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StartCon 2025 후기 1
어제 열린 QuantStartCon 2025 퀀트 투자 컨퍼런스는 제게 있어 무척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사실 이번 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Singapore Convention Week 2025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일정상 여유가 없어 아쉬움을 삼키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토큰브로 Dahyun Edward Jeong님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연사로 참여하는 컨퍼런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습니다.
꼬치꼬치 물어보다 결국 등록하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싱가포르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LLM을 활용한 자동화 퀀트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발견한 충격적인 사실. AI가 복잡한 양자역학이나 딥러닝 모델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자존심 없이 단순한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
자존심 센 인턴 vs 겸손한 AI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또한 LLM을 다루는 방식이나 각 모델에 대한 평가 기준이 저와도 상당히 닮아 있어,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이 젊은 기획자가 연사 섭외부터 전체 운영까지 해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발언 사이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통찰도 나이로는 설명되지 않는 깊이가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별도로 한 편의 글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찾아봤더니 저와 마찬가지로 브런치 작가이기도 하더군요.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뭔가 공통분모가 많은 친구네요. 제가 아버지 뻘이기는 하지만 ㅎㅎ)
피델리티에서 수십조 원을 운용하며 실전에서 수조 원대 수익을 창출했던 전문가가 말하는 미래 전망.
과거에는 AI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글로벌 매크로 투자 영역이, LLM 덕분에 완전히 열릴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예측이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 저도 Ced Ho 님 덕분에 글로벌 매크로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었는데, 이번 발표는 그 호기심에 불을 붙인 셈이었습니다.
2% 룰, 손익비 1:3, 점진적 배팅 전략…
화려한 알고리즘보다 기본에 충실한 리스크 관리가 장기 생존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영원한 전략은 없다.
이 현실적 조언은 가슴 깊이 새겨졌습니다.
같은 고향 출신이라는 점, 연배도 비슷하고 유튜버로 활동 중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더욱 공감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날 모든 연사 중 가장 뛰어난 메시지 전달력을 가진 발표자였다고 생각합니다.
김태규 (DataMaxi):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가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규열: 크립토 옵션 시장의 변동성이 작년 60%에서 35%로 감소했다는 정량적 분석이 인상 깊었습니다.
김민수: 19% 수익률의 DeFi 전략 뒤에 숨은 리스크 인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장용준: “90%가 실패한다”는 노코딩 자동화 매매 플랫폼의 현실적 통계를, 해결책과 함께 제시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실시간 Q&A에서 올린 제 질문이 우수 질문으로 선정되어 순금 비트코인 기념품을 받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배움도 얻고, 현금화 가능한 ‘기념’도 챙긴 셈이니, 정말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컨퍼런스장은 스타트업 데모데이 못지않은 열기로 가득했고, 저 역시도 거의 최고령자 중 한 명이었을 테지만 20년은 젊어진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Dahyun Edward Jeong님 Yeachan Heo님과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 실제로는 제법 나이 차가 있지만 형·동생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토큰브로가 마이크를 잡는 모습은, 거의 랩 배틀 현장에 가까울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음식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특히 햄버거가 정말 맛있어서 컨퍼런스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줬습니다(깜박하고 사진을 못 찍었네요).
AI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컨퍼런스는 제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혀주었습니다.
만약 내가 더 젊었다면,
혹은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이 업계에 과감히 뛰어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인간은 예정된 길보다, 우연한 만남과 계기로 더 많은 걸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이 행사에서 만난 인연들, 나눈 대화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제 삶을 이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전환점이자 축복이었습니다.
연사 지인의 배려로 저렴하게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고, 점심시간에 인연을 맺은 Sally Yoo, Soon Kim, James WooJae Jeon 님 등과의 만남 역시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하게 합니다.
p.s. 행사에 가는 길에 예전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기 시작한 책. 넷플릭스 드라마 『빌리언스』에서 퀀트 전략으로 독립한 테일러 메이슨이 떠오르는 하루였고, 오늘의 결론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보비 액셀로드의 직관과
테일러 메이슨의 구조 사이의 균형,
그것이 투자에도 삶에도 필요하다.
저만의 개똥철학을 덧붙이자면,
돈을 잘 벌기 위해선 ‘배머리’와 ‘머리머리’가,
그리고 잘 살아가기 위해선 ‘가슴머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