에 대한 투자를 아끼면서 단기 소비를 늘리는 것은 Sale & Leaseback의 개인 버전입니다.
홈플러스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진정한 부는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회계상 비용인 감가상각비를 실제 현금 유출인 임대료로 바꾸면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근본적으로 훼손시켰습니다.
자산을 팔아 얻은 현금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닌 소비입니다.
당신의 조직은, 당신 개인은 어떤 자산을 지키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습니까?
2015년 MBK파트너스가 7.2조 원에 인수한 홈플러스가 2025년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1개 검증기관의 공식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매출의 지속적 감소입니다. MBK 인수 직전인 2014년 8.57조 원에서 2023년 6.93조 원으로 1.64조 원이나 줄었습니다.
주요 원인:
우량 점포 15개 폐점 (141개→126개)
직원 22% 감소 (25,000명→19,500명)
온라인 전환 지연
흥미롭게도 2022년부터 EBITDA는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2,204억→3,889억). 메가푸드마켓 전환과 온라인 강화 효과였죠. 하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부채비율 3,212%"의 진실을 파헤쳐봤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개선":
부채비율: 3,212% → 462% (85% 급감!)
금융부채: 1.38조 → 0.58조 (0.8조 감소)
실제 현실:
리스부채: 3.85조 → 3.85조 (1원도 줄지 않음)
총부채의 87%가 리스부채
연간 4,500억 원 임대료 부담 지속
부채비율 "개선"은 RCPS 8천억 원을 자본으로 전환한 회계 처리 효과일 뿐,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ABSTB(자산유동화증권) 개인투자자 판매 제재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 증권업계 주장: "MBK가 개인투자자 판매는 불가하다고 직접 통보했다"
- MBK 반박: "유동화증권 양도 동의권이 없어 개인 판매를 막을 수 없다"
- 분석 결과:
ABSTB는 독립된 SPC가 발행한 증권
홈플러스 주주인 MBK의 직접적 통제권 근거 없음
제재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
결과적으로 현대차증권, 캐피털, 저축은행 등 기관투자자만 1,000억 원 손실을 보고, 개인투자자 피해는 차단되었습니다. 금융위 증선위는 결국 MBK와 홈플러스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이첩했습니다.
확인된 피해 규모만 1.28조 원에 달합니다:
금융투자자 피해:
국민연금: 6,000억 원 (RCPS)
MG 새마을금고: 700억 원 (RCPS)
ABSTB 투자자: 1,000억 원
운영 관련 피해:
협력사 미지급금: 4,584억 원
직원 고용 불안: 19,500명
MBK는 10년간 총 4.1조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습니다:
2016-2018: 1조 원 (1차)
2019-2020: 8천억 원 (2차)
2021: 1.5조 원 (3차)
2022-2024: 8천억 원 (4차)
문제는 매각 자금이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되어 영업 개선에는 투입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매각으로 현금은 확보했지만, Sale & Leaseback 구조로 인해 연간 임대료 부담만 늘어났습니다.
이번 분석은 다음 11개 검증기관의 공식 자료를 교차검증했습니다:
경제전문지(4개): 인베스트조선, 비즈한국 등 재무분석(2개): 오피니언뉴스, 네이버 프리미엄 IT/전문지(2개): ZDNet, 더스쿱 일반언론(3개): 뉴스핌, 헤럴드경제, 디지털데일리
모든 수치는 감사보고서, 신용평가사 보고서, 공시자료를 1차 자료로 사용했습니다.
홈플러스 사건은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닙니다. 고 레버리지 인수(LBO) 구조의 구조적 한계와 이해관계자 보호 장치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ABSTB 사건에서 드러난 제재 권한의 모호성은 향후 유사 상품의 투자자 보호 체계 정비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정적 이미지로는 담을 수 없는 상세한 분석과 인터랙티브 차트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도별 재무지표 변화 추이
부채 구조 상세 분석
28년 사건 타임라인
11개 검증기관 출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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