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로 화장실 청소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강렬한 냄새와 손에 묻었을 때 미끈거리는 감촉.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는 냄새와 감촉이 아니다. 하지만 화장실 곰팡이에 락스를 뿌린 후 잠시 뒤 가보면 깨끗하게 지워진 걸 보게 된다. 아직 강렬한 냄새는 여전하지만 거무튀튀한 곰팡이가 사라진 덕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청소솔로 살짝 문질러 물을 뿌리고 나면 말끔한 표면이 나를 반긴다. 금새 냄새 때문에 찌뿌려진 얼굴이 펴진다.
원래 락스 원액은 무색무취에 가까운 살균소독제라고 한다. 그러나 락스가 세균이나 곰팡이를 만나면 화학작용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구린내를 보통 락스 냄새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락스 입장에선 조금 억울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락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문득 우리의 삶에도 락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때가 낀다. 목욕하며 이태리 타올로 몸에 쌓인 때를 벗겨 낼 때 마음의 때도 함께 벗겨지면 좋으련만. 때까 쌓여 병이 되기도 하고, 때로 뒤덮혀 나 아닌 다른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곰팡이처럼 낀 때를 한방에 벗겨낼 수 있는 락스가 있다면 어떨까?
락스의 궁극적 역할은 세균을 죽이고 정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락스가 곰팡이나 세균을 만나 화학작용을 통해 역한 냄새가 나는 것 역시 우리의 삶과 유사하다. 우리의 삶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화학작용 속에 내적고통을 느끼고 역겨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아프고 다치기도 하지만 결국 락스가 그랬던 것처럼 잘 견뎌내면 더욱 정리되고 말끔해진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사람 또는 이벤트를 만나 격렬한 화학작용을 거쳐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락스가 그랬던 것처럼 역한 고통을 이겨내면 더욱 반짝반짝한 화장실, 싱크대를 마주하는 것과 같이. 오늘 만나 후배와의 대화 중 튀어나온 락스 한 단어에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쓰고 보니 억지(?) 아니 내적성장의 화학작용이라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