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ㆍ수도ㆍ와이파이 三無의 휴가지에서 배우는 미니멀 라이프 (2)
지난 8월 말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핀란드 쿠오피오 Kuopio행 왕복 항공편을 서둘러 예약했었다. 이번 유학을 결심하기까지 적잖은 도움을 준 남자 사람 친구 V의 Summer Cottage를 방문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비단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오래전부터 핀란드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동경해온 나로서는 결단을 내리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막상 개강을 하고 보니 출국일에 하필 세미나가 잡혀 난감했지만 한 번 결제한 표를 물리기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친구가 실망할 것 같아서 그냥 시간 내서 은사님(?)을 찾아뵙는다는 심정으로 가기로 했다. 헬싱보리 역에서 외레순드 다리를 건너 코펜하겐 공항발 핀에어를 탔다. 코펜하겐에서 헬싱키까지는 대략 3시간,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쿠오피오 공항까지 가는데 1시간이 더 걸린다.
Summer Cottage
아주 오래전부터 핀란드의 여름 별장(Summer Cottage, mökki라고 부른다)에서 살아보는 것을 꿈꿨었다. '레스트리스 Restless(2000)'라는 조금 민망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핀란드 영화가 있는데 주인공과 친구들이 유하누스데이(Juhannus, 일 년 중 가장 해가 긴 하지를 기념하는 미드 서머 축제 기간)에 보트를 타고 햇살이 부서져 반짝이는 수면 위를 여기저기 배회하다 여름 별장에서 사우나를 하고 알몸으로 물가에 뛰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마음 내키는 대로 물길 따라 흘러가다 호숫가 기슭에 배를 정박시킨 뒤 여름 산장에 들어가면..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만 들리는 벽난로를 바라보며 다들 할 말을 잃는 모습들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핀란드인들이 여름 별장에서 여가를 즐기는 관습은 19세기부터 시작됐는데 국민취미로서 보편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 였다. 그러던 것이 차차 건설 붐이 일면서 2006년도에 정점을 찍어 핀란드 전역에 475,000채의 여름 별장이 들어섰다.(Statistics Finland) 당시 핀란드 인구가 대략 5,276,000명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네 가구당 한 집 꼴로 여름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름 별장을 핀란드인의 정체성 그 자체로 해석하기도 한다.(The summer cottage: a dream in the Finnish forest, 2006)
핀란드적인 삶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에게 여름 별장을 권하는 이유다. 하지만 입문에 앞서 당부드릴 점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전기 수도 와이파이를 포기하라는 것. 전기는커녕 수도 시설이 없는 산장이 적지 않다. 와이파이는 당연히 없다. 그래서 V에게 여길 만약에 렌트해서 동양인 관광객들을 모집하고 싶다면 특히 젊은 층이라면 와이파이 설치는 필수라고 말해줬다. 핀란드 현지 유심칩을 구입하면 한 달 단위로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가격이 스웨덴 유심칩을 끼운 채 유럽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추가 구입했을 때보다 훨씬 저렴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샤워실과 화장실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 대부분 여름 별장에는 샤워시설이나 욕조가 없다. 그럼 어떻게 인간다운 몰골을 유지하냐고? 호숫가로 달려가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거울도 없고 실내조명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망가져도 티가 안 난다. 헤어드라이기, 향수, 데오드란트 같은 물건들은 별장에 없다. 바디 클렌저와 샴푸 기능이 통합된 세정제 하나만 준비하면 충분할 듯하다. 화장실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이번 여행 중 유일하게 불편했던 점이 화장실 문제였기 때문이다. 별장에서 떨어진 곳에 오두막으로 만들어 놓은 푸세식 화장실이 있는데 ulkovessa가 그것이다. 저 구글 링크로 보이는 사진들은 엄청 세련된(?) 느낌이고 실제로 내가 간 곳은 귀신이 나올 것 같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업로드하려고 찾아보니 없다. 그때 처음 화장실을 보고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사진 찍는 것도 깜박했나 보다. 뚜껑을 열고 구멍으로 볼일을 보고 있자면 갑자기 아래서 손이 올라올 것 같은 망상에 시달리게 했다. 이러니 볼일이 봐질 리가 없잖은가. 그래서 한 번 이용한 것 빼곤 수풀을 이용했는데 친구에게 미안했지만 돌아와서 구글링을 해보니 비슷한 경험자가 많은 것 같았다. 집에 와서 숙소 양변기를 봤을 땐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문명의 이기나 기대 등 모든 바람들을 포기하고 조용히 몸만 오라는 것이 세 번째 주의사항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몸 고생, 마음고생만 심하다.
요리는 보트에서
화장실은 푸세식
샤워는 호수에서
'휘게 라이프' 책에서나 볼 법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던 여름 별장 내부. 친구가 방 상태가 Messy 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어지럽고 어수선한 것이 편안하고 부담 없어 좋았다.
Fireplace
장작불 지피기는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흡사 살아있는 것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일렁이는 불을 볼 때면 그 아름다움에 혹해 나도 모르게 불길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핀란드 특유의 잿빛 돌로 만든 벽난로. 유학 오기 전 구글로 핀란드 인테리어를 검색할 때 가장 탐이 났던 것이 저 핀란드 스타일의 견고한 벽난로였는데 그 앞에서 따뜻한 머그잔을 들고 Summer Cottage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하던 것이 이 날 모두 현실로 이뤄졌다. 새삼 실감이 안 나서 과거의 내가 시공간을 건너뛰어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여름 별장에서의 기억 중 가장 강렬하고 인상 깊었던 것이 벽난로에 불 때기였다. 일손이 모자라서 부득이하게 V가 요트에서 요리를 하는 동안(여름 별장에는 부엌이 있지만 전기도 가스도 없다) 내가 먼저 산장에 들어가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불을 때는 일이 잦았다. 귀가 먹을 것 같은 정적 속에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형시키며 타들어가는 불의 모습이 현혹될 만큼 아름다웠다. 인터넷과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지낸 도시생활을 할 때조차도 이때만큼 한 가지에 집중한 적이 과연 있었나? 종이든 나무든 제 몸에 닿는 모든 것을 아귀같이 집어삼키며 화려하게 불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게 너무 좋았다.
불 때기에 필요한 재료는 신문지, 땔나무가 있는데 나무는 발화점이 높아선지 처음에는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를 격자 모양(한 방향으로 쌓으면 특정 부분이 다 탔을 때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못하고 사그라진다)으로 쌓은 뒤 그 위에 신문지를 올리고 불을 붙여야 한다. 번개 같은 속도로 신문지를 태우고 종이가 돌돌 말려 들어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일반적으로 나무도 두껍고 갈색인 건 불이 여간해선 잘 안 붙었고 자작나무처럼 표면이 종이 같이 흰 나무나 가느다란 몸체가 금세 불이 붙었다.
Sauna
창고 건물(왼쪽 사진)을 지나 정면으로 계속 걸으면 사우나 오두막(오른쪽)이 나온다. 대개 화장실, 사우나실을 별도로 Cottage을 지어 사용한다. 사우나를 즐기다 열이 오르면 몇 발짝 떨어진 호숫물에 몸을 담그면 된다.
새벽 동이 틀 무렵이 세수하기 제일 좋은 적기다. 여름엔 아침이 빨리 찾아와 시야가 밝은 탓도 있지만 여러 가지 자연현상들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잠이 덜 깬 얼굴로 시린 물에 낯을 씻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우거진 물풀 사이로 백조가 몸을 숨긴 채 비를 피하고 있었다.
목욕하는 법은 더 간단하다. 옷을 벗고 마른 바위 위에 차곡차곡 갠 뒤 물칠을 한 손바닥 위에 세정제를 놓고 온몸에 칠한다. 그리곤 밤새 식혀져 뼈가 시린 호숫물에 입수해 3초 만에 탈출해서 수건으로 닦고 옷을 도로 걸치는 식이다. 들리는 소리라곤 새벽잠이 밝은 새들의 간헐적인 지저귐, 실바람에 키 큰 자작나무가 휘청대느라 허공에서 잎사귀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들 뿐. 내가 만들어낸 수면 위 파동이 이따끔씩 기슭 바윗돌을 때리는 소리도 나쁘지 않다. 진공에 가까울 정도의 적막에 되레 귀가 먹을 듯하다. 호수를 거대한 세숫대야 삼아 몸을 씻다 보면 새삼 눈 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 광활한 자연에 경탄하게 된다. 그날도 호수 건너 왼쪽 하늘이 먹구름이 낀 채 마을에 비를 뿌릴 동안 오른편 하늘은 6월의 미드 서머를 연상시키는 옥빛 장관을 뽐냈다.
사방을 숲이 둘러싸고, 그 숲을 다시 호수가 에워싼다. 땅거미가 지고 온전히 밤이 찾아오면 캄캄한 적막이 다시 호수를 감돌고 에워쌌다. 무서운 순간이었다. 해가 지면 오두막 밖으로 나가기가 싫을 정도로. 포위당하는 느낌을 에둘러서 친구에게 호소해 봤다. 여긴 CCTV도 없고 이웃 오두막들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데 너희는 여기 오면 무섭지 않냐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가 호수 물을 무서워하는 것도.(웃음) 그런데 사람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에 이렇게 둘러싸였을 때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 하지만 너 같이 도시에서 자란 사람은 다르겠지"
첫날 핀란드 쿠오피오 공항에 발을 딛었을 때는 흐린 날씨 탓인지 호수가 주는 음침한 분위기가 사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18만 개가 넘는 호수를 가진 나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정마저도 자연을 닮아가는 건지 정적이고 조용하고 폐쇄적인 느낌마저 드는 '음기가 가득한 나라'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이상한 정적이 주는 기묘한 느낌을 설명하기 힘들었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잠시 뭍(?)인 서울에서 8년 정도 산 적을 제외하고는 계속 바닷가 마을 광안리에서 머물렀다. 지금은 또 외레순드 Øresund 해협과 면한 헬싱보리에 살고 있다. 평생 물로 둘러싸인 환경에 지내 익숙할 법한데도 기묘한 이질감이 왜 느껴지나 했더니 의외로 질문의 해답을 쉽게 찾았다. 왜인가 했더니 갇힌 물이기 때문이었다. 입출구로 쉼 없이 드나드는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바람소리와 날카로운 갈매기 울음 소리, 뱃사람들과 관광객, 상인들이 내는 소리로 넘쳐나는 바다와는 천지 차이였다. 드문드문한 섬들을 휘감고 도는 호수 물은 달리 갈 데가 없어 잔잔하기만 하고 조류가 거의 없다시피 느릿하게 흐른다. 그래서인지 참 사랑스러운 풍경인데도 수면 아래로 시선을 떨굴 때면 기분 나쁘리만큼 깊고 검은 물이 꿀렁거리면서 고여 있는 모습이 솔직히 공포스러웠다. 세수를 할 때도 물아래 저쪽 심연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비춰 뵈거나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호수가 주는 이런 불편함과 기묘함이 싫었느냐 하면 정반대였다. 지금까지 여행 중 내가 경험한 어떠한 숙소보다, 오성급 호텔보다 더 좋았고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될 것 같다.
Berry- picking & Wild Mushrooms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오두막 주변에는 지천으로 먹거리가 널려 있다. 특히 블루베리, 링곤베리는 입이 심심할 때 뒤뜰에 가서 종종 따 먹곤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블루베리가 당도가 더 높게 느껴져 맛이 좋았다. 핀란드에는 50여 종의 야생 베리가 있는데 이 가운데 37종만 먹을 수 있는 식용이라고 하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다.
베리 외에 감칠맛을 자랑했던 것이 야생 버섯이었다. 친구가 채취한 것은 chanterelle라고 하는 야생 버섯이었는데 황갈색에 표면이 고무처럼 탄력 있고 씹으면 끝 맛이 약간 씁쓸하면서도 신선했다. V는 뿌리가 뽑혀 땅에 떨어졌거나 짐승이 깨물어 먹은 자국 있는 버섯을 제외하고 신선한 것을 선별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설탕 소금이나 인공 감미료를 철저히 가려 먹는 V는 기름을 두른 팬 위에 소금도 없이 버섯을 볶았다. 요리된 버섯 맛을 보니 고소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것이 별미였다.
Inconvenience & Light Labor
전기가 없는 오두막에서 군불을 땔 장작은 필수다. 여름 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척에 장작을 패고 보관하는 곳이 있었다. 총알을 비축하는 군인이 된 심정으로 매번 넉넉한 분량의 장작을 바구니에 짊어지고 부지런히도 날랐다. 산장으로 향하는 샛길 사방으로 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와 링곤베리가 심심찮게 포진해 있어서 가는 길이 지겹진 않았다.
오두막 주변 숲 여기저기에 친구의 어머님이 세심하게 주위를 가꾼 흔적이 보였다. 이제 9월 중순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본격적인 겨울맞이 채비에 들어간다. 호수가 얼어붙기 전에 보트는 말끔히 정비돼 여름 별장 근처 창고로 옮겨져 겨우내 보관될 것이다. 숲에는 보트를 보관하는 대형 창고와 보트를 옮길 크레인과 장비들도 보였다. 얼어붙은 호숫가에 보트들은 자취를 감추는 대신 빙판 위 스케이팅과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겠지.
본회에서는 핀란드 여름 별장의 '주'에 해당되는 부분을 설명했는데, 다음회에서는 또 다른 주거지가 되어 주었던 고마운 보트와 '식'에 대해 조금 다뤄보고자 한다. 의식주 기본이 다 갖춰지면 좋겠지만 '의'는 빠졌다. 미드 서머 기간이 아닌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자 9월 초에 떠난 여행이라 가을용 코트는 필수였고 그 외엔 긴팔 상의 2벌, 청바지로도 충분했다. 내가 평소 패션에 관심 없는 패션 종결자(?) 여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여름 별장 체험에 옷이란 건 불필요한 것 같다. 주변 사례를 구글링 해봐도 심지어 "어차피 단벌신사로 지낼 거니까 한 벌이면 충분하다"는 반응도 있는 걸 보면. 어쨌거나 내 경우는 '의'가 빠진 빈자리를 호수 목욕이 대신해주고 있는 꼴이니 "어린 자녀가 있다면 발가벗고 다닐 거니까 옷 걱정은 말라"는 저 글쓴이의 조언도 틀리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약간의 노동과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대가로 순도 100%의 디톡스 체험을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실 핀란드의 여름 별장 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여름 별장을 찾을 만한 여행객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관광상품이 없더라도 개인 자유여행자가 여름 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핀란드인들은 도시에 본가를 두고 교외에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여름 별장을 두는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V의 부모님처럼 일 년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할 정도로 뜸하게 여름 별장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감가상각을 고려해서 더러 팔거나 렌트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에어비앤비 사이트만 봐도 다양한 콘셉트와 규모의 여름 별장 물량이 나와 있다.
사실 이런 류의 디톡스 상품은 이미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힐링센터나 템플스테이, 산림욕 체험관 등이 그것인데 일례로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에서는 산림욕, 요가, 명상을 하거나 나무에 해먹을 매달고 피톤치드를 흡수하면서 숲에서 수면을 취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별장 체험을 권하는 이유는 경험 자체의 고유성 때문이다. 관광학에서는 여행지에서의 체험을 질적으로 평가하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Authenticity다. Destination에서의 본질적이고 고유한 경험을 일컫는 말인데 소비자(관광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도 곧잘 언급된다. 대부분의 디톡스 상품들이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인지라 상대적으로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양질의 편의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불편이 없도록 하는 편이다. 환경이 도시가 아닌 곳으로 바뀔 뿐 문명의 혜택(혹은 굴레)을 고스란히 누리면서 디톡스를 하는 셈인데 이 경우엔 공급자나 손님도 모르는 사이에 이 Authenticity가 손상돼 결과적으로 서비스 상품의 질이 반감되는 건 아닐지. 여름 별장을 관광 상품화해서, 특히 일에 찌든 동아시아 직장인들을 주 타깃으로 손님을 모집하면 참~ 좋겠지만 이때도 마찬가지로 상품화가 진행될 경우 고유성이 상실되거나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순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