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리메 May 10. 2017

엄마, 나도 이제 내년에 사회인 된다!

나의 일본 취업 활동 이야기

@Japan



얼마 만에 쓰는 브런치일까.


사는 게 급급해서 글 쓰는 걸 잠시 손 놓고 있었지만, 취업활동 중 느낀 내 심정을 풀어놓을 만한 곳이 브런치밖에 없는 거 같아, 다시 이렇게 들어왔다.





일본에서 자라고 일본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인지라,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 얘기를 통해서 한국 취업시장이 요즘 얼마나 안 좋은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일본에서 취업해야겠다는 의지는 더더욱 확고해져 갔다.


일본 기업이라고 해도 수만 개의 기업이 존재하는 일본에서 어디로 가는 게 나에게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일까.

프랑스 유학중 늘 달고 다니던 고민 중 하나였다.

유학 끝나고 귀국하면 바로 취업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운명의 4학년이 돼버리기에.





일본의 취업활동


한국 학생들의 취업활동 시기는 정확히 언제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교 4학년(졸업학년) 봄부터 취업활동을 시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에는 신졸 일괄채용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어서, 많은 기업들이 3월이나 4월(해마다 조금씩 다르다)에 채용정보를 공지, 접수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시작한 학생들은 늦어도 여름(6~8월)에는 내정을 받아, 그다음 해 3월에 졸업 후 4월 입사를 하게 된다.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굉장히 많이 갈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취활 스케줄을 짜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사실, 프랑스 유학 전부터 죽 생각해온 업계는 항공업계였다. (내 브런치에 비행기 관련 매거진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직(일본에서는 종합직이란 명칭으로 불린다)으로도 물론 관심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객실 승무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유학 중에도 승무원 쪽으로 채용정보를 모으곤 했다. 특히, 한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라는 대기업 국적기가 있듯이, 일본에도 일본항공(JAL)과 전일본 공수(ANA)라는 이대 기업이 존재해, 이 두 회사를 중심으로 정보를 모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1지망으로 목표를 한 건 일본항공이었다. 패기 넘치게 SNS에 승무원 하고 싶다고 올릴 정도로, 당시의 승무원 지망도는 최고조를 달렸다.


그렇게 일본항공에 대한 선망과 기대를 품은 채 2월에 일본으로 귀국해, 다가올 3월을 대비해 준비를 해나갔었다. 하지만 너무 열을 내면 금방 닳아버리듯이, 2월 한 달 동안 충만했던 의욕은 3월, 그리고 4월 초까지 내내 푹 꺼져버렸었다. 그래도 틈틈이 사회인이 된 선배들을 만나며 이런저런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나의 취업활동 플랜을 몇 번이고 고쳐갔다. 그러는 사이, 무의식 중에 숨어있던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승무원으로 난 만족할까? 앞으로의 인생 승무원으로 보내도 난 행복할까?

 


계기는 다른 업계에서 일하다가 이직하여 현직 일본 항공사에서 승무원을 하고 있는 아는 언니의 조언이었다.


[정말로 승무원을 하고 싶은 거면 상관이 없는데, 그런 게 아니라면 다른 일을 하다가 이직해서 승무원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첫 직장을 승무원으로 해버리면, 평생 승무원밖에 못하거든. 그런데, 처음에 아예 다른 업계에서 영업이나 마케팅 같은 다른 일을 하다가 승무원 하면, 승무원으로서도 여러 길이 열리고, 혹시 또 이직하고 싶어 지면 이직하는 데에도 그 첫 경력이 엄청 도움이 되거든.]

 

평생 승무원밖에 못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내 성격상, 하나만을 오래 하는 건 절대 못한다. 아직 사회인이 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거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승무원도 전문직인 것이다.


그동안 승무원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면서도 가지고 있던 알 수 없는 찜찜함이 뭐였는지 그제야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언니의 말을 들은 후, 항공업계와 함께 취업활동을 할 업계 영역을 늘렸다.


광고업계부터 종합상사, 화장품, 자동차 메이커 등등..

이름만 들어도 대박 소리 날 정도의 으리으리한 회사들을 알아보고, OBOG방문도 하고 설명회도 가고.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조건이나 분위기를 가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너무 조건을 따지는 건가. 일단 어디라도 좋으니 다 넣어보는 게 좋을까]


알게 모르게 초조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는 4월 초, 길거리에는 나처럼 수트를 입은 취활생이 늘고, 많은 기업들의 엔트리시트 제출기일이 다가왔다.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나처럼 같은 취활 고민을 가진 과 친구들을 만나고 나니, 그제야 다시 취업활동에 대한 의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취업활동을 시작했다.

예전부터 기업 연구해온 일본항공의 엔트리시트를 써 내려가고, 다른 몇 개 기업들도 연구하며 엔트리시트에 쓸만한 아이템을 줍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지만 주위 친구들 중 몇 명은 이미 내정을 받은 사람도 있었기에, 좀처럼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패럴 유통에도 몇 개 기업에 지원했다.

예전에 SPA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한 경력이 있어서 지원은 했지만, 그때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서 사실 지원할까 말까 굉장히 많이 고민은 한 업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은 좋아하고, 나름 장사꾼 기질이 있다고 생각해온 면이 있어서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지원을 하고, 설명회에 참가하고, 1차 선고에 진행되는 그룹 디스커션에도 참가하곤 했다.


그러자 세상에, 그동안 막막하기만 했던 내 취업활동에 뭔가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선고에 와주셨으면 합니다.]


처음으로 받은 모 기업 1차 심사 통과 메일.

게다가 업계 내 최대 규모의 대기업이었다.



이제 겨우 1차 통과였지만, 처음으로 받은 통과 메일이었기에 하늘 날 듯이 너무 기뻤다.



그렇게 1차를 끝내고 1주일 후에 2차 면접을 봤다.

면접관의 반응이 썩 나쁘지 않았기에 좀 기대를 해봤더니






세상에



이틀 만에 통과 메일을 또 받았다.






다음은 3차 면접.

1차도 2차도 인사과 사원들이 면접관이었기에 당연히 3차도 인사과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웬걸, 사내 경영자육성센터의 부장님이 면접관으로서 날 맞이했다.




사실, 3차 면접하기 전에 다시 한번 이 기업에 대해 연구했다.

브랜드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처음에 매장에서 점장 경험만 쌓으면 그 이후의 커리어가 무궁무진했다. 내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그런 곳. 승무원이라면 못해볼 그런 도전을 여기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매장 근무여도 서비스업으로서의 업무보다는 매장 매니지먼트 업무를 더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그 어떤 어패럴 기업이나 서비스업종 기업과는 차별화된 점이었고, 나의 마음을 끈 부분이기도 했다. 점점 면접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 기업에 마음이 더 쏠렸다.

나의 제1지망은 여기가 제일 적합할지도.


3차 면접을 통해, 그런 나의 생각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이루고 싶은 나의 커리어플랜을 열심히 들어주시는 부장님의 반응과 피드백은, 나라면 이 치열한 사내 승진 시스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부장님도 그런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드셨는지, 면접날 다음 날에 바로 최종면접 안내 통지가 왔다.

원래 내가 지원한 기업 수 자체가 적었던 것도 있지만, 선고 진행상황은 내가 지원한 다른 기업들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들뜬 마음에 최종면접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일주일 후로 다가온 최종면접.


최종면접 진행 내용은 이랬다.


매장 인턴쉽-본사 세션-최종면접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풀로 몸과 마음의 긴장상태를 풀면 안 되었다.



최종면 접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자, 그런 주문을 외우며 본사가 있는 롯본기로 향했다.

인턴쉽이랴 세션이랴, 딱딱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걸까 걱정이 되었지만, 본사에 도착해 안내받은 미팅룸에 들어선 순간 그런 나의 걱정은 기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인사과 담당자 사원이 한 명, 그리고 나처럼 최종에 오른 학생이 6명 있었다. 담당자분은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었고, 같이 인턴쉽을 할 친구들도 착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그런 친구들이었다. 즐거운 마음에 시작된 인턴쉽은 매니지먼트에 대한 흥미를 돋웠고, 본부 세션에서 함께한 인사과 부장님(보는 내내 가쿠토 닮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재밌는 부장님... 허헣)의 진솔한 말씀은 이 회사의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이 회사에 대한 확신이 더 확고하게 설 무렵,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최종면접이 다가왔다. 안내받은 대합실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며 지금까지 내가 면접에서 어필해온 내용들을 다시 되새겼다.


[잘할 수 있어 성원아.]


속으로 주문을 외우는 사이, 내 이름이 불렸다.




최종면접을 담당한 면접관은 놀랍게도 한국인이었다.

유학생 특별채용전형 면접도 아니고, 일반 일본인 학생들과 경쟁하는 일반전형으로 외국인 면접관을 만난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최종면접을 담당할 정도면 어느 정도 지위가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 회사 정말 글로벌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면접에 임했다.

면접은 일본어로 했다. 한국인끼리 일본어로 질문과 답을 한다는 거에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긴 했지만(ㅋㅋㅋㅋㅋ) 최선을 다해 마지막 질문까지 답했다.


그제야 20분에 걸친 면접이 끝났다.

그 후, 면접관으로부터 지금까지의 면접 피드백을 받았다. 어느 부분을 평가했는지 알려주시면서 계속 칭찬 메들리를 해주시는 것이었다.





부끄럽게...




그렇게 피드백을 받은 후, 면접관이 파일에서 뭔가 꺼내더니, 내게 내미는 것이었다.


응?? 뭐지??


궁금증 가득했던 내 표정은, 놀란 표정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박성원 씨께선, 우리 회사에 꼭 들어와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말씀하시며 내게 건네주신 건, 바로 내정 통지서였다.

원래 결과 나오는 게 빠른 회사니까 3일 내에는 결과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설마 면접 끝난 직후에 바로 나올 줄이야.



통지서를 받고 나서도, 이번에는 한국어로 면접관 분과 함께 회사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실제로 일해보니까 어떤지, 매장 근무는 얼마나 힘든지, 커리어플랜을 이루기 수월한지, 등등등. 한 40분은 그 자리에서 함께 얘기를 나눈 거 같다.


그분의 얘기를 듣고 나니, 더 이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히 들었다. 입사할지 안 할지는 한 달 내에 답장 주시면 된다고는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이 회사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일단은 더 생각을 해봐야지, 하는 마음에 집으로 가서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남자 친구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부모님의 첫 반응은 시원치는 않았다. 진심으로 내정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반면, 정직원이라 해봤자 처음은 매장에서 일하는 게 알바랑 다를게 뭐가 있냐고. 그 정도 대학 나오면 더 좋은 데 갈 수 있지 않냐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긴 하지만, 기분은 상했다.

그래도 여기서 성을 내면 내가 지는 거란 생각에, 나도 침착하게 왜 이 회사로 가고 싶은지, 회사 가서 어떤 걸 이루고 싶은지 설명을 드렸다. 매장 근무도 처음 2~3년만 열심히 하면 본사도 갈 수 있고 해외에도 갈 수 있다고. 그래도 그런 나의 모습을 보니 납득이 되신 듯했다. 그래도 이미 엔트리시트 낸 기업은 끝까지 해보라는 말씀과 함께.


이미 자소서 낸 기업은 끝까지 해보라는 말은 남자 친구도 똑같이 했었다. 다른 회사들도 보면서 오히려 더 이 회사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나중에 후회할 일도 덜하지 않냐면서. 남자 친구는 이 회사에 가는 거에 대해서는 별다른 편견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일찍 내정받다니 대단하다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남자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미 자소서와 적성검사를 끝낸 몇 개 기업(그중에는 물론 일본항공도 있다ㅋㅋㅋ)은 계속 취활 진행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내정받으면 좋은 거라는 마음에.

그래도 이 회사에 갈 거라는 확신은 안 흔들릴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브랜드 자체는 국내외로 유명한 반면, 일본에서의 이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소위 블랙기업의 대명사 같은 식으로 인터넷에는 올라오고, 브랜드 자체도 일본 국민에겐 싸고 좋은 패스트패션 같은 이미지라 자라나 H&M처럼 선망의 대상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 회사 정도 가지고 블랙기업이라 한다면 모든 패션업종 기업이 다 블랙기업이다. 그리고 실제로 블랙기업도 아니다. 게다가 같은 SPA 브랜드 내에서 보자면 보수나 복리후생이 제일 좋다.(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브랜드 파워도 강하고,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사업을 넓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이 회사라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말해보자면, 내가 이 회사 들어가면 꼭 이루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


-먼저 입사 반년만에 점장 되기(점장이 되는 게 필수다)

-신규 매장 개발사업본부에서 일하기(자 롯본기로 가자ㅎㅎㅎ그 다음에는 유럽으로!)

-프랑스 그르노블에 매장 만들기(위치도 대충 생각해놨다ㅎㅎㅎ그르노블에서 점장도 하고 싶다)

-MD가 되기(나의 꿈 롯본기여..ㅎㅎ)

-(굉장한 사심이 들어간..) 권문수 디자이너와 함께 콜라보 셔츠 실현하기

-프랑스 디자이너나 브랜드와의 콜라보 컬랙션 담당하기


아무리 실현하기 어려워 보여도 일단 이렇게 써놓으면 이중 몇 개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일단 써보기라도 한다.

 

물론, 하나 아쉬운 점은 있다. 내가 주로 즐겨보는 패션잡지는 엘르, 마리끌레르나 보그다 보니 하이브랜드 계열 패션을 주로 더 많이 봐왔었다. 그래서 그런 럭셔리 브랜드에 뛰어들 일이 없어질 거란 생각이 드니 그건 좀 아쉽긴 했지만, 뭐 H&M이 켄조랑 콜라보했듯이 우리도 어딘가랑 콜라보해서 뙇!! 내놓는 기획을 하면 괜찮겠지? 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본다.



이왕 패션사업에 뛰어드는 거, 전 세계 무대에서 뛰어놀고 싶다. 옷이라는 매개체는 그런 힘이 있으니.

앞으로 주욱 이 회사에서 일할 지, 다른 회사로 가서 더 역량을 펼칠지, 언젠가 회사를 나와서 나만의 사업을 차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옷으로 세계를 뒤흔들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어학공부도 졸업논문 연구도 열심히 하며 남은 학생생활 알차게 보내야겠다.



이상, 나의 취업 활동기, 끄~~~~~~읕!!




Sungw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