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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양'님 왜 그러셨나요?

feat.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by 매버지


※ 이 글을 읽으시기 전 본 내용은 유투버 '쯔양'님을 비판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실히 전달합니다(개인적으로 평소 쯔양님의 선한 영향력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일주일 전부터 작성하기 시작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어제 쯔양님과 관련한 안타까운 상황이 알려져 조심스럽습니다.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이고 본 연재 시작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한 글이기에 쯔양님의 사건이 빠르게 마무리되길 기원하며 [우리 동네 경제학] 연재를 시작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서울특별시 동작구이다. 동작구에서 10년 넘게 살아오면서 지금 거주 중인 이수역 인근과 길 건너 방배동, 서초동 그리고 반포동, 사당역에서 쭉 이어지는 관악구 일부지역 등은 변화를 직관하였다. 그러는 와중 동네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해 글을 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 거창하게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쓴 점이 부끄럽지만 우리 주변의 경제현상에 대해 이해한다는 개념으로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그 첫 번째 글을 시작한다.


'쯔양(1997)'은 얼마 전 갤럽조사를 통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유튜버 1위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유튜버이다. 한 때 뒷광고 논란에 휩싸이며 은퇴 후 복귀 했으나 평소 선행도 많이 하고 늘 밝고 웃는 모습의 먹방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나 역시 쯔양의 채널을 구독 중이며 1,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대한민국 상위 1%의 유튜버라고 생각한다.


그런 쯔양이 내가 거주 중인 동작구 이수역에 자신의 본명을 내건 분식집(정원분식)을 오픈하였다. 내 기억 속에 현 정원분식 위치는 유독 사업자가 자주 바뀌는 소위 성공하기 어려운 자리였다. 하지만 2022년 초 정원분식이 생기고 나서는 식당 앞에 긴 줄이 서 있는 것을 아침 출근길 차 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어보진 않았지만 분식을 좋아하는 아내의 말로는 적당한 맛이라고 평하였고 가성비는 그리 좋지 않았다고 코멘트했다. 쯔양의 유명세 덕분인지 첫 음식점 오픈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으며 쯔양도 가끔 와서 서빙을 하며 영업에 박차를 가했다. 나 역시 지나가며 분식점 안의 쯔양을 보았을 정도이니 상당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정원분식> 바로 옆 <원조 쯔왕 돈까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바로 옆 모텔 건물이 공사를 시작했고 1층에 돈가스(원조 쯔왕돈까스) 집이 오픈했다. 먹방 유튜버로서 평소 돈가스집의 돈가스 사이즈가 맘에 들지 않았다는 쯔양은 보통 돈가스집의 약 1.5~2배 사이즈의 돈가스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가서 먹어보았지만 반 정도 먹고 포기할 만큼 가성비가 출중한 돈가스였다. 어느덧 돈가스 집 앞도 문전성시를 이루더니 일찌감치 웨이팅 기계가 자리를 잡았고 최근까지도 식당 앞을 지나갈 때면 늘 대기줄이 서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돈가스집이 생긴 후부터 분식집의 방문객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정확한 데이터를 본 것은 아니지만 동네주민으로서 크게 체감된다. 일단 정원분식 앞 대기 줄이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 정원분식 앞을 지나갈 때면 식당 안의 테이블이 꽤나 많이 비어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포장 20% 할인 행사를 한다는 문구가 식당 외벽에 걸려있기도 하다. 반면에 돈가스집은 여전히 오픈 전부터 늘 문전성시다. 아마 정원분식이 분식 치고는 양도 적고 조금 비싸게 음식값을 받는다 즉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는 의견이 기사로 나기도 했는데 그 문제도 한몫했으리라 보인다. 반대로 돈가스는 가성비를 충족시켜 주며 분식보다는 한 끼 식사로 더 낫다는 점이 고객의 발길이 지속되는 점 아닌가 생각된다.



cannibalization은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의 주력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말하는 경제용어이다. 줄여서 기업의 자기 잠식이라고도 하는데 오래전 식인종의 동족포식을 뜻하는 cannibalizm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두 회사 사이에서 신차를 발표할 때면 자주 일어났던 현상이다. 그러나 일부 IT기업은 오히려 이러한 카니발리제이션을 의도하기도 하는데 시리즈형 제품을 만들어 기존 제품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위치를 확보하고 성장기를 넘어서면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을 비싸게 내놓아 자연스럽게 갈아타게 하거나 주력상품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가진다. 실제로 핸드폰 시장과 패드시장과 같은 IT기기제품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자주 보이는 편이다.



나는 정원분식과 쯔왕 원조 돈까스를 지켜보며 카니발리제이션이라는 경제용어가 떠올랐다. 한 사업주의 기존 주력상품이었던 분식이 신제품인 돈가스가 출현한 이후 매출이 줄었고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쯔양님의 의중이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먹방 유튜버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여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한 요식업에 도전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지금의 유명세를 유지하여 프랜차이즈업까지 확장시킬 생각이 있을 거라 예상된다. 하지만, 요식업은 시장진입의 문턱은 낮지만 폐업률이 매우 높은 사업 카테고리이다. 사전 시장조사와 경영컨설팅을 받아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 상황만 보면 정원분식의 지속적인 운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정원분식에 방문한 블로거들의 글만 보아도 분위기가 썩 좋은 것 같진 않다. 만약 해당 식당이 위치한 건물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면 더 큰 문제이다. 해당시점에 비해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비용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두 건물 모두 2022년 또는 2021년 당시 매입을 했다면 최근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현상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매입이 가능했으므로 시세차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실제 떡볶이를 주력으로 하는 전문점(신진, 봉구가래떡볶이)들은 길 건너 서문여중고 인근에 몰려있음


개인적으로 정원분식 바로 옆에 돈가스 가게를 오픈하기 앞 서 한 번 더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 있다. 쯔양이라는 브랜드 네임 가치 덕분에 정원분식은 맛 평가 이전부터 관심을 끌어왔다. 물론 맛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면 해당 음식점은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유명 유튜버가 하는 식당이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돈가스집을 오픈했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것이다. 결국 자기 잠식 없이 두 가게 모두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정원분식의 위치이다. 보통 분식집 또는 분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부분 학교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다. 분식은 초/중/고 학생 중에서는 당연히 구매력이 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좋다. 하지만 정원분식의 인근에는 조금 먼 위치의 남사초나 길건너의 남성초가 위치할 뿐 중, 고등학교는 보이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찾아올만한 거리가 아니며 가격대 역시 초등학생이 사 먹기에는 많이 비싸 보인다. 또한, 주변에 구매력이 높은 성인들이 근무하는 오피스 단지가 밀집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분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보다는 든든한 식사가 되는 돈가스를 더 선호할 것이다. 또한, 정원분식 인근에는 배달중심의 필승전략을 펼치고 있는 동대문엽기떡볶이가 지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역시 시장환경으로는 좋지 않아 보인다. 너무 멀리간 것 같기도 한데 만약 프랜차이즈업까지 고려한 시작이었다면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1020대 소비율이 높은 분식 프랜차이즈의 미래는 밝아 보이지는 않다. 분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줄줄이 출산율이 높은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시장을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쪼록 쯔양님이 최근 그리고 과거 겪어 온 좋지 않은 일들이 원만히 해결되기 바라며 밝은 웃음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첫 글부터 쯔양의 사업과 카니발리제이션, 입지와 인구이야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담게 되었는데 더 재미있는 소재로 두 번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2024.10.7 업데이트

결국 영업종료.. 아쉽습니다.

쯔양님, 더 좋은 모습으로 뵈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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