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믿음
믿었다, 너무 믿었다,
그 믿음이
비수가 되어 꽂히기 전까지,
두려움을 넘어
절망에 닿은 뒤에야
조금씩 자라 난
배신의 뿌리를 보았고
가슴에 얹은 두 손 위로
허탈이 쏟아졌다
어두운 창문 밑에 웅크리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이 자라
몸을 덮쳐온다
서둘러 창문을 닫아 보지만
혀를 날름거리며
삼킬 자를 찾아 희번덕거리고
물 먹은 무거운 천이 되어
무박(無泊)의 몸을 감싼다
오지 않기를 바랐던 불신이
현실이 되어
믿음을 송두리째 꺾어버렸으나
비극 속에서도 길들여진 믿음에
너를 놓지 못한다는 현실이,
끔찍하게 다가 올 앞날이,
불확실한 미래가
여전히 두렵다.
(정보유출에 두려움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