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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Apr 10. 2022

외국어 능력자들의 나라

[미니 학습지] 프랑스어 2단계 완료 후기

작년 연초 급하게 처리했던 일들 중 하나가 경찰서에 가서 국제운전면허증을 신청한 것이었다. 그다음엔 계약서/비자 등 서류 수속을 진행하는 동시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부터 해결했다. 바로 언어문제.


처음엔 벨기에는 불어 쓰겠지  정도로 배경지식이 없었다. 10대 때 브뤼셀로 여행을 갔는데 오줌싸개 동상 말고는 기억이 흐릿할 정도로 주변국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한 나라였던 걸로 기억한다. 와플, 다이아몬드(앤트워프), 오드리 헵번, 초콜릿, 에르큘 포와로, 오줌싸개 동상이 떠오르는 전부였다. 내가 사는 플레미쉬 지역은 더치어권이다. 와플국 전체를 봤을 때는 언어 사용 빈도가 더치어 60%, 불어 35%, 독어 5% 정도로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플레미쉬 지역만 조금 벗어나도 불어가 더 많이 들려서 더치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느껴진다. 유학할 때 스웨덴어를 배우긴 했지만 북유럽권을 벗어나면 어디 쓸 데 있겠나 싶었는데 같은 게르만 어족이라선지 더치어에 비슷한 단어가 의외로 많았다.



Blue Banana Zone



서부와 중부 유럽의 발달한 도시들과 인구가 밀집된 지역을 연결하면 바나나 모양의 지도가 완성된다는 뜻에서 이 권역을 '블루 바나나 zone'이라고 부르는데 런던, 버밍햄, 릴, 베네룩스(와플+거인국+룩셈부르크), 뮌헨, 취리히, 제노바, 밀라노 등을 포괄한다. 블루 바나나 존에 들어가는 와플국은 지리상 서유럽 한복판에 위치해 있고 바게트국, 거인국, 소세지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불어, 더치어, 독어까지 3개 국어가 공용어라고 한다. 벨기에 북부는 더치어를 쓰는 플란더스 역, 남부는 프랑어를 쓰는 왈로니아 역, 중간지역인 브뤼셀은 두 언어를 다 쓴다고 한다. 남부  독일과 국경이 인접한 지역은 독어를 쓴다고 한다. 벨기에에서 쓰이는 불어, 더치어는 문법과 단어 모두 본토의 그것과 동일하지만 벨기에 안에서만 상용되는 표현이나 어구(Belgiancism이라고 부른다고 한다)가 일부 있어 그 부분은 따로 배워야 한다지만 나는 꿈이 그렇게 원대하지 않으므로... 생략.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47s7x6/europes_blue_banana_an_area_of_high_population/


이런 배경 덕분에 와플국 사람들은 (이케아국 사람들처럼) 다들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별 메리트가 안 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영어만 하는 걸로는 여기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더치어를 필수적으로 배우는 게 좋다고 권했다. 특히 국경이 이웃과 붙어있는 미니국가들, 스위스와 룩셈부르크도 공용어가 3~4개에 다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벨기에만 특별히 드문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 아래는 평소 즐겨보는 블로거 코지안 님의 블로그에서 봤던 영상인데 Philip Crowther이라는 룩셈부르크 출신 기자가 6개 국어로 리포팅을 해서 화제가 됐던 영상이다. 처음 봤을 땐 무슨 괴물인가; 제이슨 본 실사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벨기에 온 뒤론 저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젠 그냥 그러려니 반 포기상태의 마음가짐이 되는 것 같다.


https://youtu.be/Otkz0Za68GM


https://www.thepoke.co.uk/2021/01/19/this-multilingual-news-reporter-went-viral-next-level-stuff/


그들이 다개국어 능통자이거나 말거나, 이제 기초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장아장 아가야인 나는 이번 주로 <미니학습지> 프랑스어 2단계를 마무리했다.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상태였던 1단계 때는 아는 게 없으니 용감하기만 한데 2단계부터는 배운 지식들이 서로 스텝이 꼬이면서 버벅대고 있다. 특히나 여/남성, 단/복수 관사 등 성분들이 결합해서 한 문장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단번에 카오스가 된다.


수업 말미에 선생님이 "다음 단계부턴 슬슬 불규칙 동사도 배울 거예요"라고 하시던데 '? 지금까지 배운 게 불규칙 동사 아녔나' 싶을 정도로 문법이라고 하기엔 불규칙이 난무한다. 그래서 규칙 동사도 버벅댔는데 앞으로 불규칙 동사 활용이 나오면 과연 소화할 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du와 de la가 부정문 답변에선 de로 바뀌질 않나, Oui가 Si로 바뀌질 않나.. 정말 배울수록 '지x도 이런 지x이 따로 없..' (읍읍)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예외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런데도 재밌으니 다행이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보너스 강좌로 붙는 <프랑스 살롱>. 이번에는 국가마다 다르게 쓰이는 프랑스어 활용을 소개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추후 강의 개편 때 <프랑스 살롱> 같은 맛보기 기획 강좌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먹기 위해 공부하는가, 공부하기 위해 먹는가.. 요새 도넛에 푹 빠져 산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으로 프랑스어 관련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르몽드 기사를 소개한 포스팅이었는데 인상적인 댓글 하나를 봤다. 어떤 분이 '다 읽히고 무슨 뜻인지도 알겠고 독해는 되는데 말로 하라면 어렵다. 잘못 배운 것 같다'라고 댓글을 남겼는데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미니학습지>를 처음 시작할 때 욕심이 앞서서 문법 강의를 병행할까, 했는데 선생님이 회화 강의를 완주하기 전까진 문법 인강은 손도 대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에서야 그 말씀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문법/독해 위주로 공부를 시작하면 읽을 줄 알아도 반 벙어리가 되고 처음부터 다시 그 언어를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과 노력이 곱절 허비되는 셈이다. 나는 대학생 때 중국어를 배울 때 저런 나쁜 공부법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댓글을 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다. 게을러서 회화는 손도 안 대고 졸업하기 전에 눈으로만 보고 공부해서 HSK 급수를 딴 뒤 졸업하곤 또 손을 뗐기 때문에 읽을 줄 알아도 중국말을 하라면 하질 못한다. 그건 그냥 중국어를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특히 프랑스어처럼 문법이 현란한(?) 언어는 기본부터 회화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프랑스만큼은 아니겠지만 의외로 칼레의 바다는 청량하고 투명했다


보름 전 프랑스에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도로표지판이나 간판은 여전히 반도 이해를 못 할 정도로 까막눈 수준이었다. 그래도 2달 배웠다고 de, la, les 뭐 이런 문장 중간에 삽입되는 프랑스어 특유의 깔롱 부리는 문장 성분들이, 예전처럼 마냥 외계어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보는데 의외로 40% 정도는 아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적어도 읽을 줄은 알게 되어서 <미니학습지>의 덕을 제대로 봤단 생각도 들고. 식당 여주인에게 '일행이 교통체증 때문에 늦을 것 같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les embouteillage라는 단어 하나만 말하거나, 물 주문을 하는데 l’eau가 아닌 정관사 빼먹고 eau라고 말하는 등 아직 꼬꼬마 수준이지만 그래도 2달 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웃어주신 이모님 감사합니다).


나는 나한테 절대로 많은 걸 기대하지 않는다. 대학생 때 내 불어 실력이 얼마나 끔찍한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제발 부탁이니 1년 뒤엔 프랑스어는 70% 정도만이라도 알아듣고 더치어는 광고 지라시 읽을 줄 아는 수준으로 까막눈만 면했으면 좋겠다. 상급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중급만 되어도 대만족 할 것 같다. 그러니,


문맹 수준만 면하자! 그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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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학습지 홈페이지 : https://bit.ly/study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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