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작 대저택 호러 맛집

영화 <레베카>와 미드 <블라이 저택의 유령>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호러에 대한 욕구가 날마다 깨어나고 있다. 주로 미드를 통해 만났지만 그전부터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호러 판타지. 슬슬 평범한 스릴러도 살짝 지루해지는 타이밍에, 대저택의 귀신 이야기만큼 자극적인 소재도 없을 것 같다.


미스터리한 대저택이 나오는 작품으로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유명하다. 그보다 오래된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 초창기 호러 작품에도 계속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나 특히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와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이 자꾸 눈에 밟혔다.


읽고 싶을 때 바로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읽어야 할 순서와 흐름도 있고, 영어권 고전이니까 원서를 읽어야 하는데 쌓여있는 다른 원서들보다 먼저 읽으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그럴때 영화나 미니 시리즈를 감상하면 스토리 욕구도 충족되고 원작을 좀더 빨리 읽을 핑계가 생겨서 좋다.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자주 눈에 띄는 법. 넷플릭스에서 최신 버전의 <레베카>와 미니시리즈 <블라이 저택의 유령>을 봤다. 뮤지컬 넘버로 입덕해서 공연으로 만족했던 <레베카>도 부쩍 원작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영화는 그 욕구를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특히 2020년 작 <레베카>의 씬 스틸러는 '존 싱어 사전트'다. 아직 영화를 안 보셨다면 사전트의 그림을 먼저 봐도 좋다. (브런치 매거진 '가벼운 예술여행'의 초기 포스팅 중에도 있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은 다름 아닌 <나사의 회전>을 각색한 작품이라길래 냉큼 열었다. 한때 한국을 뒤흔들었던 <디 아더스>와 <식스센스>도 관련작으로 언급됐다. 난 <디 아더스>를 먼저 봤기 때문에 반전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실망하지 않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 등장하는 이상한 아이들은 귀엽지만 무섭다. 각자의 이유로 헛것을 보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던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묘한 말과 행동이 혼란스럽다. 삼촌은 삼촌대로 끔찍한 기억과 참기 힘든 고독을 견디고 있다. 삼촌을 대신해 교육과 생활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가정교사 대니는 자살한 전임자 레베카의 그림자와 종종 선을 넘는 아이들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하우스키퍼(가정부:하녀보다는 관리인에 가까운 저택의 매니저)와 요리사, 정원사까지 고용되어 있는 대저택의 어른 구성원들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고용인이기 때문에 훈육을 할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는 장난이나 말썽을 넘어서는 돌발행동이 일상이다. 가장 멀쩡하고, 가장 멋있는 정원사 (멋있으니까) 언니, 제이미는 유일하게 멀쩡한 사람이고,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욕을 한다.


하우스키퍼 해나와 꼬마 마일스의 충돌은 사실 마일스와 관련이 없다. 꼬마 플로라는 자주 정신줄을 놓지만 이곳을 둘러싼 수상한 기운의 핵심이다. 모두가 (어쨌든) 사랑하는 플로라와 플로라를 어떻게든 지키려던 대니가 마침내 열쇠를 찾은 것 같다.


이야기는 벽난로를 둘러싼 결혼식 전야의 하객들의 대화와 무서운 이야기 배틀로 시작해서, 큰 틀의 액자 속인 '블라이'라는 잊혀진 저택으로 들어갔다가 블라이 저택에 걸려있는 초상화의 주인공들의 사연으로 다시 한번 들어간다. 신기가 있는 집, 또는 가문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법.


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액자 속 액자의 사연이 조금 허무하면서도 아름다운 한편, 두 번째 액자인 대니의 사연은 너무도 완성도 높게 아름답다. 액자 속은 뜻밖의 해피엔딩, 바라고 바랐지만 감히 바랄 수 없었던 아름다운 결말이었는데 '끝난 줄 알았지?' 이후가 계속된다.


주인공답게 약간 맹하고 너무 착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데 타인을 열심히 배려하는 대니를 진심으로 사무치게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스포일러인 매력적인 스토리.


원작은 어떤지 너무도 궁금하다. 덩달아 여전히 맹하고 착한 단계에 머물러있는 <레베카>의 주인공도 원작에서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